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 보람은행이 지난 91년9월 투자금융에서 은행으로 전환한 뒤 고객만족 경영을 해오면서최종적으로 도달한 결론이다. 금융의 원래 기능은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처럼 소매업인데도 지금까지는 관료주의적 매너리즘에 빠졌던것에서 벗어나 소매업으로 되돌아 가자는 말이다. 미국의Norwest은행이나 캐나다의 CIBC가 영업점을 지점(Branch)이라고 하지 않고 상점(Store)으로 표기할 정도로 영업을 중시하는 것에 버금갈 만큼 환골탈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보람은행은 이를 위해 올 하반기중 지점조직을 전면 재편할 예정이다. 지난 94년5월 매킨지에 의뢰해 단계별로 추진하고 있는 고객만족 경영을 위한 업무프로세스재구축작업(BPR)의 완결편이다.◆ ‘매너리즘 벗고 소매업으로 돌아가자’ 결의구체적인 내용은 지점 업무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관리업무(Back Office)를 선진국수준(10%미만)으로 낮춘다는 것.지난 4월 설치된 개인금융센터가 대표적인 예다. 지점에서는 대출영업만 담당하고 서류작성등 사후관리업무는 모두 본점에 있는 개인금융센터가 담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점은 현재 10%선에 머물고 있는 영업(섭외활동, sales)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일 수 있게 된다. 지점 사무실 배치(레이아웃)도 획기적으로 바뀐다. 창구뒤에 있는 대리 과장 차장 등의 자리는 없어지고 모두 섭외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넓어진 공간은 고객을 위한 휴식공간등으로 이용된다.점포 네트워크도 「Hub & Spoke(자전거의 바퀴와 살)」 개념을 도입해 소형다점포 전략을 취할 계획이다. 모점의 인원은 13명으로하고 자점은 4∼6명의 소수정예요원으로 점포망을 짠 뒤 필요에 따라 상호협조하는 체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폰뱅킹을 대폭활성화해 영국의 First Direct은행같이 무점포 은행을 실현하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보람은행의 치명적 약점인 소수 점포망을 지점기능개편으로 극복하자는 복안인 것이다.BPR의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김주윤 영업지원팀장은 『싱가포르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은행에서 하나의 거래를 성사시키는데 필요한 비용의 경우 정식행원은 2달러50센트인 반면 파트타이머는1달러60센트, CD기는 30센트, PC는 10센트였다』며 『인건비를 최소화하면서도 대고객 서비스 수준은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은행이 망할 것』이라고 지적한다.보람은행은 이에앞서 다양한 고객만족 경영을 시행해오고 있다. 우선 91년9월부터 은행이익을 고객에게 환원하는 BBR(Bank BenefitReturn)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항공사와 신용카드회사간의 마일리지 서비스의 근간이 됐다. 또 중요고객에 대해 고품위 서비스를 제공하는 VIP플라자를 설치, 고객차별화의 선두주자가 됐다.95년 4월에는 「고객밀착 선진경영」을 선포했다. 계수 위주의 전통적인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수익 위주의 「질경영」으로 대전환을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7월에는 고객위주의 미션과비전이 발표됐다. △고객에게는 감동을 △자신에게는 긍지를 △앞선 생각과 앞선 기법의 보람인이 되자는 것이 미션으로 정립됐고비전으로는 △최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 △가장 강하고 안전한은행 △최고의 인재와 기법을 갖춘 은행이 제시됐다.8월에는 이같은 미션과 비전을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본부조직이 개편됐다. 기능 위주로 돼있던 기존 본부조직을 고객위주로 분화시켜 개인고객사업부와 기업고객사업부로 개편했다. 개인고객사업본부 안에 전략기획 상품개발 영업지원 점포개설등 개인고객관련 기능을 가진 모든 부서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고객만족 실현을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의지다. 영업점 조직도 One-stopBanking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대부계 카드계 입출금계등으로 나뉘어져 있어 고객이 필요에 따라 여러 창구를 찾아다녀야 하던 것을 한 창구에서 모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대고객 서비스를 높이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94년8월부터 SSP(섭외활성화프로그램)가 도입됐다. 목표 고객 개개인에게 적합한 전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개별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고객만족기법을 실행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 개인고객의 주치의 역할을 하는 PB(Personal Banker)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현재 40개 점포에서활동중인 PB는 고객이 은행거래에서 갖는 총체적인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직접 고객니즈를 해결하거나 필요한 전문가를 주선해주는 풀서비스 은행원이다. PB는 영업능력과 품격을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같은 점포에서 3년이상 근무함으로써 잦은 인사이동에 따른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는 기능도 갖는다.보람은행은 이같은 고객만족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선진국 은행들을 열심히 배운 색다른 경험도 갖고 있다. 미국의 Wachovia, BancOne, Norwest Bank, 포르투갈의 BCP, 영국의 TSB, 호주 및 뉴질랜드의 Westpac등이 보람은행의 벤치마킹의 대상은행이었다.△최고경영진의 리더십 △우수한 신용정책과 기술 △자동화된 프로세스 △마케팅 및 세일즈 능력 △고객세분화와 효율적인 판매망.소매은행으로서 성공하기 위한 5가지 요소다. 보람은행은 이중 마케팅 및 세일즈 능력 제고를 제외한 4개 요소는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올해말까지 BPR가 완료되면 마케팅 및세일즈 능력제고도 끝난다. 고객만족도조사 1위를 차지한 보람은행이 일으키고 있는 고객만족 경영이 미칠 파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니 인터뷰-김형배 하나은행 상무『고객이 느끼지 못하면 안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하나은행에서고객만족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형배 상무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 충족시켜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힌다.하나은행은 이에따라 현재 전영업점을 가계금융영업점과 기업금융영업점으로 특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가장 빠른 결정」을원하는 여신업무와 「높은 금리」가 중요한 수신업무를 고객취향에맞게 전문화해 공급하기 위한 전략이다.그는 『고객만족을 위해선 지속적인 정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청담동 지점의 정숙희 대리처럼 고객 생일날 장미꽃을 사들고찾아가는 것을 4년이나 계속하면 「한두번쯤 하고 그만둘 것」이라는 고객의 예상을 뛰어넘음으로써 전화도 오고 편지도 하는 관계로발전한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이같은 정성개발을 위해 연수에 신경을 많이 쓴다. 직원들의 매너리즘을 방지하고 재충전기회를 주기위해 1년에 한번씩 국내외 연수를 갖게 한다. 『한번 보는게 열번듣는 것 보다 낫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김상무는 『하나와 보람은행이 투금에서 은행으로 전환하면서 고객만족운동은 물론 은행의 경영혁신을 촉발시켰다』는 생각을 갖고있다. 이번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보람과 하나은행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조흥이나 외환은행 등 기존 대형은행들이 무섭게 변신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자극에 따른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고객만족 운동이 결실을 얻으려면 은행 전임직원들의 일치된 노력이 중요하다고강조한다.김상무는 은행엔 아직도 낭비요소가 많다는 진단도 내린다. 『우리나라 은행의 지점당 단위면적이 제일 작은데 이는 지점수가 많다는것으로 과열돼 있다』는 것. 또 『지점마다 CD기(현금자동지급기)가 있는데 이는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도 덧붙인다. 이같은 낭비요소를 제거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앞으로 지속해서 추진할 과제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