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과 절세 겸비, 부자 입맛에 ‘딱’

요즘 큰손들은 사모펀드로 뭉친다는 게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채권형 사모펀드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공모펀드 수탁고가 꾸준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데 비해 올 1월 말 1,005개였던 사모펀드의 숫자는 9월 말 현재 1,785개로 늘어났으며 전체 사모펀드 설정잔액도 51조원에서 62조원으로 늘어났다.사모펀드는 50인 이내의 사람들이 모여서 비공개적으로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공모펀드에 비해 제약을 덜 받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고 유연하게 돈을 굴릴 수 있는 것이 흔히 꼽히는 장점이다. 그러나 정작 요즘 잘나가는 채권형 사모펀드들의 인기 이유는 이 같은 사모펀드 고유의 이점이 아닌 엉뚱한 데 있다. 바로 절세다. 사모펀드를 찾는 이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우려해야 하는 자산가들이 대부분. 그냥 채권을 사면(5년 미만) 과세대상이 되지만, 펀드 형태로 채권을 사면 세금을 피할 수 있다. 즉 사실상 채권 직접투자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나 세금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펀드’의 외형을 취하는 것이다.동양종합금융증권 금융상품운용팀 이정민 과장은 “혼합형으로 분류된 펀드 중에서도 실제로는 주식은 거의 편입하지 않고 기업어음(CP)을 90% 가량 편입한 상품이 대부분”이라면서 “이를 포함하면 전체 사모펀드 중 대부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극히 적고 90% 이상 채권형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채권형 사모펀드는 투자대상을 ‘삼성카드채권’ ‘LG카드채권’ 등과 같이 명확히 제시하고 모집한다.개인들이 가입한 사모펀드의 경우 한 펀드당 투자자가 서른 명 남짓 된다고 한다. 보통 설정기간은 3개월~1년 6개월. CP를 주로 편입하는 것이 3개월짜리고 회사채를 편입한 것이 1년이나 1년 6개월 기간을 둔다. 최근 설정된 채권형 사모펀드는 카드채나 할부금융사(캐피털) 채권으로 펀드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따라서 연 수익률 7~8% 대를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편입채권으로 A등급 일반 회사채도 인기가 있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것을 편입하는 사모펀드는 쉽게 설정되지 못한다. 4%대의 은행금리보다는 고수익을 올려주고 비교적 안전하며 사실상 확정금리 상품처럼 운용되는데다 세금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자산가들은 꿰뚫어보고 있다.이 같은 채권형 사모펀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가입할 수 있을까. ‘사모’이기 때문에 상품광고 같은 건 없는 게 당연하다. 동양종금증권 이과장은 지점에 만기가 다가오고 있는 고객 현황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가 극소수 지점에만 운용계획서를 보내 고객을 유치한다고 했다. 프라이빗뱅킹(PB) 성격이 강한 것이다. 하지만 이 상품에 관심이 있다면 거래하는 금융사 직원에게 미리 말해두었다가 자신에게 맞춤한 펀드가 만들어질 때를 기다려 가입하는 것도 투자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