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맛을 입안 가득히 채우면서 사르르 녹는 필름형 구강청량제가 일본시장의 화제상품으로 떠오르며 기업과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롯데가 지난 2월 ‘쿨 쇼크’의 브랜드네임으로 판로개척에 나선 데 이어 3월부터는 고바야시제약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고, 미국계의 화이자제약도 9월 시판을 앞두고 있어 판매 초기부터 화끈한 대공방전이 예고되고 있다.3사의 제품이 가진 공통적 특징은 초박형의 필름 상태로 만들어진 다당류 물질에 박하맛을 첨가한 후 강력한 살균, 구취제거의 효능을 부여한 것. 필름의 두께는 40~55㎛(1㎛는 100만분의 1m)로 업체별로 모두 다르지만 대략 가로 2cm, 세로 3cm의 크기로 돼 있다. 투명한 플라스틱 케이스에 24장씩 들어 있는 것도 3사 제품이 똑같다.필름형 구강청량제는 화이자가 미국시장에서 ‘리스테린 포켓팩스’라는 이름으로 2001년 선보인 제품이 시판 첫해부터 매출 200억엔대의 초대형 대박상품으로 자리를 굳힌 것이 일본시장 등장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고바야시제약은 미국 출장길에 이 상품을 접한 고위 임원이 “당장 비슷한 상품을 만들어내라”고 개발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제품개발에 착수한 것이 2002년 봄으로 고바야시제약에 한발 뒤졌지만 과자와 껌 제조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선점 경쟁에서 가장 발빠르게 움직였다.일본 전문가들은 필름형 구강청량제가 미국시장의 빅히트에 자극받아 태어난 상품임이 분명하지만 원래 태생은 일본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상품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일본 메이커들이 복을 스스로 걷어차자 미국 메이커가 이를 덥석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화이자가 원료로 사용하는 다당류 물질(플루란)은 오카야마시의 한 중소기업에 의해 오래전 개발됐으며 10여년 전에 이미 플루란을 이용한 필름 형태의 과자가 시장에 나와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보고다. 화이자는 지난 96년 플루란의 활용 가치를 주목, 연구를 거듭한 끝에 구강살균제로 높은 지명도를 갖고 있던 리스테린의 이름을 딴 청량제를 개발해 대형 홈런을 쏘아올린 것이었다.화이자가 일본시장 개척에서 롯데와 고바야시제약에 기선을 빼앗긴 것은 리스테린 포켓팩스의 강력한 살균력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입안에 넣으면 30초 내에 99.9%의 완벽한 살균력을 발휘한다는 효능으로 인해 기호식품이 아닌 의약부외품으로 분류됐으며 이에 따라 일본 정부의 까다로운 승인절차를 거쳐야 했다. 화이자는 2001년 9월 시판허가 신청을 냈지만 거의 2년 후인 지난 6월에야 승인이 떨어져 앉아서 후발업체들에 덜미를 잡힌 격이 됐다.롯데는 10년 전 유사제품 개발을 계획했다가 시장성이 없다는 내부의 반대에 밀려 포기한 전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쿨 쇼크 개발과정에 일부 실무자들은 왜 그만둔 제품을 이제와 뒤늦게 만들려 하느냐고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가 플루란을 독점사용하고 있어 원료조달 길이 막힌 롯데는 협력업체가 특허를 가진 젤라틴을 제품원료로 쓰고 있다. ‘강한 박하향의 캔디’를 제품 컨셉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제품용기의 편리성에도 특히 신경을 써 소비자들이 쉽게 꺼내고 닫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고바야시제약은 타피오카에서 뽑아낸 전분을 원료로 사용하면서 ‘식후의 입냄새를 없애주는 상품’을 제품 컨셉으로 강조하고 있다. 제품의 특징은 한뿌리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마케팅 전략에서 3사가 내세우는 포인트는 저마다 다르다. 화이자가 ‘살균효과’를 강조한다면 롯데는 ‘캔디’, 고바야시제약은 ‘입냄새 제거’를 차별화의 초점으로 꼽고 있다. 시장선점에서 롯데에 한방을 먹은 셈이 됐어도 화이자는 첫해 매출목표를 롯데와 똑같은 40억엔으로 책정,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100억엔 이상의 시장을 놓고 구강청량제들이 벌일 싸움으로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