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과장으로 있는 J씨(37)는 지난 86년 주가가 들썩거리기 시작할 무렵 주식에 처음 손을 댔다. 그리고선 80년대 후반 3년여의대세상승기에 한몫을 톡톡히 챙긴 그였지만 요즘은 영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90년10월의 깡통사건이나 92년8월까지의 대세하락기를 겪어서가 아니다. 바로 요즘 본격화되고 있는 금리하락 때문이다.금리가 내리면 주가는 오른다는 고전적인 이론도 J과장에게는 달갑지 않다. 지난 10년간의 투자경험으로 볼 때 금리가 내리면 주가가오르기 보다는 주가와 금리가 동반상승하거나 동반하락하는 경우가더 많았기 때문이다. 긴 추세선을 놓고 보면 어떨지는 몰라도 최소한 피부로 느끼는 그의 투자경험으로는 그러했다.그래서 최근의 금리하락을 두고 주식투자를 늘려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의 경험대로 보수적인 투자에 임해야 할 것인지 쉽사리 판단이 서지 않아 난감해한다는 얘기다.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저금리시대에서 바람직한 주식투자 전략은과연 무엇일까.많은 전문가들은 80년대 후반과 지금의 상황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당시엔 근로소득이 늘어나 민간소비와 함께 저축률도 높아지고 기업들도 낮은 국제금리와 유가 달러값이라는 「3저의 호황」을 누리던 시기였다.그러나 지금은 근로소득은 크게 늘지않은 상황에서 최근 몇 년간대기업들이 호황을 누렸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들어와 금리를끌어내리는 형국이다.게다가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를 실시한데 따른 여파로 그동안사채시장에 잠겨 있던 지하자금이 제도권 시장으로 흘러든 것도 금리를 떨어뜨리는데 일조한 측면도 부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따라서 80년대 후반엔 가계 기업 금융권이 모두 자금여력이 좋아졌지만 지금은 기업과 금융기관들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일반개인의입장에선 금리가 떨어지고 돈이 넘친다는 얘기가 나돌아도 어차피「내 호주머니 돈」은 아닌 것이다.이같은 차이는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당시엔 자금형편이 나아진 일반개인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떠나 전업종 동반 등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지금은 다르다. 엄연히 기관투자가들과외국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큰 장’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많은 전문가들은 흔히 금리가 떨어지면 금리부담이 줄어들고 그동안 낙폭이 컸던 저가주들이 유망하다는 전망을 내리고 있다. 여기에다 기관주도장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관들이 선호하는 주식을주목해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제일증권 주식부의 펀드매니저인 김양호 과장도 『단순히 저가주라고 해서 유망하다기 보다 기관들의 사냥감이 될 수 있는 먹음직한내재가치 우량주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면서 기관들의 움직임을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 과장이 말하는 내재가치 우량주는 유화 조선 등 산업경기 자체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를 보이는 업종이나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와 21세기 산업으로 부각되는 통신등 미래성장성이 뛰어난 종목을 가리킨다. 전문가들은 또기관들이 움직이는 장세라고 하더라도 과잉유동성을 바탕으로 한대세상승으로 연결시키기엔 아직 이르다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지난 93~94년의 경기관련주 상승때는 기관들이 포트폴리오 자체를확대했지만 지금은 적어도 올연말까지는 포트폴리오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종합주가지수 900선을 바닥으로 일정한 범위안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권을 보인 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큰 장」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