양사 합병으로 업계 1위 야심, 투신권 구조조정 백뱅 시동

최근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활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외국계 자본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투신업계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미국 푸르덴셜그룹은 조만간 현대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다. 현대투자증권의 계약이 완료되면 제일투자증권 또한 인수할 전망이다. 투신업계 관계자들은 제투의 인수 계약 후 푸르덴셜이 현투와 제투를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현투증권의 자회사인 현대투신운용의 수탁액은 약 17조원, 제일투신의 수탁액은 약 8조원이다. 현투증권과 제투증권이 합병되면, 운용자산규모는 약 25조원으로 21조원 규모의 삼성투신운용을 제치고 국내 투신사 중 1위로 부상하게 된다.미국 푸르덴셜그룹은 지난 3월 정부와 현투증권 매각협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현투증권의 수탁액을 현재보다 5조원 정도 늘리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투증권의 매각 후 수익기반 마련을 위한 것. 정부와 푸르덴셜은 우선적으로 매매계약에 적용되는 보상범위를 협의하고 있다. 보상범위에 따라 공적자금 투입규모와 푸르덴셜의 투자 자금액도 정해질 전망이다.푸르덴셜은 현투증권에 대한 기존 투자자금 중 550억원 상당의 후순위채권의 원금과 이자분을 자본으로 전환시킬 계획. 또 추가 집행 예정이었던 4억달러의 자금 중 일부를 출자해 현투의 경영을 정상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종 매각가격은 6,5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투신업계는 추정하고 있다.푸르덴셜이 제투증권에 투자한 것은 지난 2001년 초다. 우선주 형태와 전환사태 형태로 제투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제투증권의 대주주인 CJ로부터 경영권도 양도받는 동시에 우선주와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다. 제일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4~6월) 무려 50억원대의 적자를 내 CJ를 애태웠다. 이는 2001년 푸르덴셜그룹 등으로부터 유치한 2,000억원에 대한 미지급 이자 및 수수료 때문이었다.CJ와 푸르덴셜측은 최근 이 같은 제투증권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쌓인 660억원 규모의 미지급 이자 및 수수료를 전액 후순위전환사채 등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투증권 매각 완료 후 연내에 매각여부에 대한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홍보영 세종증권 연구원은 “제일투자증권이 매각되면 CJ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CJ의 계열사 중 적자를 내던 제일투자증권에 대한 CJ의 추가 투자부담이나 손실 발생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연구원은 “제일투자증권 매각을 통해 CJ는 금융관계사를 정리한 후 식품과 미디어부문에 핵심역량을 모으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정부가 현투증권의 매각이 완결한 후 제투증권의 구조조정도 끝내면 전환증권사 중 남는 것은 한투증권과 대한투자증권, 동양오리온투자증권이 된다. 이들 전환증권사에 대한 구조조정도 현투증권의 매각 직후 착수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지난 10월22일에는 미래에셋증권이 SK투신운용을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SK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SK투신운용의 지분 35%를 미래에셋이 인수하기로 한 것. 인수가 완료되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SK투신운용의 합산된 수탁고는 8조원대로 업계 7위로 거듭나게 된다.외국계 투신사는 국내 투신업계의 구조조정을 예상한 듯 투신사 설립을 차곡차곡 준비해 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투신사 피델리티는 2년여 전부터 투신사 건립을 준비해 온 끝에 지난해 투자자문사를 국내에 만들었다. 피델리티는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도이치투신운용과 슈로더투신운용, 프랭클린템플턴 역시 투신사를 설립한 상태. 바야흐로 투신권 빅뱅 시대로 본격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산업이 재편되며 대형화와 업종 다각화가 급속히 진행됐다”며 “선도은행이 탄생하는 동시에 2위 그룹으로 뒤처진 은행 또한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김박사는 “증권, 투신 등 비은행권도 수년 내 많은 구조적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인수 및 합병에 의한 대형화와 소형회사의 전문화 프로세스가 함께 이뤄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돋보기 | 프루덴셜과 푸르덴셜의 차이프루덴셜은 영국계, 푸르덴셜은 미국계‘프루덴셜과 푸르덴셜은 다른 회사인가요?’ 인터넷 지식검색 사이트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질문이다. 로마자표기법은 이 둘 모두 ‘Prudential’을 쓰며, 한글 표기법에서도 획 하나만 차이 나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사명만 같은 뿐 전혀 다른 회사다.프루덴셜은 영국계 회사이고, 푸르덴셜은 미국계 회사다. 두 회사간의 혼동을 막기 위해 한글 표기법을 달리 하기로 했다.영국계 프루덴셜은 우리나라에서는 ‘PCA생명’이라는 이름으로 영업하고 있다. 영국 프루덴셜의 우리나라 현지법인인 것. PCA생명의 모기업인 영국 프루덴셜은 1848년에 설립돼 지난 155년 동안 금융서비스그룹으로 활동해 왔다. 현재 영국 프루덴셜은 영국, 유럽, 아시아, 미국 등지에서 생명보험, 연금, 뮤추얼펀드, 은행, 투자관리 등의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세계 1,6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324조원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회사다. PCA는 ‘프루덴셜 코퍼레이션 아시아’(Prudential Corporation Asia)의 약어다. 지난 2001년 국내 영풍생명을 인수해 생명보험사로 출범했다.미국 푸르덴셜은 지난 1875년 영국 프루덴셜로부터 상호를 빌려온 후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발전해 왔다. 국내에는 89년 미국 푸르덴셜이 먼저 진출한 까닭에 영국 프루덴셜은 PCA생명으로 표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