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발표된 「자본재육성대책」은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발표됐던 육성대책과는 달리 국산기계 수요자 뿐만 아니라 생산업체에 대한 지원방안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서다. 자본재 대책은 그동안 「경기진작」을 위한 부양책의 하나로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졌다. 일정규모의 자금을 지원한 뒤 경기가되살아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슬그머니 없어졌다.이번에는 생산자인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돌아가도록 △자본재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소득세를 경감하고 △개발자금 지원을확대하며 △개발자금의 손비인정 한도를 늘렸다. 자금지원도 한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수년간 계속 이어지는 장기플랜을 제시했다.지금까지 외화표시국산기계구입자금 지원(1조원) 기술개발준비금의적립한도 상향조정(매출액의 3%→5%) 기계류 전문할부금융사 설립등 19개 과제가 추진이 완료됐다. 전략품목개발과 하자보증제도실시 외화대출확대(7월) 연불수출자금지원확대(3조4천2백억원)등28개 과제가 올해중에 새로이 시행된다.◆ 국가차원서 자본재 세일정책 뒷바침돼야이같은 정책의 결과 자본재 산업은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있다. 지난 1~2월중 자본재의 수출입차는 5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1~3월중)의 15억달러 적자에서 크게 개선된 수준이다. 대일 자본재 수출입차도 같은 기간 37억달러 적자에서 21억달러 적자로 소폭이나마 개선되고 있다. 자본재의 무역수지 개선은 물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투자증가율이 낮아지는 것에 따른 효과가 더큰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력한 자본재산업육성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는것으로 보인다.그렇다고 해서 보완해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우수품질(EM)마크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업계는EM마크를 얻으면 무조건 보증한도가 확대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그러나 실제로는 평가점수가 50점이상일 경우에는 특별보증(15억원→30억원)이나 간이보증(1년미만 3억원, 1~3년은 6억원)해주는 것으로 무조건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체 입장에선 「실익」이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다.EM마크를 얻은 품목에 중대한 잘못이 있을 경우 제품가격 전액을배상하는 하자보증제도도 기금조성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당초에는 기계공제조합의 기계류하자보증기금에 정부와 민간이 50%씩 출연해 기금규모를 확대키로 했으나 재정경제원과 통산부의 의견충돌로 인해 기금조성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통산부는 정부출연(50억원)을 먼저 받아 사업을 실시한 뒤 EM마크업체중 희망자에 대해 보증액의 1%씩 출연받겠다는 입장이다.반면 재경원은 민간이 우선 출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들어 25억원을 먼저 배정하고 나머지는 민간출연 추이를봐가며 추가배정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는있으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실정이다.국가차원에서의 자본재 세일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테랑 프랑스 전대통령이 TGV(고속전철)를 팔기 위해 한국을찾았던 것처럼 국내 정치인들도 동남아시아등 개발도상국에 대해국산자본재를 수출하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산 자본재에 대한 인식전환 시급국내업체들의 국산 자본재에 대한 인식 전환도 시급한 과제다. 국산이 외제에 밀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자들의 외제선호(50%)로품질이 뒤지는 것(26.7%)과 값이 비싸다는 것(23.3%)보다 많다(산업연구원). 『중소기업들이 천신만고 끝에 값싸고 질좋은 자본재를개발해도 수요업체인 대기업들이 이용하지 않을 경우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만다』(허만국 세정기계 대표).업계는 이와함께 정부의 지원정책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자본재 산업육성대책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으나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추진된 적은거의 없었다. 『발표됐던 정책들만 제대로 시행됐다면 국내 자본재산업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더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