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에 시세차익 … 재건축 대안으로 급부상

노후아파트 리모델링에 부동산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개월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지난 8월7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마포구 용강동 시범아파트가 입주자 만족도, 시세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게다가 올 11월30일부터는 주택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리모델링조합 설립 근거가 마련돼 소유자의 5분의 4 이상 동의를 얻으면 아파트 리모델링이 가능해진다. 종전에는 주민 100% 동의를 얻어야 리모델링 허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연말부터는 주민 80% 이상 동의를 구하면 나머지는 매수 청구를 통해 리모델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법적으로도 아파트 리모델링이 장려되고 있는 셈이어서 앞으로 리모델링시장 확대는 물론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전환도 기대된다.투자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평이다. 용강동 시범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 18평형 매매가격이 6,000만~7,000만원이었으나 리모델링이 완료된 현재는 1억9,000만~2억1,000만원선에 호가되고 있다. 주민부담금 5,000만원을 감안해도 13개월 동안 1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인근 서강부동산컨설팅의 김흥수 중개사는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가구와 비교하면 투자메리트가 월등한 게 사실”이라고 밝히고 “리모델링 아파트의 투자가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용강동 시범아파트 리모델링으로 ‘떴다’부동산업계에 아파트 리모델링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인 용강동 시범아파트는 완공과 함께 ‘강변그린’으로 이름을 바꿔달았다. 이 아파트는 총 9개동 300가구 가운데 1, 2동 60가구만 리모델링해 공사를 하지 않은 가구와 확실한 비교가 가능하다.2001년 9월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의 적용을 받아 리모델링 허가절차를 거친 최초의 공동주택단지인 이곳은 2000년에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긴급 보수를 요하는 D등급을 받은 후 리모델링이 추진됐다. 대한주택공사가 사업을 주관하고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았다.전용면적 53.67㎡(16.2평)는 변함이 없지만 리모델링 후 아파트 전면과 후면에 발코니가 신설돼 실제 사용면적은 4.5평 정도 늘어났다. 분양면적 18평형이 22평형으로 바뀐 것이다. 또 재래식 주방을 변경해 최신형 싱크대를 설치하고 방과 화장실 등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내부시설이 신축아파트 수준으로 바뀌었다. 설비와 배관 역시 전면 교체됐고 주요 구조체의 보수ㆍ보강도 실시돼 내구성도 크게 향상됐다. 초고속통신망 설치는 기본. 평면이 재구성되고 모든 설비가 최신형으로 바뀌어 사실상 새로 지은 것이나 다름없다.실제로 외형상이나 내부 모습이나 리모델링한 아파트와 하지 않은 아파트는 큰 차이를 보인다. 리모델링에 참여하지 않은 가구들은 현재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를 놓고 목하 고민 중이다. 대한주택공사 용강동 현장사무소의 서재우 과장은 “입주자 만족도가 높고 시세도 크게 올라 리모델링의 장점이 많이 부각됐다”고 밝히고 “다른 노후아파트단지에서도 문의전화가 많아 앞으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아파트가 많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이 아파트의 당초 리모델링 비용은 평당 260만원으로 총 4,700만원선이었으나 공사기간에 비용상승이 있어 공식적으로는 가구당 5,000만원 정도가 소요됐다.리모델링 아파트 증가세용강동 시범아파트의 완공과 때를 맞춰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아파트도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리모델링사업이 구체화되고 있는 아파트는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65동, 방배동 삼화아파트, 신사동 삼지아파트, 압구정동 현대 5차, 개포 공무원아파트, 방배동 궁전아파트, 압구정동 한양 5, 6차, 논현동 쌍용, 청담동 삼환, 수서동 삼익, 도곡동 현대, 대치동 청실, 풍납동 현대, 송파동 반도, 문정동 시영, 신천동 장미, 길동 신동아, 성내동 현대, 둔촌동 현대, 암사동 대원 등이다.서후석 명지전문대 부동산경영과 교수는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들은 이미 리모델링 가능성으로 인해 시세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리모델링 효과를 볼 아파트와 그렇지 못할 아파트의 옥석 가리기가 이미 시작돼 투자시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들 아파트를 비롯, 향후 리모델링시장은 급팽창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공동주택 리모델링시장은 2020년께 50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2001~2005년 사이에 6조5,093억원의 시장이 조성되고 2010년까지는 14조7,188억원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됐다.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으로 재건축 요건 및 절차가 대폭 강화된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재건축 시한이 준공 이후 최장 40년까지로 연장되는 등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단지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돋보기 / 리모델링 아파트 투자 주의점입지ㆍ현 시세 따져 ‘옥석’ 가려야노후아파트 리모델링이 마냥 바람직한 대안인 것은 아니다. 리모델링 인허가에 대한 정부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고, 아파트 구조상의 문제도 검증하기 어렵다. 신축 시세보다는 가격이 낮다는 점과 손쉽게 주민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어려움이다. 아파트 리모델링 투자에서 주의할 점을 짚어보자.첫째, 강남 송파 서초 등과 같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들 아파트는 리모델링 비용을 충분히 충당할 정도의 수준으로 아파트 시세가 고가로 형성된 지역이다. 특히 신축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리모델링 효과가 크다.둘째, 현재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종 세분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공동주택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일 가능성이 높은데 3종일 경우 지역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250%의 용적률이 법정 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의 용적률이 이 수준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베란다 확장, 지하주차장과 공동시설 확충, 계단식으로 변경 등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셋째, 재건축 대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노후아파트일수록 투자성과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즉 재건축이 용이하지 않은데다 시대에 뒤떨어진 평면설계 때문에 매매가격이 낮게 형성된 아파트일수록 리모델링으로 전환했을 때 그 효과가 크다.넷째, 현재의 평당 시세에 리모델링 비용인 평당 200만원(보통 150만~250만원 수준)을 합한 금액이 인근의 유사한 신축아파트의 평당 시세보다 20~30%는 낮아야 수익성이 있다. 그 정도의 가격대라야 리모델링과 관련된 각종 불확실성,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투자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서후석ㆍ명지전문대학 부동산경영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