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집값 상승 부추긴다’는 의견 상당 … 강남 대체지로 송파 장지지구 꼽아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가장 빨리, 민감하게 캐치하는 사람은 거래를 성사시키는 공인중개사들이다. 수요ㆍ공급의 균형이 어디로 기우는지, 시장 분위기가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중개사의 입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들이 바로 ‘현장 전문가’이기 때문이다.그중에서도 서울 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ㆍ강동구 등 이른바 핵심지역 중개사들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2년여간 이어진 전국적인 집값 급등세의 진원지에서 활동하며 실제 시장을 만들어온 주인공이 이들이다.‘9ㆍ5 재건축 대책’ 이후 강남권 중개사들의 시각과 전망을 알아보기 위해 <한경BUSINESS designtimesp=24309>는 부동산전문지 <부동산뱅크 designtimesp=24310>와 함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기간은 9월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이었으며,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 등 강남권 4개구에 포진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100명을 대상으로 했다.“9ㆍ5대책 효과 미미” 지배적많은 수의 강남권 공인중개사들은 정부의 강력한 ‘강남 집값 잡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잡기는 쉽지 않다’ 내지는 ‘오히려 더 뛸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강남불패’의 신화는 계속된다는 이야기다.‘9·5 재건축 시장 대책이 강남 아파트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42%가 ‘하락 없다’라고 단정했고, 31%는 ‘조정 후 반등한다’고 대답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5% 하락’이라고 응답한 공인중개사는 17%선으로 나타났고, ‘10% 하락’과 ‘20% 하락’을 점친 중개사는 각각 3%와 7% 선에 그쳤다.이는 재건축사업시 32평형 이하 60% 건립과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정부의 ‘9·5 재건축 대책’에 대해 강남권 공인중개사 대다수가 회의적임을 나타내는 결과이다.이런 시각을 대변하듯 강남권 중개사들은 9·5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사업승인 신청 전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의 투자 전략’에 대해 ‘여전히 가격상승성 커 매도할 필요 없다’는 데 35%가 동의했다. 물론 ‘선관망 후매도’라고 답한 이들이 49%에 달했지만, ‘즉시 매도해야 한다’고 응답한 중개사들이 16%에 머무른 것을 보면 정부 정책의 ‘약발’이 예전과는 달리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반응이다.‘풍선이론’과 관련해서는 ‘강남권 입주 예정 분양권’이 ‘반사이익’ 1순위라고 답했다. ‘9·5 대책 후 반사이익을 얻을 부동산 상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공인중개사 중 31%가 ‘강남권 입주 예정 분양권’이라고 답했고, 28%는 ‘사업승인이 완료된 재건축 아파트’, 27%는 ‘강남 기존 중대형 아파트’라고 말해 강남 일대에 위치한 규제 제외 상품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이는 실제 ‘9·5 대책 이후 강남 집값 동향’에서도 그대로 반영되는 양상이다. 월간 <부동산뱅크 designtimesp=24325>가 9월17일 대비 23일까지 강남 일대 아파트시세를 조사한 결과 강남구의 36~45평형은 1.35%, 46~55평은 1.3%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아파트가격 상승률이 0.48%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입주 예정 분양권 역시 강세다. 강남구의 56평 이상 대형 아파트 분양권은 상승률이 무려 5.33%를 나타냈고, 46~55평형도 2.67%를 기록해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판교신도시, “강남 대체 주거지로 역부족”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급부상한 판교신도시에 대해 강남권 중개업자 100명 중 절반이 넘는 55명이 ‘역부족’이라고 답했다. 다만 ‘학군 및 교육여건이 제대로 갖춰지면 가능할 수도 있다’며 ‘교육환경 조건’을 전제로 단 응답자도 45명에 달했다.‘향후 신도시 조성과 분양, 입주까지 최소 10년 이상 시간이 걸리고, 사실상 경기도에 위치해 강남을 대체하기에는 여러모로 조건이 취약하다’는 게 ‘판교가 강남 대체 주거지로 역부족’이라고 답한 배경이다. 설령 신도시 조성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강남급 교육여건이 조성되지 않을 경우에는 분당, 일산 등 5대 신도시급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결국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판교신도시 교육단지 조성 여부가 투자순위를 가늠하는 조건인 셈이다.‘판교 외에 대체 신도시지역으로 거론할 만한 곳은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강남을 중심으로 한 후보지’가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즉 ‘길동과 문정동 일대 장지지구 주변’이라고 답한 중개사들이 47%로 1위를 차지했고, ‘수지 일대를 비롯한 서울공항 주변’이 28%로 2위를 기록했다.반면 ‘강북 균형개발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은 10%에 머물러 ‘강남문제’는 ‘강남지역 내에서 풀어야 한다’는 데 시각이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강남, 중대형 위주로 가격 상승세 이어진다”‘장기적으로 강남 아파트값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강남권 공인중개사의 71%가 ‘이번 대책은 오히려 중대형 수급 불안을 초래, 가격 상승세가 클 것’이라고 대답했다. 강남권에 진입하기를 원하는 수요 중 상당수가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어 중대형의 희소성이 더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현시점에서 강남 재건축과 기존 아파트를 제외한 유망 투자처는 어디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중개사 41%는 ‘판교 주변 토지 투자’를 1위로 꼽았다. 강남 대체 주거지로 다소 부족하지만 높은 관심의 대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답변으로 풀이된다. 판교 주변 토지에 이어 2위(24%)로 꼽은 곳은 ‘3호선 연장 구간 내 핵심지역’이다.수지에서 출발해 가락ㆍ오금ㆍ방이동으로 연결되는 3호선 연장구간은 송파권과 강남권을 한번에 연결해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다. 반면 강남지역 내 빌딩이나 임대용 상품에 대해서는 17%가 추천 의견을 개진했고, 서울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이나 뉴타운 재개발 지분은 각각 10%와 2%를 나타내 상대적으로 관심의 대상에서 비켜나 있음을 시사했다.그렇다면 강남권 중개사들이 생각하는 집값 안정을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공인중개사들은 ‘규제가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므로 완화가 시급’하다는 데 43%가 대답했다. 강남권 수요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는 수급 불균형을 낳고, 이는 매물 위축 및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를 줄일 수 없다면 규제 완화를 통해 그 고리를 끊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학군 재배치 통한 학군 수요 억제’ 역시 상당수의 중개사들이 공감하는 대책 중 하나다. 25%가 이 안에 동의,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가 교육 프리미엄인 만큼 이의 해결을 통한 집값 안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신도시 추가 개발’에 대해서는 20%가 응답한 반면, ‘보다 강력한 규제책’을 꼽은 중개사는 7%에 그쳐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인터뷰|정부에 ‘맞장’ 뜬 이태용 안양 신한공인 소장“부동산 세제 개혁이 투기억제 지름길”“부동산을 보유한 만큼 세금을 내게 해라. 다른 무리한 규제책은 남발할 필요가 없다.”경기도 안양시 인덕원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태용 공인중개사(50)는 중개업계와 주택 정책분야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타’다. 수많은 공인중개사 가운데 한사람으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가 갑작스럽게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지난 5월9일 모 인터넷신문에 한편의 글을 기고하면서부터.‘노짱에게 보내는 공인중개사의 편지’라는 제하의 글에서 이소장은 부동산 투기를 뿌리뽑기 위한 3가지 긴급제언을 했다. 3가지 대안이란 △분양권 전매금지 △부동산 과표 현실화 및 일원화 △부동산 중개수수료 신용카드 결제로 요약된다. 이 글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투기 = 망국병’이라는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급기야 정부는 ‘5ㆍ23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서울 등 투기지구 내 분양권 거래를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잇따라 내놓은 다섯차례의 글도 ‘속 시원하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등의 평을 받으며 전국적인 호응을 얻었다.“오죽 답답했으면 부동산 거래를 업으로 삼는 제가 그런 글을 썼겠습니까. 현장 상황을 모르는 정책 입안자들이 책상에 앉아서 내놓는 대책이라는 게 무슨 실효성이 있나요. 분양권 전매 금지, 재건축 규제 등 강도 높은 규제책이 투기판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과세제도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이소장은 요즘 부동산 관련 세제의 개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동산 관련 과세체계를 일원화하고 보유세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현재 부동산 관련 과세표준은 실거래가, 국세청 기준시가, 공시지가와 건물과표 등 지방세 과세표준의 3가지로 돼 있습니다. 문제는 각 세금이 행정 각 부처, 지자체별로 분산 관리돼 효율성이 떨어지고 허점은 상당히 많다는 겁니다. 9월 들면서부터 세제 관련 대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일단 모든 과세표준의 적용을 실거래가에 맞추고 실거래가를 모를 때는 국세청기준시가로, 국세청 기준시가가 없을 시에는 지방세과표로 하는 세법의 개정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보유세 형평을 위해 1가구 다주택 보유자 실태를 공개해야 합니다.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어느 정도로 세금을 올려야 할지 정확한 통계가 말해줄 겁니다.”더불어 이소장은 중개업계의 개혁도 촉구하고 나섰다. 법무사에게 검인대행을 미뤄버리고 최소한의 법도 모르는 무자격자들이 판을 치는 한 부동산시장의 투기장화는 계속될 것이란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