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됐다.』 「4·11총선」이후 정책당국과 재계의 반응을 한마디로 나타낸 것이다. 신한국당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깨고 선전한데 대한 안도감의 표현이다. 지난 88년 여소야대때 경제가 정치논리에 좌우됐던 악몽이 반복되지 않고 정책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적토대가 확보되어서다. 여당이참패했을 경우 정국불안으로 인한 경제정책혼선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던 경제계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주가가 13일 20.6포인트나 급등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당이 선전했다고 해서 총선이 경제에 미친 후유증이 일시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총선을 거치면서 이완된 분위기를 다잡고 각종 선심성 정책들을 추스르는 과제가 남아있다. 부도어음에대한 부가세 면제, 근로소득세 경감, 소득표준율과 증권거래세율인하등으로 조세수입이 7천억원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지역개발공약은 수도 없이 남발됐다. 파급효과에 대한 충분한 분석없이 급조된 공약의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세금은 줄이되지출은 늘린다」는 모순된 공약사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큰관건이다.그동안 집행을 미뤄왔던 사안들을 조속히 시행하는 것도 시급하다.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위한 민간자본유치와 대구 위천공단등이해상충지역의 개발문제 및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폐기물처리장 선정 등은 더 이상 미룰수 없는 것들이다.단기적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가안정이다. 현재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말까지 물가는 2.2% 올라 작년 같은 기간(2.4%)보다 낮았다. 그러나 복병은 곳곳에 있다. 선거기간중에풀린 돈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압력을 무시할 수 있다. 금융계는 지표에 안잡히는 선거자금이 1조원가량 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지난 2월 설전후로 풀린 1조원이 환수되지 않고 장롱속에 머물러있다가 선거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이 분석이 맞다면 물가에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안정·금리안정 등이 주요과제금리안정도 중요하다. 시중실세금리가 11%대로 떨어지는등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선진국의 2배가량이나 된다.금리가 다시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금융전문가들의 대체적인분석이기는 하나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관리를 강화할 경우 언제 또다시 반등할지 불안한 실정이다. 지급준비율 인하라는 칼을 뽑은만큼 금리의 한자리수 정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경상수지 적자도 발등의 불이다. 지난 1/4분기중 경상적자는 41억달러로 전년동기보다 21.7%(6억3천만달러) 늘어났다. 3월엔 증가세가 다소 주춤하고는 있으나 경제운용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상수지는 적자를 보이고 있는데도 원화환율은 떨어지는(원화가치상승)현상도 경제를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주식투자한도 확대와 자본자유화 정책등으로 인한 자본유입으로원화가치는 계속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수출업체의 대외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상적자를 확대하는 악순환이 초래될 가능성이 적지않다.연착륙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가 「불시착(hard landing)」하지않도록 미조정하는 것도 숙제다. 1/4분기중 경제성장률은 7%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작년보다는 2%포인트 가량 낮으나 잠재성장률수준이어서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재정의 조기집행등 정책에 의해 유도된 측면이 강하다. 설비투자증가율이 작년보다 절반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어서 마음을 놓을수없다는 말이다.단기대책외에 그동안 미뤄왔던 구조개선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임무도 남아있다. 「고비용·저효율」구조를 「저비용·고효율」구조로 만들기 위해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올해중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등 개방경제체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룰수 없는 과제다. 제도개혁은 중소기업고유업종이나 수입다변화제도등 그동안 국내기업들이 의존했던 보호막이 없어진다는뜻도 된다. 금융기관들도 거대 외국금융기관과 안방을 놓고 치열한경쟁을 펼쳐야 한다. 온실 속의 화초로 커온 국내기업들이 거친 들판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전면 개방에앞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우는게 정책당국의 몫이다.이 모든 과제를 극복하는데는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휘둘려서는안된다는 전제가 확보돼야 한다. 비록 총선은 끝났으나 대선이 1년7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정치논리가 끼여들 소지가 적지 않다.21세기형 경제체제를 만드는 미래지향적 정책을 입안·시행하는 것이 총선후 정부의 가장 큰 책임이다. 「선거는 짧고 경제는 영원하다」는 원칙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