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55」. 농구스코어가 아니다. 국가경쟁력을 구축하는 일반기계부문의 일본과 우리나라 기술격차지수다. 이 지수를 농구라고가정한다면 대학생과 중학생간 경기에서나 나올법한 점수이다. 이만큼 우리나라 일반기계부문의 기술은 일본에 크게 뒤져있다.이같은 기술격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전체 무역적자의 구조적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기술격차는곧바로 대일기술의존-기계류 부품 소재에 대한 대일수입의존도 심화-대일 무역수지적자의 누증-전체 무역수지적자의 구조화를 야기하고 있다.지난해 기계산업의 대일본 무역수지를 살펴보면 기술격차 악순환이어느 정도인지 금방 드러난다. 지난해 기계산업의 대일본 무역수지적자액은 1백27억달러. 이가운데서 일반기계의 무역적자액은 79억달러로 전체적자액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대일 무역수지적자의주범이 다름아닌 일반기계인 셈이다.◆ 일반기계, 기계산업 대일무역수지 적자 주범일반기계산업이 이처럼 일본에 예속화한데에는 고속성장위주 경제정책이 한몫을 했다. 가공품위주의 수출드라이브정책을 강력히 편결과 기반기술인 일반기계기술은 자연히 낙후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기계는 일본으로부터 들여와 국내 생산시설의 60%정도가 일본기계가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재계와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일반기계산업의 성장을 모색하고 나선 것은 80년대 중반. 3저현상을 호기로 삼아 그동안의양적성장에서 탈피,국산화율제고등 일반기계산업에 대대적인 진흥책을 모색해나갔다. 이결과 일반기계산업의 국산자급율은 95년 현재 58.1%에 이르게 됐고 5조8천억원어치의 기계를 세계시장(점유율3%)에 내다 팔 정도로 성장했다.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외형적인 모습일뿐 내면을 들여다 보면우리나라 일반기계산업의 선진화는 갈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케 된다.먼저 우리 핵심부품에 대한 기술개발력이 선진국에 크게 뒤져 있다. 공작기계의 경우 컨트롤러가 핵심부품인데 이에대한 국산화는제로상태에 머물러 있고 일본 파낙사가 국내시장을 거의 독식하고있는 실정이다. 식품기계에서는 원심분리기가 핵심부품에 속하나기술수준은 선진국의 50%수준에 불과하다. 몸체만 국산으로 치장하고 머리는 외제가 차지하고 있는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계산업은 선진국기술의 모방에 급급했었다.이제는 이 단계에서 벗어나 핵심부품에 대한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나가야 할 때이다』(기계공업진흥회 양정환조사연구실장)중소기업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제품을 국내 대기업이 외면하고있는 것도 일반기계기술의 자립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은 국산기계의 품질 및 성능을 믿을수 없다는이유로 외제를 선호하고 있다.세정기계가 개발한 고압세척기를 LG산전과 한라자원이 구매를 거부한 것이 좋은 예이다. 세정기계는 수입에만 의존해왔던 고압세척기를 거액의 개발비를 투자,개발했으나 이들 두회사는 품질을 믿을수없다며 이탈리아와 독일로부터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들여와 썼다. 그러나 이 기계는 이미 서울지하철공사를 비롯해 주한미군에 제품을 납품하는등 품질과 성능검증을 마친 상태였다. 가격도수입품보다 40%정도 싼데도 국내 대기업이 찬밥 대우를 했다.『중소기업이 수입대체효과가 뛰어난 제품을 국산화한다해도 대기업이 구매를 거부하면 중소기업은 설땅이 없어지게 된다. 막대한개발비를 제때에 뽑지 못해 결국은 도산할 수밖에 없고 이 여파는전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의욕을 꺾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섬유기계 및 농기계의 국산화에 심혈을 쏟고 있는 (주) 한국종합기계신현우사장의 우려섞인 진단이다. 신사장은 이와함께 중소기업에대한 주문도 했다. 무턱대고 제품을 사달라고 대기업에 아우성을칠 것이 아니라 외국산제품에 손색이 없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술개발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외제선호 ‘내풍’과 덤핑공세 ‘외풍’ 막아라내풍과 함께 외풍도 기계기술자립을 막는 걸림돌이다. 외국업체들은 국내 업체가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곧바로 덤핑으로 나와 골탕을 먹이기가 일쑤이다. 섬유기기업체인 S기계가 당한 것은 구체적인 사례이다. 이 회사가 93년 전량수입에 의존해오던 워터제트기를국산화하자 일본기업들은 즉각 대당 수출가격을 3백50만엔에서 2백20만엔으로 낮춰 공세를 폈다. 이같은 「국산고사작전」은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독일,이탈리아등 기술선진국이 상투적으로 써먹는수법으로 이에대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업계관계자들은 『자본재산업에 대한 육성책도 좋지만 외국의 이같은 외풍을 막아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도 다각적으로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민관이 똘똘뭉쳐 자본재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일반기계산업의 나아갈 길은 멀고 험하다. 그 해법을 대일관계에서 찾아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기계공업진흥회 양실장은 『일본에 대해 기계수입국이라는 인식을갖지 말고 수출국이라는 발상전환을 해야 할 때다』면서 이제는 과감하게 맞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