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진료가 끝나갈 무렵 60대 노부부가 진료실에 들어오는데 부인의 목이 많이 부어 있고 눈이 커져 있었다. 남편은 요즘 부인이 10kg 정도 체중감소와 불안하고 심장이 뛰어 숨이 차는 등 도저히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하다고 했다. 검사를 해보니 갑상선이 커져 있고 안구돌출증이 있고 혈액검사상 갑상선 기능이 증가돼 있는 갑상선기능항진증, 즉 그레이브스병이었다.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호르몬이 많이 만들어져서 생기는 비교적 흔한 내분비질환으로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대부분이 자가면역성 질환인 그레이브스병이다. 국내는 아직 유병률이 보고된 바 없지만 미국의 경우 2%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며 여성 남성보다 4~8배 더 많다.환자들은 눈에 띌 정도로 갑상선이 커져 목이 도톰해지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간혹 맥박이 고르지 못하고 불규칙적으로 뛰며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쉽게 피로를 느낀다. 이상하게도 식욕이 왕성해서 잘 먹는 데도 몸무게가 줄고, 날씨가 덥지 않은데 더위를 타며 땀을 흘리고, 묽은 변을 하루에 서너 번 보고, 신경이 매우 예민해지고 불안해하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손을 심하게 떠는 경우도 있다.남성은 갑자기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마비가 와 응급실로 실려 오는 경우도 있고, 여성은 월경량이 적어지고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진다. 또한 눈이 나오게 되는 안구돌출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성인과 달리 소아는 행동장애, 학업 성적 저하 등을 보여 정신병으로 오진돼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갑상선은 목 정면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커지면 목이 도톰해진다. 정상 성인의 갑상선 무게는 15~20g 정도로 작지만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작용해 뼈 성장, 중추신경계 발육에 관여해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신체 발육 저하, 뇌 발육 저하로 정신발육 지연이 나타난다. 또한 산소를 소모해 열을 발생시키고, 포도당을 많이 만들어내고, 콜레스테롤의 합성과 분해를 증가시키고 지방분해를 촉진시킨다.미역, 다시마, 우유 등 많이 섭취해야요오드가 갑상선호르몬 합성의 기본물질이며, 정상 성인의 요오드 섭취량은 지역에 따라 1일 10ug에서 수 밀리그램(mg)까지 다양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3~4mg으로 많이 섭취하고 있으며 주로 미역, 김,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와 우유, 계란, 소금 등에도 포함돼 있다.갑상선기능항진증의 진단은 혈액검사로 갑상선 기능검사, 원인을 알기 위해 갑상선 자극항체 및 갑상선에 대한 자가항체, 갑상선 스캔 등의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치료는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는 약물요법,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방사성 옥소요법, 그리고 갑상선을 절제하는 수술요법이 있다. 그레이브스병은 완치가 없고, 약물을 사용해 갑상선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관해를 유도해야 한다. 대부분 약물치료를 먼저 선택해 1~2년 정도 투여하면 50% 정도 재발을 한다. 재발을 하면 방사성동위원소치료를 하게 된다. 방사성동위원소치료를 하면 15년 후에는 80%에서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한 상태인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한다. 이러한 합병증으로 환자들은 꺼려하지만 미국에서는 이 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수술요법은 약물요법과 방사성동위원소치료에도 불구하고 자주 재발하면 시행하지만 주 치료법은 아니고 환자의 1% 정도만 수술을 한다.가슴이 두근거리고 피곤하고 땀이 많이 나고 잘 먹는 데도 살이 빠지면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의심해보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