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빨간 내복.’한 인터넷 포털 업체가 내건 지하철 광고의 카피문구 중 일부다.‘첫 월급과 빨간 내복’을 주제로 한 이 광고는 무더운 여름날이지만 취업만 된다면 내복을 사는 일도 기쁜 일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이제 청년실업은 이처럼 광고에 반영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7.5%로 지난해에 비해 1.3%포인트 높아졌다. 또 청년실업자는 38만5,000명으로 전체 실업자 중 절반을 차지한다.더욱 심각한 것은 통계청이 발표한 실업률은 구직 포기자를 감안하지 않은 숫자라는 점이다.온라인 채용업체 인크루트는 지난 8월 초 구직자 3,0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28%가 ‘취업포기 상태’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원인은 ‘기업의 고령화’다.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기업 근로자의 평균연령은 36.5세로 90년 32.6세, 99년 35.9세에 이어 계속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국내 기업의 76.4%는 올 3분기에도 채용 계획이 없거나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형편이다.‘이력서 100장 쓰기’는 기본이쯤 되니 구직을 위한 이 시대 ‘청년’들의 몸부림은 눈물겨울 정도다. 한 취업정보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구직희망자들이 100장 이상의 이력서를 써본 경험을 갖고 있다. 또 TV 광고에서는 한 젊은이가 로프를 타고 빌딩을 내려와 사장실 창문에 ‘사장님 꼭 보세요’로 시작하는 이력서를 붙이는 장면이 방영되기도 한다.따라서 최근 대졸 신입구직자들의 비상구로 떠오른 것이 인턴십이다. 일부 기업에서 간간이 모니터 형식 정도로 진행되던 인턴십을 특히 대학 쪽에서 적극 나서서 마련하고 있는 추세다. 취업을 앞둔 학생들을 그야말로 ‘경력 같은 신입사원’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한양대 등 50여개의 대학이 이처럼 기존 인턴십에서 한단계 발전된 기업연계 인턴십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대개 산학협동으로 진행돼 인턴활동이 학점으로 인정되고, 또 입사지원시에 혜택을 받는 형식이다.조연주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200여개 기업을 방문한 끝에 현재 50여개의 기업에서 학생들이 인턴으로 활약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방학을 이용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구직자들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인턴십에 뛰어들고 있다. 국민대 경제학과 4학년 홍유빈씨(22)는 지난 6월 중순 3~4곳의 홍보대행사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평소 전공과는 거리가 있는 홍보직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인턴직원으로라도 홍보 업무를 경험해 보고 싶었던 것. 그녀는 용기 있는 시도 덕분에 결국 7월부터 2개월간 미디컴이라는 대행사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홍보가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좋은 기회였어요. 특히나 제 적성을 새롭게 발견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결국 우리나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가 다양하지 못한 탓에 인턴활동이 진로결정의 나침반 역할까지 해내고 있는 셈이다.물론 인턴십이 만능열쇠가 되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까지는 단기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고 있을 뿐 체계적인 매뉴얼도 갖춰지지 못한 상태다. 또 인턴십은 어느 정도 신규채용 계획이 있다는 전제하에 운영될 여지가 커 지금과 같은 어두운 채용전망 속에서는 활성화를 기대하기에 여전히 무리가 있어 보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이라도 경력을 쌓으려는 우리시대 청년들에게 인턴십은 미미하나마 ‘백수탈출’을 돕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돋보기 인턴십 성공하기 7계명‘무엇이든 악착같이 해내라’1. 악착같이 버티기 : 끝까지 업무를 잘 마치는 게 중요하다. 원하는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이유로 포기하면 남는 것이 없다. 끝까지 마무리하면 무엇이라도 하나는 건질 수 있다.2. 인맥 쌓기 : 인턴시험을 보러 가면 여러 면접장소에서 대부분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결국 여기서 알게 된 친구들이 사회생활에서 큰 도움이 되리라는 확신이 든다. 학교친구들뿐만 아니라 인턴생활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 돈독한 친분을 쌓아두는 것도 중요하다.3. ‘작업’하듯 회사를 관리하라 : 시험에서 떨어져 일할 기회를 잃게 됐더라도 ‘좋은 경험이었다’는 후속 편지를 보내는 것이 좋다. 언제 다시 정식면접을 보게 될지 모를 일이다. 남녀 사이만이 아닌 회사와 구직자 간에도 ‘작업’이 필요하다.4. 소속감을 가져라 : 학교에서 배운 게 회사가 처한 상황에서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배웠는데요’ 하며 학교에서 배운 것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회사 형편과 자기 생각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5. 열린 자세 : 무엇이든 배우겠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사회는 냉정하다. 학생이라는 면죄부가 남아 있을 때 많이 배워둬야 한다.6. 인사 잘하기 : 어느 회사, 어느 부서에서 일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 누구라도 내 선배가 될 수 있다. 최소한 ‘인사 잘하던 그 아이’로 기억되지는 않을까.7. 숲을 봐라 : 여러 부서를 다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자신의 진로를 결정짓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