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를 마치고 들어온 김대리에게 여사원들이 비스켓을 권한다. 그다지 고마워하지 않는다. 오후 4, 5시께 외근을 마치고 들어오는 김대리에게 똑같은 비스켓이 주어진다. (마침 배가 고팠던)김대리는 『이거 맛있는데』라며 무슨 비스켓인지 관심을 보인다.가상의 얘기이지만 김대리는 얼마든지 모든 사람으로 확대시켜 생각할 수 있다. 점심식사후의 비스켓과 외근마치고 돌아왔을 때의비스켓은 같은 비스켓이지만 같은 게 아니다.이같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한다면 광고에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에 따라 광고효과는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이다.매체기획. 한국의 광고시장에도 서서히 매체기획이란 분야가 똬리를 틀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흡한 감이 없지 않지만 한국의 광고시장에서 매체기획분야은 빠른 속도로 정착돼 갈 것이란 전망이다.그 요인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절대적인 광고수요가 크게 늘고있는 것이며 둘째는 때맞춰 광고매체가 몰라보게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잡지광고시장 30.3% 급성장과거 광고회사들은 매체를 잡는데 급급했다. 중앙의 몇몇 일간신문과 방송 그리고 얼마안되는 잡지에 늘어나는 광고수요를 소화시키는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광고대행사들로서는 좋은 자리를 확보하는 게 능력을 인정받는 지름길이었다.94년 한국의 광고시장규모는 4조원을 넘었다. 지난해에는4조8천5백억원으로 1년사이에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잡지광고시장의 급성장으로 전년대비 30.3%의 높은신장률을 보였다.광고시장의 확대는 기본적으로 신제품출시가 크게 늘어난데 따른것이다. 한때 유명했던 맥주전쟁, 해마다 이어지는 신차종발표, 컴퓨터와 같은 정보화관련기기의 판매공세등으로 광고업계는 매체의부족을 느끼는 상황이었다.그러나 광고시장의 확대에는 또다른 요인이 있다.경제성장률(10%이하의 GNP성장률)보다 높은 광고시장의성장률(20%이상)은 패션중시 세분화된 소비층과 같이 이중삼중으로광고를 내게 만드는 요인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서점의 한쪽을 넓게 차지하고 있는 컴퓨터 패션 스포츠관련 전문지들은 그자체로 광고시장이 크지 않다고 해도 소비층이 분명히 「세포분할」했음을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광고매체의 다양화는 매체기획시대를 열고 있는보다 중요한 요인이다. 일간신문들의 증면, 케이블방송과 지역민방의 등장, 여성지 전문지 등 잡지의 다양화, 기존 공중파의 광고시간 증가, 위성방송시대의 도래 등. 매체수는 불과 1~2년 사이에 몰라보게 증가했다.최근에는 인터넷 등 PC통신들도 광고매체로서의 「자격검증」을 거치고 있다. 또 광고와 연결되는 각종 이벤트행사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하다. 케이블방송과 지역민방 등의 출현은그중에서도 최대의 변화로 꼽을만하다. 케이블방송은 뉴스 영화 오락 스포츠 여성 홈쇼핑 교양다큐멘터리 등 30여개 채널이 전문성을띤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또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4개지역에서 지역 민방TV도 안정된 궤도에 올라있다.다채널화 로컬화 및 이에 따른 방송광고의 수급불균형 해소는 방송시간대를 구입하는데 치중되던 광고회사의 매체업무가미디어믹스(매체조합)와 같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으로옮겨가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특히 케이블TV광고와 공중파방송의 광고는 세분화된목표집단(Target Audience)의 설정이라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방송이 기본적으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지만 케이블의 경우 바둑 교육 문화 영화 등으로 목표집단을 한결 세분화시킬 수 있다. 여기에서 미디어믹스전략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시장확대 … 광고 매체는 부족나아가 케이블에서는 상세한 정보전달과 상업성을 결합한 인포머셜광고라든지 프로그램의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중간광고(BridgeCommercial)등 첨단기법의 광고들이 시도되고 있어 광고효과는 보다 높을 수 있다. 물론 현재는 광고에서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는것이 케이블방송업계의 실정이다. 그러나 케이블망은 순조롭게 설치되고 있으며 각 지역유선방송국들이 합병된 MSO(Multi SystemOperator)가 등장할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한편 공중파방송에서도 프로그램광고방송시간이 전체방송시간의8%에서 10%로 확대되는 등 메시지전달시간이 늘어나 매체수요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주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는 TV광고에서고정광고물제도가 폐지됐다. 대신 3개월단위로 이뤄지는 청약물제도가 도입됐다. 그전에는 전체 광고량의 45%정도를 대기업 등 최초청약자들이 점유했다.중소기업이나 외국광고의 경우는 프라임시간대를 잡는 것이 하늘의별따기보다도 어려웠다. 그러나 제도개선으로 광고주체도 늘어나고동시에 다양해졌다.인터넷 등 PC통신가입자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여러 방식들이 등장하고 있다. 키노피아 인터애드파워넷 등 PC통신 전문광고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광고회사들이 인터넷같은 PC통신을 활용하는 것은 그것이 쌍방향성을 가진다는 측면과 다수의 사용자가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매체기획시대를 맞아 제일기획 LG애드 금강기획 대홍기획등 대형광고사들은 마케팅연구소를 세워 해당분야의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그러나 아직까지는 기획인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적인 데이터베이스등 기초작업이 역부족인 실정이다. 나아가 아직도 광고예산의 80%정도가 신문지면이나 방송시간을 사는데 들어가는등 매체기획이 싹틀만한 공간이 광고주들의 인식속에는 조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1년은 장기적 관점에서 매체기획의 출발점으로 자리할 것이 분명하다. 다양한 매체가 등장한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비과학적인 광고전략에 얽메이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 조재영 대홍기획 마케팅종합연구소 매체기획팀장『광고매체하면 쉽게 신문이나 텔레비전 혹은 잡지 등을 떠올리게됩니다. 그러나 좀더 곰곰히 생각해보면 매체라고 할 만한 것은 무궁무진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의 몸체는 물론 길가의 벽보판 등이모두 매체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사람들의 입에 한번 오르내리면비용없이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광고매체입니다.』조재영씨(39)의 직함은 (주)대홍기획 마케팅종합연구소의 매체기획팀장. 4대매체(신문 TV 라디오 잡지)에서 축구경기장의 펜스, 권투선수의 트렁크 등을 대상으로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광고효과를 낼수 있는 매체조합 방법을 찾아내는게 조팀장의 일이다.『일반인들은 판매부수가 얼마고 시청률이 몇%인가 하는 점에만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배고픈 사람을 앞에두고라면을 판매하는」식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바로 메시지의 접촉상황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접촉상황이야말로 광고효과를 높이는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매체기획은 판매부수나 시청률같은 매체의 전달력, 메시지의 접촉상황, 비용과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업무다. 과학적인 데이터들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일례로 직장인들은 아침에 화장실을 가면서 보통 신문을 들고간다. 메시지의 접촉상황을 고려해신문앞면에 변비약광고를 냈다. 과연 결과가 어떨까. 십중팔구는실패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변비약을 사는 것은 대개 여자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히려 여성취향의 지면에 광고를 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신문이란 매체에 대해서는 리스피알보고서, KMR보고서 등에 나오는 구독률을, TV의 경우는 미디어서비스코리아(MSK)가 발표하는 시청률데이터를 일차자료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일차적인 자료들이 합리적으로 매체기획을 하기에는 너무 허술한 실정이라고 그는 지적한다.사람들은 흔히들 한해 10억원어치 광고를 했느니 어떤 광고는 2억원이 들었다느니 하고 입방아를 찧는다. 그러나 과연 그같은 광고비가 적정했는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바로 이같은 적정광고비를 따져보는 일도 앞으로는 매체기획분야에서 담당해야 할 부분이다. 한 제품에 대한 광고 전후의 시장점유율 등을 다른 제품과 비교해보는 방식 등을 통해 광고비가 적었는지 불필요하게 많았는지를 검토해봐야 한다.『국내에는 매체기획 인력이 기껏해야 30~40명선입니다. 한개회사에만 이정도 기획가들을 확보하고 있는 광고선진국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상황이지요』. 그렇다고 전망마저 어두운 것은 아니다. 위성방송이나 케이블TV 각종전문지 등 매체가 대폭 늘어나고 있어 인재를 필요로 하는 커가고 있는 시장이라는게 조팀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