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삼우들은 올해로 네돌째를 맞는 어린 회사다. 그러나 덩치는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매년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11월에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최첨단 컴퓨터 관련 전시회인컴덱스쇼에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독자적으로 참가, 주위를 놀라게 했다.지난해에는 1백30만달러어치의 수출실적을 기록, 올 11월에 수출탑수상자로 선정돼 있다. 지난 95년 매출액은 52억원에 달한다. 94년의 6억5천만원보다 무려 8배나 불어났다. 창업초년도의 매출액 1억원과 비교할 때 엄청난 성장인 셈이다.삼우들의 주요 생산품목은 컴퓨터에 들어가는 비디오카드(영상카드)와 기억장치, 멀티미디어카드 등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컴퓨터 관련 최첨단 부품이 삼우들의 주요 생산품인 셈이다. 정보통신과 관련된 첨단업종이 전반적으로 호황이긴 하지만 삼우들의 성장은 단순히 첨단산업 경기 활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대기업 부품 설계도 용역으로 시작조종원사장(42)의 치밀한 창업계획과 사업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삼우들같은 작은 회사가 잇단 중소기업의 부도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잡아나가지 못했을 것이다.조사장은 13년의 직장생활 끝에 창업한 케이스. 조사장의 직장생활은 78년에 대한전선에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83년에 대한전선이 대우전자로 합병된 이후에는 쭉 대우전자에 근무했다. 사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된 시기는 대우전자로 자리를 옮긴 83년 무렵.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좀더 자유롭고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그러나 사업가의 꿈은 어린시절부터 있었다. 조사장은 부모님이 이북에서 내려와 남한에 기반이 없었던 탓에 어린시절에 지독한 가난을 경험해야 했다. 대학도 거의 고학으로 졸업하다 시피했다. 가난하다 보니 기업의 사장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고 부러워하다보니 사장은 자연스레 어린시절의 장래희망이 됐다.83년 창업을 결심한 이후에는 직장에 다니면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차근차근 세워나갔다. 92년에 이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들어 사표를 던지고 저금한 돈과 퇴직금(2천3백여만원)을 모아 5천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직장에 다니며 10여년간 사업에 대해 구상해왔다고 자부했지만 막상 회사를 나오니 막막하기만 했다. 거의 두달을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지내다가 어렵게 사무실을 마련하고 대기업에 컴퓨터 부품 설계도를 그려주는 일을 시작했다.대기업의 용역을 받아 하는 일이라 매출액이 적어도 망하지는 않을것 같았고 설계도 그리는 일은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자본금이 적어도 그런대로 시작할만 했다. 조사장의 이런 예상이 적중, 사업은 순풍에 돛단격으로 잘 나갔다.대기업의 컴퓨터 부품 설계도 용역업무를 진행하는 한편 조사장은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계속했다. 컴퓨터 부품 설계도 작성에서벗어나 컴퓨터 부품 생산에까지 손대기 위해서였다. 어느정도 기술축적이 이뤄진 93년부터 소량이나마 컴퓨터 부품을 직접 생산하기시작했다. 부품을 생산하긴 했지만 어디다 납품하느냐가 더 큰 문제였다.조사장은 거래선을 뚫기 위해 직접 자사 제품을 들고 대기업을 돌아 다니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해 삼우들의 부품은 LG전자의 심포니컴퓨터에 채택됐다. LG전자라는 안정적인 거래선을 확보함으로써 급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삼우들은 94년 매출액의 8배에 달하는 5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삼우들은 국내 시장뿐만이 아니라 해외에도 눈을 돌려 해외 거래선확보에도 힘쓰고 있다.지난해에 홍콩과 대만에 각각 4억5천만원, 3억1천만원어치의 물량을 공급한데 이어 지난해 11월부터는 아랍에미리트공화국에도 비디오카드 수출을 시작했다.◆ 자체브랜드, 실리콘밸리에 연구소설립이 꿈올해는 수출지역을 일본 캐나다 유럽 등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장기적으로 매출액의 40% 정도를 수출한다는게 기본 방침이다. 국내 시장만 바라보고 장사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인 것이다.사업을 시작할 당시 조사장과 여직원 한명밖에 없었던 직원도 현재는 18명으로 늘어났다. 다음달에는 8명이 새로 들어온다. 변변한공장도 없어 하청업체에 생산을 맡겨왔는데 지난달에는 군포에 자체 공장도 마련했고 자본금도 2억5천만원으로 늘어났다.조사장은 『직원 1인당 매출액이 3억2천만원으로 평균적인 다른 회사의 3배가 넘는다』고 말한다. 그만큼 삼우들의 인력이 우수하다는 자랑이다. 실제로 18명의 직원중 8명이 기술인력이다. 삼우들이란 사명 자체가 「삼우의 사람들」에서 따온 것이다.조사장은 『우린 가진 게 사람밖에 없다』고 밝힐 정도로 좋은 인재를 모으기 위해 각별히 노력한다. 조사장이 우수한 사람들을 확보하기 위해 최우선으로 삼는 원칙은 자기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회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복장을 자율화하고 직원들끼리 잦은 대화를 가지도록 유도하며 회의도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토론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직원들에 대한 교육투자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우선 기술개발쪽 직원들이 KAIST에서 박사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아직까지는 작은 회사지만 삼우들의 장래 포부는 원대하다. 올해의매출 목표액은 1백억원. 올해 벌어들인 돈을 기반으로 내년부터는자체 브랜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마케팅에 투자할자금이 없어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만 고수해왔는데 매출액이 1백억원을 넘어서면 자체 브랜드 개발도 어렵지 않다는 계산이다. 자체 브랜드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성장해나가는데 한계가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삼우들의 또다른 꿈은 첨단산업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자체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의 연구소 설립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지금은 막연한 꿈에 불과하지만 올 6월에 열릴 미국 컴덱스쇼 출품을 준비하는 삼우들 직원들의 모습 속에서 실리콘밸리 연구소와 세계를 제패하는 자체 브랜드 개발이 마냥 먼 일은 아니라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권성희 기자★ 미니 인터뷰 / 조종원 사장 미니삼우들의 조종원사장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경영인이 아닌 것 같은느낌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한 기업체의 사장이라면 책을 읽어도 경영서적을 주로 읽고 최신 경제동향이나 경제정책 변화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 조사장은 그런 편견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사람이다.『경영서적은 거의 읽어 본적이 없습니다. 주로 소설책을 읽죠. 최근에는 양귀자씨의 「천년의 사랑」을 읽기 시작했는데 손에서 놓기가 힘들 정도로 흥미진진하더군요』경영서적보다 소설책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컴퓨터 기술동향에 관한 책은 열심히 탐독하며 업계에 돌아가는 얘기도 놓치지 않으려고노력한다. 『업계 정보에는 늘 귀를 열어 두고 있습니다. 컴퓨터관련 산업은 작은 변화에도 영향을 크게 받는 분야이기 때문이죠.정보는 빠른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정확한가가 관건입니다.』조사장은 사업을 하면서 정확한 정보와 틀린 정보를 가려내는 일이가장 어렵다고 토로한다. 힘든 판단을 내려야 할 경우 조사장이 의존하는 것은 감이다.조사장이 말하는 감이란 미래를 예측하는 일종의 능력을 의미한다.초능력과 같은 비과학적인 것은 물론 아니다. 『시장을 신중하게살펴보면서 깊이 생각하면 앞으로 어떻게 변하겠다 하는 감이 생기는 것 같다』는게 조사장의 설명이다.조사장이 감을 중시하는 이면에는 중소기업인으로서 겪었던 고충이숨어있다. 자금 부족으로 늘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생각에 생각을거듭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대기업의 주문서가 있어도 담보가 없으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가 없었습니다. 담보로 잡힐게 아무것도 없는 저로서는 늘 대출할수 있는 돈의 한도 내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죠.』가지고 있는 돈의 한도 안에서 사업전략을 세우고 계획대로 진행하다보니 자연히 시장을 꼼꼼히 살피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감이라는게 생기더라는 얘기다. 적은 돈으로 차근차근 사업을 진행시켜오다 보니 얻게된 사업가적인 능력인 셈이다.조사장은 회사의 외형이 커지는 것도 좋지만 직원들이 꿈을 가지고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일터로 삼우들을 키워나가는게 더 중요하고큰 목표라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