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자동차생산국이다. 연간 315만여대의 ‘메이드 인 코리아’ 자동차가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생산에 필요한 기계는 상당부분 외국제품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 엔진을 가공하는 데 쓰이는 라인보링바 역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연간 수입액이 500억원에 이른다. 비젼이노텍(주)(대표 윤영소)이 개발한 ‘고강성 복합재료 라인보링바’는 가격과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수입품을 능가해 주목된다.비젼이노텍의 제품은 소재가 기존의 제품과 완전히 다르다. 마팔, 미쓰비시, 바레나이트 등이 생산하는 라인보링바는 텅스텐 카바이드 합금소재를 이용하지만 비젼이노텍은 탄소섬유인 에폭시소재를 주재료로 이용한다. 구조 역시 판이하다. 기존 제품이 단일 소재인 데 반해 이 회사의 제품은 심재, 탄소섬유, 코어, 커버 등 4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탄소소재의 복합재료로 자동차 공구를 상용화한 것은 이 제품이 세계 최초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탄소섬유를 이용한 이 제품은 텅스텐소재의 제품보다 10배 이상 가볍다. 공구의 무게는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보링바는 다양한 규격의 절삭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이 보링바는 메거진이라는 부분과 연결돼 있다. 메거진은 통상 10kg 정도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그런데 텅스텐소재 제품들은 자체의 무게만도 만만치 않아 여러 개의 절삭기를 동시에 매달 수 없다. 이에 비해 비젼이노텍의 제품은 가볍기 때문에 여러 개의 툴을 한번에 매달고 작업을 할 수 있다. 절삭기 교체에 드는 시간이 절약되므로 당연히 생산성이 높아지게 마련이다.공구를 고속으로 작동시키기에도 유리하다. 텅스텐소재 제품들은 고속으로 작업할 때 가공 대상과의 마찰에 의해 변형되기 쉽다. 단단하기는 하지만 밀도가 높아 충격에 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탄소소재 제품은 충격흡수율과 원상복구력이 뛰어나 대략 5배 정도 빠르게 주행시킬 수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이 제품은 KAIST의 김대길 박사팀과 4년간의 공동연구 끝에 개발됐다. 김교수는 87년 MIT대에서 복합재료를 이용한 공구개발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당시의 탄소소재는 김교수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나서야 꿈이 이뤄진 것. 산업자원부로부터 지난해에는 신기술인정(NT마크)을 받았고 올 3월에는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됐다. 또 5월에는 과학기술부로부터 신기술인증(KT마크)을 받아 그동안의 노력이 인정을 받았다.이 회사는 시장진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기존 제품에 비해 성능이 좋으면서도 가격은 30~50% 정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ㆍ기아자동차에 70억원 상당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해외시장 진출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우선 메이저급 회사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마케팅과 지적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비젼이노텍은 현재 제품을 양산하기 위한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공장을 신축하고 있다. 양산이 시작되면 현재 10억원 안팎의 매출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상곤 상무는 “내년 매출목표는 100억원이다”며 “3년 내에 세계 5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