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에서 외형순으로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애드와 금강기획은 올해 목표 취급고를 놓고 심한 자존심 경쟁을 벌였다. 서로상대방이 발표한 목표액수에 따라 자사 목표를 수정한 것. LG애드가 지난해 11월말 내부적으로 결정한 올해 목표액은 5천억원이었다. 금강기획이 이어 목표액을 5천5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발끈한 LG애드가 목표액을 5천1백억원으로 높였다. 현재 LG애드가 최종적으로 공표한 목표액수는 5천5백억원. 금강기획은 이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LG애드가 아니다』(금강기획 양동영국장)라며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금강기획은 공공연하게선포해온 21세기 세계 일류 광고회사가 되기 위해서라도 올해 기필코 LG애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2위자리를 지키려는 LG애드와 이를 뺏으려는 금강기획 사이의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한 실정이다.광고업계에서의 순위는 취급고로 따진다. 취급고란 한 광고대행사가 수주한 전체 광고물량을 말한다. 실제로 광고대행사의 매출액이라고 할 수 있는 광고대행사의 몫은 수수료로 받는 전체 취급고의11~15%에 불과하다. 광고대행사의 취급고 몇천억원은 매출액 몇천억원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취급고가 클수록 그 광고회사가제작한 광고수와 수수료가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취급고는 광고회사의 순위를 정하는 바로미터로 사용되고 있다.얼마전까지만 해도 광고대행사들은 취급고 순위에 별 의미를 두지않았다. 업계 순위는 어차피 계열사의 광고물량에 의해 결정되기때문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그룹 전체 광고를 계열 광고대행사에전담시켜 왔기 때문에 광고회사가 노력을 한다해도 갑작스럽게 외형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계열 광고대행사를 두는 하우스에이전시 관행으로 인해 9대 광고회사는 늘 큰 변동없이 그대로 유지됐다. 광고업계는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이 없는 무풍지대였던 셈이다.◆ 금강, 취급고 82%성장 대홍 따돌려조용한 광고업계에 지각변동의 바람을 몰고온 장본인은 금강기획이다. 93년 업계 순위 6위에 불과하던 금강기획이 94년초 채수삼사장취임후 1년만에 코래드와 오리콤을 제치고 4위로 뛰어올랐다. 94년에 금강기획은 취급고 3천1백8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0.2%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82.3%의 성장률을 보이며 부동의 3위였던 대홍기획마저 따돌렸다.금강기획의 갑작스런 부상에는 채수삼사장의 개인적인 의지가 많이작용하고 있다. 채사장은 현대중공업 상무, 현대정공 전무 및 부사장, 현대자원개발 대표이사 부사장, 현대건설 부사장을 거쳐 94년1월에 금강기획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령받은 인물. 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친 화려한 경력의소유자다. 이런 채사장의 눈에 금강기획이 만족스러울 리가 없었다. 금강기획에 발령받은 후 채사장은 공격적 경영으로 외형 늘리기에 주력한다. 94년에만 서울우유 동부건설 볼보 등의 신규 광고주를 영입했으며 지난해에도 동원산업 로제화장품 신원 상아제약등의 신규 광고주를 확보했다. 경쟁 업체에서는 채사장의 경영방식이 예술적인 창의성이 필요한 광고업계에서는 낯선 「현대식」 기업경영이라고 보고 있다.금강기획의 외형 불리기는 직원수에서도 드러난다. 93년 2백16명이던 직원이 94년 3백31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금강기획의 케이블TV인 현대방송 직원을 제하고도 4백92명으로 증가했다.대홍기획 코래드 오리콤 등은 금강기획의 급성장으로 상대적으로밀려난 불운의 업체들이다. 부동의 3위였던 대홍기획은 지난해 처음으로 4위로 밀렸다. 대홍기획의 강점은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백화점 등의 계열사를 광고주로 거느리고 있어 소비재 광고에 남다른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점. 그러나 금강기획의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코래드는 92년 6위에서 93년 4위까지 올라갔다가 94년부터는 5위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래드는 대우자동차와 대우전자 등 대우그룹관련 물량이 계열사인 해태그룹의 광고물량보다 많은 특이한 경우.대우전자와 우리자동차판매(대우자동차의 국내 판매법인)의 광고비만 대략 5백억원으로 광고업계 10위 업체인 서울광고기획의 1년치취급고 수준과 맞먹는다.오리콤은 매년 순위에서 밀리는 불운을 맛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가장 오래된 광고회사인 오리콤은 89년 3위에서 90년 4위로 92,93년에는 5위로 떨어졌다가 94년부터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나 6위에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오리콤에 정작 심각한 문제는 단순히 순위가 뒤쳐진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다. 94년에 대한항공 한국IBM존슨앤드존슨 등 다수의 대형 광고주를 잃었지만 그보다도 큰 타격은 계열사인 동양맥주의 간판품목인 OB맥주를 외국계 광고대행사인매켄에릭슨에 뺏긴 일.지난해초 오리콤의 공채출신인 민병수씨를 상무에서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변화를 꾀했지만 불행은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말 연간 광고비가 1백20억원 가량되는 동양맥주의 넥스를 다시 금강기획에 뺏겼다. 계열사인 동양맥주가 광고를다른 대행사에도 잇달아 공개하는 바람에 오리콤은 두산그룹 계열사라는 이점도 별로 못 누릴 처지에 놓이게 됐다.한컴도 93년까지 7위를 지키다가 94년부터는 동방기획에 7위 자리를 내주고 8위에 주저앉았다. 한컴을 제친 동방기획의 약진은 모그룹인 태평양그룹의 도움이라기 보다는 동방기획 자체의 크리에이티브가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동방기획은 태평양화장품의 트윈엑스와 그레이스백화점 광고에서 각각 X세대와 미시족이라는 단어를사용, 유행어로 만들었던 주인공.한컴은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간판을 삼희기획에서 한컴으로 바꾸고 모그룹인 한화그룹과의 통일성을 위해 CI(기업이미지통합)작업도 완료했다. 한컴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다각화로외형키우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9대 광고대행사중 유일한 독립광고대행사인 MBC애드컴은 92년이후 만년 9위로 자기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지난해 광고업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업체간의 급격한 성장률 차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9대 광고회사의 성장률은 광고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5대 광고대행사가 모두 20%이상의 고성장을 한 반면 6위부터는 한 자리수나기껏해야 10%대의 성장률밖에 유지하지 못했다.◆ 광고업계간 성장률 천차만별특히 상위 3개 업체인 제일기획 LG애드 금강기획 등 「빅3」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제일기획은 덩치가 커서 성장률이 31%로 LG애드나 금강기획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94년보다 1천4백억원의취급고를 더 올려 지난해 업계 최초로 6천억원을 달성했다. 1천4백억원은 7위인 동방기획의 전체 광고 취급액수 보다 많은 수치다.LG애드는 작년초에 이뤄진 그룹 CI의 영향으로 39.8%의 성장률을기록, 1천2백억원이 늘어났으며 금강기획은 82.3%의 성장률로 관련업계를 놀라게 했다.광고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인해 전체 광고시장에서 상위6대 광고회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94년 전체광고시장 4조2백80억원에서 상위 6대 광고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35.8%였다. 이 수치가 지난해에는 40.8%로 높아졌다. 지난해 전체광고시장 4조8천5백84억원 중에서 6대 광고회사가 1조9천8백12억원어치의 광고물량을 먹어버린 것이다.대형 광고회사들은 일부 광고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것에 대해 『국내 광고회사가 해외로 진출해 세계적인 광고회사로성장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LG애드 이윤엽부장)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세계 10대 광고대행그룹에 드는일본 광고회사인 덴츠와 하쿠호도가 일본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7%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덴츠 한 회사만 일본 전체 광고시장의 22.1%를 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대형 광고회사들은 세계적인 광고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덩치키우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일부 상위 광고회사의 독식현상은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추세에 따라 올해 광고업계는 상위 광고회사의 대형화와 중소광고회사의 자구책 모색이라는 두가지 방향에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상위 광고회사는 TV 신문 등의 4대매체 광고에서 벗어나 이벤트 스포츠마케팅 영화 음반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나가면서 종합 커뮤니케이션 그룹으로 성장하는 반면 중소업체들은 특수한 분야에 승부를 거는 전문회사로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얘기다. 대형화와 전문화로 양분되는 광고환경에서는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곧바로 별 특징없는 중소 업체로 전락하기 때문에 상위그룹간의 외형 불리기와 순위 다툼은 올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인터뷰 / 채수삼 금강기획 사장지난해초 금강기획이 취급고 목표를 전년보다 72% 성장한 3천억원으로 잡았을 때 관련업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지난해 12월말금강기획이 발표한 취급액수는 3천1백81억원. 82.3%의 성장률로 오히려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금강기획의 채수삼사장(53)은 그래도『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아직까지도 발전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처음 금강기획으로 와서 1년간은 광고전략과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마케팅부문에 투자를많이 했지요. 이제는 이 세가지가 삼위일체를 이뤄 광고주를 1백%이상 만족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합니다』채사장이 꼽는 금강기획의 성공 비결은 단연 사람에 대한 투자다.금강기획의 전체 인원수는 6백여명으로 2년전 처음 채사장이 금강기획에 왔을 때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숫자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금강기획 직원 중 해외에 나가보지 않은 사람이 한 명도 없을정도로 해외 연수 기회가 확대됐고 세계적인 광고인을 초청한 강연회도 자주 열렸다.신규사업에 적극 나섰던 것도 금강기획의 성공요인 중의 하나. 채사장은 『이벤트 프로모션 캐릭터사업 등 관련 분야로 사업을 넓혀4대매체 광고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것이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소개한다. 실제로 금강기획은 지난해 4대매체 이외의 분야에서전년대비 2백88%의 성장률을 보였다.금강기획은 내년에 5천50억원, 내후년에 8천억원의 취급고를 달성한 후 2천년대에는 1조원이 넘는 세계 일류 광고대행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 해외 광고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한편 영상사업 스포츠마케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 어렵지 않다는게 채사장의 설명이다.채사장은 『목표를 달성한 것보다 금강기획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열린 아시아광고대회에서 크리에이티브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것이더 기쁘다』며 외형이 커지는 만큼 내실을 다지는데도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