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는 일명 ‘정크푸드’(Junk Food)라 불린다. 입을 즐겁게 하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은 음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사회의 심각한 비만이 패스트푸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인구 5명 중 1명이 비만이다. 게다가 비만은 성인병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비만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럽게 패스트푸드 체인업체들의 매출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패스트푸드업체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큰 폭의 매출하락을 경험했다.‘건강’은 현재 미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 헬스클럽과 요가센터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다. 음식을 고를 때 영양과 칼로리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음식 비즈니스는 상상도 할 수 없다. 패스트푸드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패스트푸드가 ‘정크푸드’가 아닌 ‘헬스푸드’(Health Food)로 거듭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패스트푸드업체들이 헬스푸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웬디스, 영양정보제공 서비스미국 패스트푸드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맥도널드, 버거킹, 웬디스 등 대형 패스트푸드체인들이 너도나도 헬스푸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패스트푸드업계 1위인 맥도널드는 최근 성인을 겨냥한 헬스푸드 메뉴를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멕시코식 샐러드인 ‘고 액티브 밀’(Go Active Meal)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해피밀(Happy Meal)의 성인판이다. 해피밀은 장난감이 들어 있는 세트메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에,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주는 것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 액티브 밀’은 해피밀과 유사한 전략을 성인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메뉴다. 장난감 자리에 건강용품을 넣은 것이 다를 뿐이다. 고 액티브 밀은 4.99달러로 한끼 식사로 충분한 샐러드와 물 한병으로 이뤄져 있다. 메뉴 자체가 건강을 고려해 개발됐다. 또한 건강에 관련된 책자, 걷기를 장려하기 위한 만보기 등이 들어 있다.맥도널드는 현재 고 액티브 밀의 시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고 액티브 밀는 전국에서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인디애나주에 있는 150개 상점에서만 팔고 있다. 인디애나주는 미국 전체의 인구구성, 교육수준과 비슷해 테스트마켓으로 자주 활용된다. 인디애나주에서 성공하면 전국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도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맥도널드는 ‘헬스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유명 토크쇼 사회자인 오프라 윈프리의 개인트레이너였던 밥 그린과 손잡고 ‘헬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윈프리는 그린의 도움으로 놀랄 만한 체중감량에 성공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맥도널드는 또 휴스턴에서 별도의 비만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휴스턴은 미국에서 비만이 가장 심각한 도시. 건강잡지인 <맨즈피스트스 designtimesp=24306>가 뽑은 최고 비만 도시로 3년 연속 뽑힌 불명예를 갖고 있다. 맥도널드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휴스턴시에서 지방 함량 10g 미만의 메뉴를 판매할 예정이다.고 액티브 밀은 시장에 선보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고 액티브 밀이 맥도널드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버거킹도 헬스푸드 경쟁에 뛰어들었다. 패스트푸드업계 2위인 버거킹은 최근 저지방 치킨 샌드위치를 출시했다. 버거킹의 헬스푸드 메뉴는 지방 함량이 5g에 불과하다. 열량은 350kcal다. 버거킹의 인기메뉴인 치즈와퍼의 지방이 47g, 열량이 780kcal인 것을 볼 때 눈 여겨봐야 할 변화다.버거킹은 패스트푸드업체 중 가장 고전하고 있는 회사다. 맥도널드가 니치마켓을 빠르게 파고들고, 업계 3위인 웬디스가 맛의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나름대로 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동안 버거킹은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게다가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위기를 겪었다. 결국 버거킹은 지난해 12월 텍사스퍼시픽그룹에 매각됐다. 버거킹의 프랜차이즈회사인 아메리킹은 지난해에 파산을 신청했다.버거킹은 새로운 돌파구를 헬스푸드 메뉴에서 찾고 있다. 지난 1월 버거킹에 합류한 브래드 블럼 사장은 버거킹이 갖는 고유의 맛을 살리면서 건강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위기극복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웬디스는 소비자들에게 영양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길을 선택했다.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을 줄이고, 패스트푸드업체들이 소비자를 속여 비만을 유발한다는 오해를 없애겠다는 의지다. 웬디스는 최근 웹사이트의 영양정보 섹션을 새로 바꿨다. 웬디스에서 판매하는 모든 메뉴에 대한 상세한 영양정보를 담고 있다. 소비자들이 패스트푸드를 먹을 때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영양정보 차트를 보강한 팸플릿도 새로 제작했다. 조만간 헬스푸드 경쟁에도 뛰어들 전망이다.헬스푸드는 패스트푸트업체가 따라야 할 대세로 인식되고 있다. 맥도널드, 버거킹, 웬디스에 이어 KFC, 타코벨, 피자헛, 서브웨이 등 다른 패스트푸드업체들도 헬스푸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패스트푸드시장의 새로운 화두는 단연 헬스푸드인 것이다.패스트푸트업계의 헬스푸드에 대한 관심에 대해 일각에서는 석연치 않은 눈초리로 보고 있다. 패스트푸드업체들이 단지 매출확대를 목적으로 헬스메뉴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헬스푸드로 재미를 보지 못하면 금방 포기하고 말 것이란 설명이다. 업체들의 관심은 매출증가뿐이며 고객들의 건강이 아니라는 비판이다.헬스푸드 자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헬스푸드는 기존 메뉴보다 맛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의 특성상 맛이 없으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체들이 처한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소비자들이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헬스푸드를 판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건강을 생각한 헬스푸드는 맛이 떨어져 외면을 당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맛을 유지하면서 건강을 고려한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비즈니스 컨설팅회사인 테크노믹의 애널리스트 밥 골든씨는 “업체들의 헬스메뉴가 헬스푸드로 인식되기까지 갈길이 멀다”며 “현재 맥도널드의 새로운 시도가 매출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시장의 트렌드를 읽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