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만의 새로운 문화 만들 것”

2003년판 시사용어사전에 꼭 들어가야 할 단어가 있다면 ‘사오정ㆍ오륙도’가 1순위에 오르지 않을까. 45세가 정년이고, 56세까지 회사에 다니면 도둑이란 뜻의 이 두 용어는 이제 신조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보편적인 말이 됐다.구현경 웰빙소사이어티 이사(33)는 이런 사회분위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난 9월 말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4050세대의 문화코드’를 만든다는 컨셉으로 웰빙소사이어티를 설립했다.넓게 보아 30대 후반에서 50대에 이르는 중장년층의 ‘스페셜데이 매니지먼트’를 주요 사업아이템으로 하고 있다. 결혼기념일, 가족생일 등을 일괄적으로 관리해주는 기념일 관리와 각종 모임의 대행서비스, 트렌드ㆍ모험 체험 등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게 된다.사업을 위한 지난 6개월여는 중장년층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는 일에 매달렸다. 50여명에 달하는 심층인터뷰를 통해 4050세대의 생각이 2030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식사나 술자리 정도가 이 세대가 삶을 즐기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젊은 세대가 즐기는 댄스 같은 놀이문화에 관심이 없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실제로 한 기업체 대표는 파격적인 형식의 파티를 기획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귀띔해줬습니다.”벌써부터 문의가 잇따라 한 최고경영자 모임의 연말파티 대행을 맡았다. 개인회원도 문을 연 지 일주일 만에 20여명으로 늘었다.준비기간은 다소 길었지만 이 기간은 오히려 부모님과의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의외의 효과를 거뒀다. 한 인터뷰 대상자와 이야기하던 중 MP3플레이어를 자랑하는 것을 듣고 어머니에게 선물한 것.“50대 사장님이 MP3플레이어를 쓰신다는 게 무척 흥미롭게 들렸습니다. 곧장 MP3플레이어를 사서 트로트와 경음악 등을 내려받은 뒤 어머니께 선물했죠. 예상보다 훨씬 좋아하셨어요. 그동안 어머니 세대를 제 생각대로만 판단했던 겁니다.”사명에 들어 있는 웰빙(Well being)이 요가나 자연식품 등을 대표하는 말처럼 알려져 있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웰빙은 ‘자신에 맞게 누리는 삶’, 즉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 사는 삶’이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구성원도 광고회사 AE, 파티플래너 출신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모였다. 호텔과 관광경영을 전공한 그녀는 오스트리아 유학시절을 떠올리며 이 사업을 준비했다고 말한다.“중년부부가 함께 여행하는 모습에 익숙해 있다가 귀국하니 우리나라가 왠지 낯설더군요.”그녀는 “작지만 깊이 있는 유럽스타일로 4050세대만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가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