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내외 증시의 최대 관심은 과연 대세 상승기가 올 것인가이다. 특히 미국 증시에서 이 논란이 심한 것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증시여건이 개선되고 있는데다 미국 주가 향방에 따라 세계 증시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현재 뉴욕 월가에서는 낙관론이 우세한 속에 신중론이 맞서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증시의 기초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점이 낙관론의 근거다. 미국 경기는 올 3/4분기 7.2%의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4/4분기 이후에도 4%대의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분기가 지날수록 개선되는 정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경기 면에서 아직까지 고용사정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다 경제 외적으로 불확실한 변수가 많기 때문에 성급한 대세상승기 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현 주가 수준이 경제 여건에 비해 높다는 거품 차원에서 신중론을 제기하는 시각도 주목된다.앞으로 미국 증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문제는 요즘 뉴욕 월가에서 주가예측이론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을 토대로 평가해 본다.먼저 이 이론의 골자를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이렇다. 통상적으로 어떤 국가의 경기가 침체에 빠지게 되면 이때의 주가는 실제 경제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 경기침체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기 때문이다.일정시간이 지나면 투자자들 사이에는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점차 투자심리도 ‘낙관’ 쪽으로 옮아가면서 주가 상승속도가 경제여건 개선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소(小)상승기를 맞는다. 주가의 성격은 유동성 장세다.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상승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흐트러진다. 결국 향후 주가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얽히면서 맴돌이(조정) 국면을 맞게 된다. 이때 경기와 기업실적이 뒤따라오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경기와 기업실적이 뒤따라오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가 1차 소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상승국면을 맞게 된다. 이때 주가 수준은 기업실적에 따라 좌우되는 차별화(nifty-fifty) 장세의 성격을 띤다.마지막으로 어느 순간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동안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흐트러지면서 재차 맴돌이 국면을 맞는다. 과거와 달리 이때는 금리인상에 대해 투자자들은 과민하게 반응한다.이번 경기순환과 주가흐름을 기준으로 한다면 9ㆍ11테러 이후 1차 소상승기와 1차 맴돌이 국면을 끝낸 미국 증시가 그동안 2차 상승국면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엔론사태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의 분식회계와 이라크전쟁이 잇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이제는 이런 장애요인이 마무리되고 경기회복과 기업실적이 개선됨에 따라 2000년 이후 3년 만에 대세상승기가 올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요즘 뉴욕 월가의 분위기다.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앞으로 대세상승기가 오느냐 여부에 있어서 또 하나의 관건이 최근 들어 고개를 들고 있는데 다름 아닌 금리인상 문제다. 이미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세계 금리가 본격적인 인상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예고했다.국제금융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도 올 3/4분기 이후 잠재수준을 웃도는 높은 성장으로 ‘조기금리 인상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관심은 앞으로 세계 각국들이 금리를 올릴 경우 과연 얼마나 올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따라 주요 투자은행들이 그동안 세계 각국들의 통화정책이 적절했는가를 평가하는 보고서에서 잇달아 언급되고 있는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 주목을 끌고 있다.테일러 준칙은 적정금리를 측정하는 방법의 하나다. 엄격히 따진다면 사전에 적정금리를 추정하는 방법이기보다는 사후적인 검증지표다. 다시 말해 이 준칙은 성장과 물가가 당초 목표수준과 차이가 날 경우 통화 당국이 그동안 정책금리를 어떻게 조정해 왔으며 그것이 과연 적절한 수준이었나를 검증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돼 오고 있다.간단하게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수치와 비교해서 현 금리 수준의 적정성을 따지기도 한다. 물론 이 준칙은 통화정책의 시차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 성장목표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었는지를 알 수 있으며, 특히 과거 특정 시점에서의 통화정책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현재 세계 각국의 정책금리는 테일러 준칙에 의해 도출된 금리보다 훨씬 낮아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확장적이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그만큼 지난 3년간 추진된 금리인하 정책의 효과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반감론 혹은 무용론’이 일 정도로 미약해 종전과 같은 부양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금리를 더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결국 경제여건에 비해 낮은 저금리 국면이 지속됨에 따라 현재 세계 경제는 경기회복 초기단계부터 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다. 그중에서 금융차입 비용이 부동산과 같은 실물투자 수익률보다 값싸 보이는 ‘부채-경감 현상’(debt-deflation syndrome)으로 발생한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 각국들은 엄청난 정책비용을 치르고 있다.이런 과도기적 현상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이미 세계 각국의 시중금리는 일제히 고개를 들고 있다. 9월 말 이후 불과 한달 남짓 기간에 세계 평균 시중금리가 0.5%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종전의 세계 경기 회복기에 볼 수 없었던 빠른 상승속도다.현재 세계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다. 채권수급 측면에서도 재정적자 보전과 기업들의 자금 선확보 차원에서 국채와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다 투자자들이 채권을 적정수준 이상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금리의 상승세는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이 경우 시중금리의 기준격인 정책금리도 인상해야 한다. 만약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한 나라의 금리체계(interest system)가 흐트러져 금융시장의 효율성이 그만큼 떨어진다. 비록 세계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초기단계이고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11월 들어 주요 국가들이 정책금리를 서둘러 인상하고 있는 것도 중앙은행들이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인플레 목적보다는 이런 측면이 더 강하다.주목해야 할 것은 테일러 준칙을 통해 본 세계 각국의 정책금리가 적정수준보다 훨씬 낮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정책금리가 일단 인상국면에 접어들면 금리 인상속도와 폭은 과거 어느 회복기보다 빠르고 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점을 예의 주시해 주식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