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뒤흔들었던 신디 크로프트의 비디오 미용체조는 사실은 체조의 새로운 방법을 알리자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늘씬한 다리, 절묘하게 부푼 탱탱한 가슴, 휘돌아감기는 가는 허리, 지긋이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재연되는 묘한 동작들, 말하자면미인의 여체를 구석구석 완벽하게 감상해보자는 것이 숨겨진 목적이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뒤틀리는 「곡선들」을 상상해 보는 것은 물론 보너스다.그래서 신디의 체조를 돕고있는 숙련된 조교는 언제나 어깨가 떡벌어진 말없는 변강쇠형 남성인 것이고 체조동작은 늘 적당한 각도에서 클로즈업되어 반복되고 있다.이것은 물론 훔쳐보기 심리의 충족이며 훔쳐보기를 만들어내는 또하나의 포스트 모던 스타일인 셈이다. 육체와의 전쟁으로 수십 킬로그램의 살을 뺐다는 한 이혼녀의 살빼기 비디오도 본질에 있어서는 이와 다를 바 없다. 가능하다면 완전히 벗고 미끈한 누드를 보여줄텐데라는 은근한 메시지가 암시되어야만 체조 비디오로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게 되는 것이다.「누드」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몇안되는 말중의 하나다. 누드는 「벌거벗은」 또는 「나체의」라는 뜻이지만 이 한 단어로부터 솟아나는 각종의 미학적 다양성에 대해서는 몇권의 책을써도 모자랄 지경이다.누드의 원조로 꼽히는 벨라스케스로부터 수십명의 풍만한 여인들이벌거벗고 목욕하는 장면을 그린 앵그르의 「터어키 목욕탕」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화장실벽에 휘갈긴 낙서에까지 누드는 온갖 종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채우기에 족한 것이다.누드(nude)는 그러나 똑같은 뜻을 가진 영어의 네이키드(naked)와는 본질에 있어서나 내용에 있어서 전혀 별개의 단어라 할 수 있다.누드가 처음 영국에 소개되었을 때 「네이키드」라는 저질스런 용어를 쓸 수 없어 불가피하게 누드라는 낡은 라틴어를 다시 쓰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누드는 확실히 특정한 시대의식의 산물이기도 한 것이다 (독자들은 특정한 시대의식이라는 이 말에 주목해둘 필요가 있다).나체는 물론 에덴동산 이후 언제나 존재해왔었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누드가 그려져왔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역사의 특정 시점에서만 찬란한 빛을 발하며 등장하는 시대적 표징이며 여기엔 그 시대를 특정지었던 특정한 경제체제와 여기서 도출되는 특정한 계급미학이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언제 왜 어떤 경제적 배경을 가지고 벌거벗은 누드가 인간 인식의영역에 등장했던가를 차차 탐구해보자.정화담·성풍속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