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여름철은 법원경매시장의 비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여름 법원경매시장은 고가 낙찰기록이 쏟아지는 등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하락하면서 경매에 나오는 물건수도 늘어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법원경매 전문가들도 “성수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경매시장으로 쏠린 투자자의 관심에 놀라는 눈치다.법원경매시장이 뜨거워진 것은 ‘5ㆍ23 부동산 안정대책’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분양권 전매 금지, 강남 재건축 규제 여파 등으로 주거용 부동산에서 대지, 상가, 임야 등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옮겨가자 경매도 덩달아 지명도를 높이기 시작한 것. 특히 대지나 임야 같은 토지는 높은 낙찰가율을 보이며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다.감정가보다 높은 낙찰가 ‘속출’지난 8월12일 오전 10시 입찰이 시작된 서울지방법원 본원 경매법정 앞에는 투자자 수십 명이 게시판과 경매정보지를 열람하며 삼삼오오 무리지어 있었다. 법정 안에도 입찰자가 들어차 최근의 관심을 대변했다.이날 입찰에 부쳐진 경매물건은 총 56건. 이 가운데 18건이 제 주인을 찾아 32.1%의 낙찰률을 보였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액)은 78.7%로 높은 수준이었다. 법원경매 정보제공업체인 지지옥션의 통계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법원 경매물건은 총 2만3,186건이 진행돼 7,531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32.4%으로 지난 6월의 30%에 비해 다소 상승했다.경매시장의 지표나 다름없는 낙찰가율은 평균 79.62%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4년래 7월 중 가장 높은 수치. 지난해 7월에는 71.3%, 3년 전인 2000년에는 겨우 56.1%에 그쳤었다. 통상 7~8월의 법원경매는 장마, 휴가철로 인해 부진하기 때문이다. 조성돈 지지옥션 차장은 “5ㆍ23대책 발표 이후 투자처를 잃은 시중자금이 물건이 풍부한 경매시장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밝히고 “전통적으로 낮은 낙찰가율을 기록하는 7~8월에 이처럼 높은 기록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특히 경기ㆍ인천지역의 낙찰가율은 92.1%를 기록해 이상열기마저 보이는 상황이다. 용도별로는 토지가 101.07%의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해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현상도 보였다. 최근 의정부지원에서 입찰에 부쳐진 파주시 문산읍의 임야 2,621평의 경우 감정가 8,664만원에 시작해 첫 경매에서 2명이 입찰에 참여해 9,500만원(낙찰가율 109.6%)에 낙찰됐다. 부천지원에서 경매에 부쳐진 김포시 대곶면 약암리의 전 486평 역시 감정가 9,642만원에 시작해 첫 경매에서 22명의 응찰자가 몰린 가운데 1억7,112만원(낙찰가율 177.47%)에 낙찰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 및 지방의 개발예정지역을 중심으로 도시지역 내 토지보다 비교적 저평가된 임야나 논밭을 낙찰받으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파트, 상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상승률이 낮고 향후 개발이익이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심리가 시중자금을 움직이는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경매 주택, 임대차 관계에 유의해야경기ㆍ인천지역의 토지와 더불어 서울지역 다가구주택, 아파트도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지역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86.5%였다. 또 일반주택은 96.32%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을 경매로 사들여 임대주택사업 등으로 활용하려는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이다.법원경매에 신규로 입문하는 투자자들 가운데는 이처럼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가 상당수이다. 지난 6월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하모씨(58)도 마찬가지. 그동안 저축한 여유자금 3억여원으로 노후대비책을 마련하자는 구상을 마치고 법원경매시장에 뛰어들었다. 입문 1개월 만에 지하철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인 서울 변두리지역의 소형 아파트 두 채를 연이어 낙찰받을 때는 모든 게 순조로운 듯 보였다. 그러나 두 채 가운데 한 채에 살고 있는 세입자가 전세권을 설정해 놓은데다 나머지 한 가구도 명도해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상태다.하씨는 주택을 경매로 살 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세입자라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 전문가들은 경매에 부쳐진 주택은 전세권 등 세입자 권리관계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세권의 경우 경매 이후에도 법적보호를 받을 수 있어 전세보증금을 낙찰자가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이사비, 밀린 관리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감정가보다 싸게 매입했다고 만족해하다가 웃돈을 부담해야 하는 낭패를 볼 수 있는 셈이다.이밖에 직접 현장조사에 나서 실제 입지여건, 건물의 상태, 세입자 동향 등을 확인한 후 입찰에 응하는 게 기본이다. 사전 권리분석을 간과하면 그만큼 곤란한 경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시간과 권리분석 능력이 뒤떨어진다면 경매 전문 대행사에 의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단 문제가 생길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변호사와 법무사에 의뢰하는 것이 안전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