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에 근무하는 박모 AE는 요즘 손해를 입고 있다. 출장이 잦은 그는 환율이 오를 것에 대비해 외화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예금계좌에 예치했던 것. 환율이 올랐다면 환차익을 봤겠지만 최근 상황은 정반대다.박AE와 같이 달러로 예금한 사람들, 거주자외화예금에 가입한 사람들이 ‘환율쇼크’로 불안에 떨고 있다. 몇 주 전부터 심화된 환율쇼크는 지난 9월29일 정점을 그렸다. 장중 한때 34개월래 최저치인 1,14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원/달러 환율 1,150.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의 저점은 장중가 기준으로 지난 2000년 11월20일 1,143.70원 이후 최저수준이었다.반면 지난 9월15일자 거주자외화예금은 153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8월 말의 144억4,000만달러에서 9억5,000만달러 증가한 수치다.9월 중순 거주자외화예금 153억9000만달러미 달러화로 예금하는 외화예금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늘어나는 동시에 환율이 하락하면서 환차손을 본 사람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거주자외화예금상품에 예치한 돈을 줄이는 것도 급처방이겠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인 셈이다. 환율 급락으로 입는 손해를 줄이고 싶다면 환위험을 감안한 외화예금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하나은행이 내놓은 ‘외화 고단위 플러스 정기예금’은 만기 때 적용 환율을 미리 확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선물환거래 서비스를 적용,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했다. 가령 현재 환율이 달러당 1,150.50원이고 3개월 후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3개월 후 달러당 1,200원의 환율로 환전한다는 약정을 은행과 미리 맺는다. 3개월 후 환율이 1,300원이 되면 달러당 100원의 이익을 보게 되는 구조.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이와 반대로 약정하면 된다.조흥은행의 ‘선물환 연계 외화정기예금’도 선물환 계약으로 환율 급락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상품이다. 선물환 계약으로 만기시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미리 정하는 등 환율이 하락했을 때 환차손을 줄이도록 설계됐다.외환은행의 ‘환율안심 외화예금’도 환율이 급락해 가입시점에 비해 만기시점의 환율이 낮아질 경우 유용하다. 만기시점의 환율이 가입시점의 환율보다 50원 이상 떨어지면 예금액 1달러당 15원을 돌려주는 구조를 지녔다. 단 일반 외화예금보다 금리가 낮고 중도해지가 안되는 단점이 있다.우리은행의 ‘환율예약 외화정기예금’은 가입자가 만기시 적용되는 목표환율과 하한환율을 정하도록 만들어졌다. 환율 하락으로 입는 손해는 줄이면서 환율 상승에 의한 이익을 일정 범위 내에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만기시 환율이 가입시 환율보다 떨어진 경우에는 가입시 환율로 외화예금을 찾을 수 있어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준다. 또 만기 시 환율이 하한환율 아래로 떨어지면 1달러당 38원을 보상해준다. 반대로 만기시 환율이 가입 당시 환율보다 오르면 만기시 환율로 예금을 찾을 수 있다. 다만 목표환율 이상 환율이 상승하면 지정한 목표환율로 환전하게 된다. 기업고객은 미화 100만달러 이상 가입할 수 있으며 만기는 3~6개월 중 1개월 단위로 선택할 수 있다. 가입자가 환율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췄다면 마치 베팅하는 것처럼 환율을 정해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 환율을 이용한 재테크인 ‘환테크’도 가능한 셈이다.기업은행은 아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환위험 관리를 교육한다. 선물환 거래를 통한 환위험 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중소기업 임직원을 초청, 환위험 관리기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앞으로 환율연동대출상품과 환율옵션부외화예금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해외 왕래가 잦다고 해서 외화예금에 섣불리 가입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환차손 외에도 또 있다. 환전수수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화예금 가입시 적용되는 전신환매도율과 만기 해지시 적용되는 전신환매입률의 존재를 고려해야 한다. 설사 가입시점과 만기시점의 환율이 같은 경우라도 외화예금 가입만으로 달러당 20원 안팎의 손해가 나게 된다.원화예금에 비해 외화예금의 낮은 금리도 염두에 둬야 한다. 원화 정기예금의 금리는 평균 연 3.0~4.0%인 반면, 외화예금은 연 1.0%를 넘는 상품이 대다수다. 약 3%포인트의 금리차이에도 불구하고 외화예금에 가입해 이익을 보려면 1개월짜리 외화예금은 달러당 3원 정도 환율이 올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수수료와 금리를 고려할 때 1개월짜리 외화예금에 편의와 재테크를 목적으로 가입할 경우, 1개월 후 환율이 달러당 26.4원 가량 올라야 한다.용어설명 거주자외화예금국내에 거주하는 사람이나 기업들이 외화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자기 예금계좌에 예치하는 제도. 통화금융기관이 통화금융기관 이외의 국내 거주자로부터 수취한 외화예금으로 외화를 원화로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자신의 예금계좌에 예치한다. 여기서 국내 거주자란 내국인이나 국내 기업은 물론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과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등을 포함한다.최근 수출입 거래와 외국 왕래가 빈번한 개인이나 기업들이 대외결제를 위해 외화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국내 외국환은행에 예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외화를 그대로 보유함으로써 환전수수료 및 원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