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공고 무료, 옵션 추가 때만 돈 받아… 과감한 브랜드 투자 돋보여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한창 일할 나이인 청년들이 일자리를 잡지 못해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정부 차원에서 이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만 쉽게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요즘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인터넷 취업정보사이트다. 각 기업들이 올리는 채용정보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각 정보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정보원인 셈이다.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크게 늘었다. 2000년을 전후해 생기기 시작, 요즘에는 300여개의 사이트가 난립하는 형국이다. 자연 사이트간의 경쟁이 치열하고, 부익부 빈익빈도 심하다.이런 가운데서 잡코리아(대표 김화수)의 존재는 단연 돋보인다. 업계에서 수위자리를 지키며 국내에서 대표적인 취업정보 사이트로 자리를 굳혔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기업회원수가 49만개 업체에 이르고 개인회원수도 175만명을 자랑한다. 요즘도 매달 신규 개인회원이 4만~5만명에 이를 정도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또한 인터넷 리서치서비스 사이트인 랭키닷컴에 따르면 구인구직분야에서 지난 9월26일 기준으로 잡코리아가 시장점유율 26.98%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다음취업센터(12.15%), 인크루트(10.62%), 스카우트(8.73%) 순이었다.잡코리아가 눈에 띄는 또 다른 이유는 후발주자라는 불리함을 딛고 단기간에 정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 회사가 취업정보서비스에 나선 것은 지난 98년 9월. 선발업체들은 이미 97년에 사업을 시작했던 터라 출발은 상당히 늦었던 셈이다. 게다가 이 회사는 처음에는 취업 정보서비스 대신 취업정보 포털 업체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각 취업사이트의 관문 역할만 했던 것이다. 김화수 사장은 “포털 업체로 시작한 것은 기존 업체와의 차별성과 이용자 확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후 99년 8월이 돼서야 비로소 취업정보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사업 초기에는 크게 어려웠다. 다른 경쟁업체도 마찬가지였지만 ‘인터넷 정보는 곧 무료다’는 인식이 깔려 있던 때라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루하루 돈을 까먹는 상황이 계속됐다. 하지만 잡코리아는 서두르지 않았다. 다른 업체들은 2000년대 들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일제히 전면 유료화를 선언했지만 잡코리아는 신중했다.회사 직원들 가운데서도 유료화를 실시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경영진은 급격한 유료화는 결국 이용자를 내쫓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판단했다. 실제 많은 사이트들이 유료화를 시도해 돈은 벌고 있었지만 이용자수는 크게 줄었다. 경영난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약 3억원의 정보화촉진기금을 받아 일부 해결했다.대신 잡코리아는 점진적 유료화를 택했다. 일단 처음에는 전체 서비스의 10% 정도만을 유료화했다. 특히 기존에 서비스하던 것에 대해서는 일절 돈을 부과하지 않았다. 새로 추가되는 서비스에 한해 일부 이용료를 받았다. 당연히 처음에는 다른 업체들과의 매출액 차이가 컸다. 2001년에는 선두업체와 월 평균매출에서 거의 2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했다. 다만 이용자수에서는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김사장 역시 이 점에 안도했다.“우리 회사는 지향하는 것이 달랐습니다. 눈앞의 이익에 매달리기보다 무료서비스를 최대한 늘려 이용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죠.”이 전략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2002년 하반기를 지나면서 매출액에서 드디어 선두업체들을 따라잡았고, 이후 격차를 조금씩 벌려나갔다. 이용자수에서 이미 다른 업체들을 압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잡코리아가 업계 정상에 오른 또 다른 비결은 브랜드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회사이름을 최대한 알려 이용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 채용박람회를 연 10회 이상 개최하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홍보에 힘을 쏟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영상물 광고를 만들어 극장이나 라디오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내보내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지금도 잡코리아에는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이 단 3명이다. 자체적인 영업은 거의 하지 않는 셈이다. 반면 다른 업체들은 10명이 넘는다. 15~20명을 투입하는 회사들도 있다. 이런 차이는 바로 브랜드력에서 나온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회사 인지도가 높다보니 굳이 영업사원이 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김사장은 “많이 알려진데다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를 잡아 이제는 직원이 전혀 없어도 매출의 80%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잡코리아의 또 다른 특징은 네트워크 채용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채용이란 잡코리아에 등록된 채용공고나 이력서를 다수의 인터넷, 모바일, 지면 매체를 통해 동시에 노출시켜 다매체로부터 접근이 가능하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 통해 기업에는 최적의 인재를 빠른 시간 내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하며, 구직자에게는 하루빨리 최적의 기업에 입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이를 위해 잡코리아는 2001년 9월부터 한미르, iMBC, 유니텔, 심마니, MSN, 인티즌, 메가패스 등 포털과 미디어 중심으로 국내 50여개 채널과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해 서비스 중이다.잡코리아는 궁극적으로 지금의 ‘네트워크 채용’ 모델을 ‘리크루팅 e마켓플레이스’ 서비스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최종 사용자라 할 수 있는 기업과 구직자뿐만 아니라 헤드헌팅업체나 채용대행업체 등과 같은 에이전시 기업들을 중요한 고객으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결국 e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 주수익원을 ‘채용광고’에서 ‘중개수수료’ 쪽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셈이다.아울러 회사측은 사업목표 가운데 하나인 코스닥 등록을 위해 사업다각화와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김사장은 “각종 교육기관에 인력을 중개해주는 서비스도 강화해 기업과 사회 전반에 필요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