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점유율 50%대 유지, CCTV 생산량 세계 4위

유니모테크놀로지(대표 정진현)는 국내 무전기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통신 전문기업이다. 세계적 통신기업인 모토롤러와 맥슨도 유니모테크놀로지(이하 유니모)의 아성을 허무는 데는 실패했다.무전기 하면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품목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휴대전화가 무전기를 완전히 대체했을 것이란 짐작 때문이다. 그러나 무전기시장은 매년 10~20%씩 성장하고 있는, 엄연히 살아 있는 시장이다. 주위를 조금만 찬찬히 둘러보면 무전기가 얼마나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군, 경찰, 건설현장, 대규모 생산현장 등에서 무전기는 필수품이다.“휴대전화는 1대1 통신기기지만 무전기는 한번에 여러 사람과 송수신할 수 있습니다. 산업현장에서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릴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휴대전화가 발전해도 무전기시장이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통화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도 무전기의 매력이지요.”경찰용 통신기기개발 도맡아정진현 사장의 부친인 정일모 회장이 유니모의 전신인 국제전자공업을 창사한 것은 1971년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그만 전파상에 불과한 청계천의 한 허름한 방에서 최초의 국산 무전기가 잉태됐던 것.정회장은 당시 해군의 통신장교로 근무하고 있던 선배의 권유로 무전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해군 통신장교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정회장은 해군용 통신장비 개발자로 적임이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75년 국내 최초로 휴대용 무전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정작 무전기를 구매한 곳은 경찰이었다.“76년 당시 경찰은 통신장비를 납품하던 회사를 바꿀 계획이었습니다. 최초의 국산 무전기를 생산하는 유니모에 기회가 주어졌지요. 그후 27년간 경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통신장비발전사가 유니모의 발전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지요.”유니모가 경찰을 위해 개발, 납품한 제품들은 무전기 단말기, 디스패칭콘솔, 지령대 등 매우 다양하다. 최근에는 차량탑재용 과속차량감지기를 개발, 시제품을 납품했다. 이 제품은 과속감지뿐만 아니라 차량번호판 인식 기능이 있어 수배차량, 무허가차량 등을 자동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정사장은 설명했다.경찰 납품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유니모는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통해 도약기를 맞았다. 보안과 경비용 제품 등 민간인 시장이 열린 것. 수요가 한정된 관공서에 비해 규모가 큰 민간시장 진출을 통해 외형을 확대할 수 있었다. 현재도 매출의 대부분이 건설현장, 산업현장, 경비업체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민간인이 무전기를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은 82년부터이다. 그전에는 군사적인 이유로 무전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게다가 신원보증제도가 있어 전과자의 무전기 사용은 금지돼 있었다. 시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다 86, 88년을 기점으로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유니모는 민간시장 진출을 위해 5개의 지방사무소를 두고 지역의 대리점들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현재 유니모는 전국 200여개 무전기대리점 가운데 70개의 우수 대리점을 확보하고 있다.“모토롤러나 맥슨 등 세계적인 외국계 회사가 국내에서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영업망 부족입니다. 총판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속한 애프터서비스(AS) 등 지역에 밀착한 영업에 한계가 있지요. 광범위한 유통망은 유니모가 시장선두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 가운데 하나입니다.”CCTV는 유니모의 또 다른 주력품목이다.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6% 정도. 유니모는 73년부터 CCTV를 생산해 온 1세대 업체다. 30년간 제품을 생산하면서 축적한 유니모의 기술력과 생산량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특히 컬러 CCTV 카메라의 경우 파나소닉, 소니, JVC에 이어 세계 4위의 생산량을 보이고 있다.유니모는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CCTV 수출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것. 유니모의 제품은 세계 1위의 보안시스템업체인 센서메틱에 주문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수출돼 존 F 케네디 공항, 타깃 랄프 등의 유통업체, 맥도널도 타코벨 등의 외식업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수출다변화, 지식경영 등 재도약 준비 끝창사 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장해 온 유니모는 94년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며 일대 위기를 맞았다. 90년대 초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한 CCTV 모델에서 발생한 결함이 결정적이었다. 이유 없이 카메라의 전원이 꺼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 것. 한시도 꺼져서는 안되는 CCTV가 이유 없이 꺼져버리니 애써 가꾼 시장이 등을 돌린 것은 당연했다. 회사는 1년여에 걸쳐 결함의 원인을 찾았다. 원인은 어처구니없는 실수에서 비롯됐다. 조립을 맡은 하청업체가 조립 가이드라인을 어겼던 것이다.“다시 시장개척을 해야 했는데 바이어들이 만나주지도 않았어요. 거의 울며 매달리다시피 했습니다. 전시장에서 나오는 바이어들을 기다렸다 느닷없이 달려들어 제품을 보여주고 홍보를 하는 식이었지요.”97년 유니모는 두번째 시련을 맞았다. 거래하던 은행이 ‘이제부터 대기업에 준하는 여신을 받아야 한다’고 통지해 온 것. 당시에는 무선통신의 경우 종업원수가 300명이 넘으면 대기업으로 분류되었는데 유니모의 직원수는 380명이었다. 유니모는 즉시 구조조정에 들어가 직원수를 290명으로 줄였다. 그러나 이 일은 전화위복이 됐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시행한 구조조정 덕에 외환위기 시절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는 것.정사장은 최근의 유니모는 제3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한다. 점유율은 끄덕 없으나 시장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매출액 역시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의 279억원을 유지할지 불투명하다. 그러나 정사장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를 위한 준비도 완료됐다는 설명이다.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수출대상국을 다변화해 미국 의존도를 낮춘 점이다. 그동안 유니모는 미국 의존도가 높았다. CCTV의 경우 60~70%의 의존도를 보였을 정도. 그러다 보니 미국시장의 위축이 곧 기업의 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유니모는 해외영업부를 보강해 유럽, 동남아, 남미 등 20개국으로 수출대상국을 늘린 상태다. 아직은 소량이지만 점차 비중을 높여나갈 방침이다.2000년부터 지식경영을 시행해 직원들의 ‘맨파워’ 향상도 도모하고 있다. 2001년 한해에만 1만7,049건의 지식이 등록됐을 정도로 직원들의 참여열기도 높다. 직원들 중 상당수가 기술 전문가인 만큼 노하우 공유를 통해 직원들의 전문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정사장은 “외형적으로는 지난 2~3년간 유니모가 정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부의 체력을 기른 시간이었다”며 “내년에는 매출 500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성장궤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