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회등록인가 = 뒷문등록(backdoor listing)이라는 별칭처럼, 일종의 편법을 사용한 기업공개(IPO) 기법이다. 기본적으로 장외기업과 등록기업이 합병했을 때 우회등록이라 할 수 있다. 어느쪽이 흡수를 했든지 어쨌든 비등록기업의 주식이 공개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중에서도 특히 외형적으로는 등록기업이 장외기업을 흡수한 형태의 합병이지만 실제로는 장외기업에서 경영권을 취득했을 경우가 등록을 목적으로 한, 우회등록 합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칼로 무 베듯 딱 잘라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두 회사간의 합병이라는 것이 ‘등록도 하고 합병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때’ 성사되는 것이지 단순히 등록을 위한 방편으로만 쓰인 경우는 실제로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특정 합병 사례를 두고 ‘우회등록’이라 불러도 정작 당사자들은 ‘우회등록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왜 우회등록 택하나 = 기본적으로는 심사를 통과해서 IPO를 하는 것이 여러모로 더 유리하다. 등록 후에도 내내 ‘뒷문을 열고 들어온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혹시 코스닥 등록기업이 될 수 있는 겉모양만 갖추고 있고 속은 부실한 기업이 아닌지 의혹의 눈초리가 쉽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 우회등록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주주들의 압박 때문이다.최근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2~3년생 기업들은 창업 초기 에인절이나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곳이 많다.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하는 주주들의 압박은 심한데 등록 심의와 절차는 까다로워져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우회등록을 하면 이 같은 절차에 드는 비용과 노력을 줄일 수 있고 시간도 훨씬 빠르다.또한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기업 대표 등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경영자들 역시 투자금을 환수할 수 있는 빠른 방법이기도 하다. 코스닥 등록을 추진 중인 D기업의 재무팀장은 “점차 거세지는 주주들의 압력을 견디다 못해 매물로 나온 코스닥 기업 중 살 만한 곳이 없는지 물색 중이다”고 말했다.또한 그는 “심사기간이 길어지면서 경영진이 제품생산과 영업 등 본연의 업무에는 소홀하고 등록업무에만 매달리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더라”며 “그러느니 차라리 우회등록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거래소 우회상장 사례 = 싸이더스HQ와 라보라전혀 성격이 다른 두 기업간의 합병이다. 라보라의 최대 주주였던 ‘기업구조조정 IMM2호’는 9월15일 정훈탁 대표와 싸이더스HQ에 라보라 지분 21.41%(651만6,000주)를 매각했다. 이로써 싸이더스HQ가 라보라의 최대주주가 됐다. 두 회사는 내년 1분기에 합병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서 엔터테인먼트업체인 싸이더스HQ는 라보라를 통해서 거래소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라보라는 여성용 속옷과 스타킹 등을 만드는 업체로, 97년 거평그룹에 인수됐다가 외환위기 직후 부도를 맞았다. 4년 동안 법정관리 상태였다가 2002년 3월 벗어났지만 적자를 내는 상태였다.싸이더스HQ는 종전에 영위해 오던 연예매니지먼트 등 엔터테인먼트사업을 라보라를 통해 펼칠 것이며, 내의류사업 등 기존 라보라의 사업도 계속 가져간다고 밝혔다. 싸이더스HQ 소속 스타들을 활용, 스타마케팅 등을 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시너지보다는 우회상장을 합병의 가장 큰 효과로 보고 있다.▲코스닥 우회등록 사례 = 다이알로직코리아와 인프론테크놀로지장외기업인 다이알로직코리아와 코스닥 등록기업 인프론테크놀로지의 흡수합병은 유사 업종이 결합한 경우다. 95년 문을 연 인프론테크놀로지는 클라이언트와 서버 사이에 위치하는 소프트웨어인 ‘미들웨어’를 주로 개발하던 회사로, SI업체들을 통해 최종사용자들에게 제품을 공급하고 있었다.2001년에 코스닥에 등록했는데 그해 닥친 SI시장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01년에는 1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다음해인 2002년에는 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에 횡령사건이 있어 6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상태다.한편 다이알로직코리아는 96년 설립돼 전자통신장비, 인터넷 솔루션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과 판매를 주로 해오던 회사. 양사 합병을 통해 다이알로직코리아 한기원 대표가 인프론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 및 대표가 됐다.한대표는 “단순한 머니게임이 아니다”면서 우회등록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내려 애썼다. 그는 “향후 양사의 장점을 합쳐 광통신, VoIP 등의 비즈니스를 영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우회등록, 긍정적 부정적? = 백도어 리스팅(backdoor listing)이라는 우회등록의 별칭에서도 풍겨 나오듯, 우회등록에 대한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이다. 자격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의 뒷문을 열고 들어옴으로써 그러지 않아도 혼탁하다는 ‘시장물’을 흐리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또한 우회등록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장외기업에 대한 적절한 가치평가가 이뤄지는가 하는 점이다. 장외기업이 실제 가치보다 뻥튀기돼서 평가될 경우 등록기업 주주가 피해를 입게 된다.또 반대의 경우도 있다. 겉모양은 그럴 듯했으나 코스닥에 등록했다는 사실 외에는 별다른 가치가 없는 등록기업과 장외기업이 합병하면 장외기업 주주의 손해다. 또 감독당국은 인수합병시 주가가 급등락할 경우 주주들이 단기간에 시세 차익을 남기고 시장을 빠져나가는 투기화를 우려한다. 특히 지난 2001년 이미 한차례 우회등록이 유행했을 당시는 코스닥 버블로 인해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챙기려는 목적의 우회등록이 성행했다. 하지만 시장상황이 나쁜 지금은 이 같은 우려는 많이 줄어든 상태다.이에 따라 우회등록을 무조건 나쁘다고 매도해서도 안된다는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코스닥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자격이 없는 회사가 코스닥이나 거래소에 입성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M&A를 활성화하고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측면을 보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도 없으며, 이것도 등록의 한가지 방법임을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