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처럼 성격이 급한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다고들 한다. 아마 급속한 경제성장과정에서 그런 급박한 성격이 생겼다고생각한다. 빨리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이 급속한 변화과정에서 기회를 포착하는데 유리했을 테고 그 덕분에 경제성장도 빨리 할 수있었을 것이다.그러나 이제 고도성장시대를 지나 성숙한 성장기로 접어들면서 빠른 판단과 행동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각종 대형사건과 사고들이그 예이다. 지난해에 있었던 어이없는 사고들의 원인으로 한결같이절차를 무시하고 꼼꼼히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이 지적되고 있다.일상적인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조급한 행동은 단지 일처리를 그르치는 것 뿐만 아니라 경제적 비용을 높이는 경우가 있다. 줄서는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관찰결과가 나온다.우리나라 사람들과 서양인들의 줄서는 방법은 차이가 있다. 예를들어 은행에 여러 창구가 있을 때 줄 서거나 기다리는 방법이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은 각 창구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각각 줄을 만들어 기다리고 있다. 이에비해 서양사람들은 일렬로 줄을 서 있다가 업무가 끝난 창구에 순서대로 다가간다.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 줄이 빨리 끝나는가를 계속 눈치보고 있다가 이줄 저줄로 줄을 옮기게 된다. 경우에 따라 운이 좋으면 빨리 업무가 끝나는 줄에 갈 수가 있다. 앞사람의 업무가 지체되면 알게 모르게 앞사람에게 불평을 하거나 슬쩍 옆으로 와서 사람을 밀치게 된다. 이렇게 되어 서로 불쾌하게 된 경험이 아마 한두번쯤 있을 것이다.이런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은행이나 슈퍼마켓에서 들어온 순서대로고객에게 번호표를 나눠 주는 기계가 있다. 객장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 만든 기계로서 편리하게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줄서는 방식이 원래 달랐더라면 전혀 필요없는 기계가 생긴 것이다. 한 줄로 기다리다가 업무가 끝난 창구에 들어온 순서대로 갔다면 이 기계의 필요성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이 기계를 도입한 만큼 은행의 경비는 더 들었을 것이고 이것은 결국 고객의 이익을 줄이는 것이다.줄서는 방식이 다름에 따라서 외국여행을 하다가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창피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작년 여름에 미국에서 단체여행을 하면서 집사람에게 얼굴이 붉어질 이야기를 들었다.유명 관광지의 여자 화장실에 사람들이 몰렸을데 한국사람이 실수한 이야기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한줄로 기다리다가 빈 화장실에들어가는데 이 사람만 여기저기 화장실을 기웃거리다가 결국 답답해서 문을 두드리고 별 반응이 없자 바닥에 고개를 디밀어 사람이있는지 확인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런 일도 아니지만미국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무례한 일을 한 것이다. 정작 문제는다른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 한국사람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큰 소리로 떠들면서 줄 설 생각은 안하고 재빨리빈 화장실에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관습의 차이라고 치부할지 모르겠으나 세계화를 외치는 시점에서보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런 관습의 차이가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를 나쁘게 해 상품의 질을 낮추고 제품의실질 비용도 높이는 문제가 있다. 「문화도 경쟁력」이라는 것이실감난다.19세기 캐나다의 무명 경제학자 레이(John Rae)는 인디언과 유럽이주민의 생활차이가 왜 생기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연구하면서 결국 이주민은 우회적 생산을 위해 소득의 일부분을 축적하는데 비해인디언은 축적을 하지 않는데 있다고 보았다.미래를 위해 기다리는 지혜가 생산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통적 윤리에 있었던 「은근과 끈기」를 잘 살려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