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 연10.53%,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 9.90%, 은행간 콜금리 9.0%…(4월25일)」. 4월들어 시중실세금리들이 일제히 가파른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바닥이라고 여겼던 11%대가 「맥없이」 무너졌다. 금리의 바닥이 어디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4월 보릿고개」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던 예년과는 영딴판이다. 금리하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고 구조적으로 정착되고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시중금리의 「추락」은 △기업의 자금수요가 크지 않고 △정책당국의 금리인하의지가 강한데다 △물가안정과 금리안정이 상승작용을하는 금융의 선순환등이 함께 어우러진 「합창」의 결과다. 우선기업의 자금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1/4분기중 경제성장률이작년보다 2%포인트 가량 낮은 7%대로 떨어지면서 설비투자가 큰폭으로 떨어진데 따른 것. 지난해 15.9%에 달했던 설비투자증가율이8.5%선으로 감소했다. 94∼95년중 경제호황이 양극화 양상을 보였던 점도 한 요소다.경공업 부문은 불황이어서 자금수요가 없었는데다 반도체 자동차등호황을 보인 중화학 부문은 자체 자금으로 충당했기 때문에 원화자금수요는 크게 줄었다. 자본자유화 확대로 기업들이 값싼 해외자금을 선호한 것도 한 요인이다. 과거처럼 자금초과수요로 인한 고금리 현상은 더이상 나타나기 어렵게 됐다는 말이다.당국의 금리하락 의지도 강했다. 나웅배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지난해말 취임한 직후부터 금리가 이상적으로 높다고 지적, 금리하락에 불을 댕겼다.23일부터 은행 지급준비율을 평균 9.4%에서 7.4%로 2%포인트 인하하고 그동안 고금리를 「부추킨」 것으로 지목된 은행신탁을 대폭체질개선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준율 인하로 인해 은행대출금리가 평균 0.25%포인트 낮아졌으며 결과적으로 시중실세금리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금융기관들의 「담합」으로 인해금리가 기형적으로 높게 유지돼 온 틀을 깼다는 의미도 있다. 금융기관들이 묵시적 담합을 통해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독점이윤」을 향유하고 있었는데 정책당국의 금리하락 의지가 강한것이 확인되면서 「거품」이 꺼졌다는 설명이다.여기에 금융의 선순환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물가가 안정되고 자금수요가 없어 통화증가율이 「목표선(12∼16%)」안에 들어오면서통화관리가 여유를 보이고 자금의 가수요가 사라지게 돼 금리안정을 가져오고 있다. 이는 기업의 당좌대출소진율이 4월들어 20%내외까지 떨어진 사실에서도 금세 알 수 있다. 통화를 긴축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가수요를 유발하고 금리가 높아지고 다시 통화를 긴축하는 과거와는 1백80도 달라졌다는 얘기다.채권 관련 금융상품에 시중자금이 몰리면서 채권수요가 늘어나 금리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3월부터 4월17일까지 은행신탁은 6조6천억원, 투자신탁 공사채형 수익증권은 5조8천억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조원이나 더 많은 수준이다.할부금융회사나 팩토링회사등 새로운 금융형태가 등장하면서 금융기관간 경쟁이 치열해지는등 금융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는 것도 한요소다. 팩토링회사는 사채시장과 제도금융권 사이의 틈새시장을교묘히 파고들면서 새로운 금융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신용금고등 고금리 영업을 해오던 금융기관들이 더이상 높은 금리를 고집할수 없게 됐다. 자금수요는 줄어드는데도 돈을 공급하는 기관이 다양해지면서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게 돼 돈값인 금리는 하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그러나 국내금리는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국제금리의 기준이 되는리보금리는 연5.5%수준이다. 우리의 꼭 절반이다. 국경없는 시대에서 세계유수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들이 볼 때 가야할 길이 많다는 얘기다. 금리 하락을 위한 정부와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노력이 더욱 지속돼야 한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