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양승득 편집장“카드사는 자산보다 회전율이 중요해요. 이런 점에서 LG카드의 회전율은 상당합니다. 자산규모 70조~80조원의 은행 수익력과 맞먹는 규모죠. 자산만 봐선 곤란해요. LG카드는 연체율도 낮고 영업이익도 좋아요. 실사해 봐야 알겠지만 우리한테 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건물도 가까워 매일 쳐다보고 있죠. 3~4년 안에 인수와 관련한 빚을 모두 갚을 수 있다면 잘 사는 거 아닐까요.”신상훈 신한은행장은 LG카드 인수를 ‘하체보강을 위한 필수카드’로 해석했다. ‘토털 경제학’이란 표현처럼 그룹역량을 총동원해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다. 컨소시엄은 확정됐다. 그는 “LG카드 케이스는 자금조달 능력보다 정성적인 부분이 더 평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병은행 출범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제 겨우 땀을 닦는 정도”라며 “아직 갈길이 멀다”고 겸손해했다. 또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최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 “축하해 줄 일”이라며 “재미있는 목표가 생겼다고 본다”고 말했다.그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강조했다. 단기실적을 얼마만큼 키우겠다는 식의 무모한 표현 대신 지속가능한 성장토대를 만드는 게 본인의 임무라고 전했다. 이 대목에서 ‘기반’이란 단어에 강한 애정을 표시했다. “밖에서 잘한다고 하지만 기반을 닦으려면 아직 멀었다”고 전했다.통합은행이 출범했는데 감회가 어떤가요.통합이 마무리는 아니에요. 이제 시작입니다. 큰 고비는 넘겼다고 생각합니다. 덩샤오핑의 어록에 나오는 말인데, 그야말로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는 뜻)였죠. 그간 커튼을 치고 또 불빛이 새나가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해왔어요.고비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글쎄요. 앞으로 더 힘들 겁니다. 신한은 후발주자면서 ‘No.2’까지 올랐습니다. 이제부터는 ‘No.2’를 지키기보다 ‘No.1’으로 만들어야 해요. 사실 작으면 작은 대로 재미있고 움직이는 것도 가볍죠. 앞으로는 2배 이상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고비를 넘겼다고 보지 않아요. 정상은커녕 이제 겨우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겁니다. 더 올라가야죠. 쉴 수가 없어요. 겨우 땀을 닦는 정도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에요.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웃음)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어떻게 보십니까.우리보다 더 커지는 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면 막을 힘은 없어요. 어느 업계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잖아요. 따라잡기 위해 한층 노력할 수밖에요. 바로 ‘메기이론’(미꾸라지 무리 속에 메기 한 마리를 넣어두면 미꾸라지가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도망을 다녀 미꾸라지가 한층 생기 있고 건강해진다는 뜻)이죠. 적당한 자극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됩니다. 대형은행이 불러온 소용돌이가 선순환구조가 될 수 있어요. 힘들어하지 않고 재미있는 목표물이 하나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은행도 합병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조합을 잘 짜야 할 겁니다.합병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만.금융소비자의 비용증가를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캐피털 매니지먼트(Capital Management)가 아주 중요해요. 자본관리인데요. 때문에 인수 후 수익구조가 유리하게 흘러가도록 자본관리를 설계해야 합니다. 주주가치를 악화시켜선 곤란하죠. 우리는 이 부분에 자신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합병을 한 거고요. 경영자들은 자본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신한이 조흥을 인수할 때 진 빚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닙니다.금융계의 ‘삼성전자’란 찬사가 많습니다.네. 우리 행동강령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삼성을 따라하자는 건 아니고요. 초일류를 지향하는 겁니다. 5,000여명의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초일류 지향’과 ‘고객감동’이 비슷한 비율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어요. 미래창조와 고객감동으로 초일류를 지향하자는 얘기죠.LG카드 인수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장기전략상 우리한테 꼭 와야 합니다. 그래야 자금운용 포트폴리오 등 그룹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어요. 절대 필요합니다. 하체보강에는 반드시 필요해요. (신한)카드 쪽에서 세부업무를 전담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역량을 총동원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각 그룹사의 역량이 LG카드 인수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바로 ‘토털 경제학’이죠.평소 ‘섬기는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강조하는데, 배경은요.변함없이 늘 강조합니다.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는데요. 최근 리더십은 카리스마와 서번트로 양분된 것 같아요. 과연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요. 저는 서번트에 더 비중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수많은 임직원들의 마음에 파고들려면 몸만 가선 의미가 없어요. 진정으로 대화해야죠. 이런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오가야 합니다. 조흥 임직원들도 몸만 오고 마음이 안 오면 안돼요. 이것을 늘 강조합니다.10년 후 신한을 떠올린다면 어떤가요.이미 2008년 재무비전은 나왔어요. 은행 1위·증권 2위·카드 3위 등을 통해 국내 1위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청사진인데요. 여기에 해외 네트워크를 한층 보강할 겁니다. 강력하게 추진해 올해 혹은 내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도록 할 겁니다. 사실 해외 네트워크는 우리뿐 아니라 모든 금융기관의 취약점이었어요. 국제경쟁력이 약하니 ‘우물 안 개구리’라는 얘기가 나오죠. 앞으로 중점을 둬 해외 네트워크를 다질 겁니다.일본 쪽 주주들 반응은 어떻습니까.아주 자랑스러워 하십니다. 31년 전 명예회장께서 투자협회를 만들고, 2년 후 제일투자금융을 세웠었죠. 그리고 5년 뒤 신한은행이 탄생했습니다. 그로부터 24년이 흘러 신한은 109년 역사를 자랑하는 조흥을 품에 안았어요. 금융명가로 거듭난 거죠. 한국은행의 자존심인 조흥을 새로운 신한으로 변신시켰습니다. 의미부여를 한다면 재일동포 주주들의 자부심이 대단합니다.신한만의 독특한 문화가 화제인데요.우선 ‘벌떼문화’를 들 수 있을 겁니다. 한 번 하자 하면 일사불란하게 달려듭니다. 조흥 사람들도 이제는 이것을 해줄 줄 알아요. 몸만 아닌 마음도 왔다는 얘기겠죠. 워크숍 등 기회만 있으면 이렇게 화학적 융합을 강조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끼리끼리 나뉜 저녁모임에 대해서도 경고를 보냈어요. ‘내 안테나가 넓은 편인데, 여기에 잡히면 기록에 들어간다’고 주의를 줬죠. 영업라인에게 대접받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거래처와 직원을 위해 써야 할 돈을 허투루 쓰면 안됩니다. 투서문화의 근절도 뺄 수 없죠. 또 외부 인사청탁도 마찬가지에요. 청탁하면 손해라는 이미지를 만들 거예요. 객관적이고 투명한 인사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공정인사와 관련한 원칙은 뭡니까.출신과 기타 배경은 인사와 무관합니다. 본인이 열심히 해야죠. 농구선수 출신인 이순희 본부장(개인고객그룹)도 그래요. 몇 년간 성적이 아주 좋았던데다 나이도 적당해 승진시킨 거예요. 여자란 건 고려대상이 아니었죠.금융그룹의 모든 영역을 갖춘 건 신한뿐입니다. 은행 역할이 아주 중요할 것 같은데요.은행은 신한금융의 핵심영역이에요. 은행업무뿐 아니라 금융 전체를 보고 전략을 짜야 합니다. 그룹에서 차지하는 은행비중도 상당히 크죠. 하지만 올바른 방향은 비은행 자회사의 비중을 늘리는 겁니다. GSO라는 경영목표가 있습니다. Gateway to Group Customers, Source of New Practice and Revenue, One Step Ahead of Competitors의 약자인데요. 그룹과 고객의 창구역할을 은행이 해야 한다는 메시지에요. 큰 전략이 정해지면 여기에 딴소리를 내면 안됩니다. 밀고나가야죠. 그룹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겁니다.약력: 1948년 군산 출생. 67년 군산상고 졸업. 76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87년 연세대 경영대학원 졸업. 67년 한국산업은행 입행. 82년 신한은행 입행. 86년 영동지점장. 89년 오사카지점장. 98년 이사대우. 99년 상무. 2001년 신한금융지주 상무. 2003년 신한은행장. 2006년 (통합)신한은행 초대행장(현). 한국CEO포럼 공동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