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의 목표는 ‘No.1’이다. D데이는 2008년 말이다. 거꾸로 보면 주어진 시간은 채 3년이 남지 않았다. 여기에 유력한 경쟁상대인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큼 다가섰다. LG카드 인수경쟁은 그만큼 더 치열해졌다. 합병은행 출범이 신한금융그룹 입장에선 경쟁우위 선점을 위한 끝이 아닌 출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다. 신한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잖아서다. “산 밑에서 이제 겨우 땀을 닦은 정도”라는 신상훈 신한은행장의 말처럼 정상정복을 위해선 여전히 갈길이 멀다.지금 신한은 전환기에 서 있다. <신한은행 방식>의 저자 정동일 샌디에이고 경영대 교수의 얘기(에필로그 발췌)를 들어보자. “한 번 날아간 화살은 멈출 수 없어요. 계속 날아가든지 추진력을 잃고 떨어지든지 둘 중 하나죠. 더 높이 날지 떨어질지 여부는 도약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 신한 앞엔 월드클래스 조직으로의 변신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어요. 뭘 지키고 뭘 바꿀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죠.” 정교수에 따르면 신한의 비전·목표는 현실성이 대단히 높다. 이미 월드클래스 조직으로 성장할 토대를 갖췄다는 게 그의 평가다.그렇다면 향후 신한이 풀어야 할 숙제는 뭘까. 현재로선 몇가지 해결과제로 압축된다. 우선 합병에 따른 조직융화다. 109년 전통의 조흥과 24년의 젊은 신한이 가진 기업문화가 일치할 리는 없다. 두 은행의 조직문화 차이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과거 국민·장기신용, 하나·한미, 씨티·한미은행 등 은행권 M&A(합병인수)는 ‘조직융합’에 거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리적 합병은 쉬워도 화학적 통합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합병시너지가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통일된 기업문화로 끌어안지 못하면 M&A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진병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M&A과정에선 자칫 사람문제를 소홀히 하기 쉽다”며 “M&A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종업원들의 처지와 심정을 헤아리지 않고는 통합시너지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당장 조흥노조가 주장한 직급조정 문제가 걸려 있다. 선후배 관계 및 서열이 명확하지 않은 게 ‘갈등의 불씨’다. 금융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향후의 인사문제는 초미의 관심사다. 화학적 융합을 완성할 마지막 열쇠라는 분석이다. 경영진 역시 불협화음 최소화에 사활을 걸었다. 신행장은 “무리한 직급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며 “현 체제하에서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성과문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신한 케이스는 성공적인 조직융합에 한층 다가섰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화학적 융합을 위해 3년간의 숙려기간을 두는 등 그간 감성통합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현재 금융업계는 ‘빅뱅’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합종연횡을 통한 대형화 선점경쟁이 거세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의 최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덩치경쟁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신한 역시 ‘대형화’ 숙제를 피할 수 없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업의 성장정체를 푸는 방법은 추가적인 대형화나 겸업화, 그리고 해외시장 개척 등이 있다”며 “이는 막강한 자본력을 통해 마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스토리의 핵심줄거리가 ‘인수전략’이란 얘기다. 결국 신한으로선 LG카드 인수에 총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LG카드 인수야말로 ‘리딩뱅크’ 경쟁에서 승기를 잡는 승부수다. 다만 구용욱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LG카드 인수가 실패해도 기업가치에 큰 변화는 없다”며 “신한카드와 조흥 카드부문을 합해도 자산 4조2,000억원 규모로 얼마든 사업영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비은행 계열사의 위상강화 여부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기 전에 계열 증권·운용사 등과의 시너지 창출 전략을 세워야해서다. 대우증권 구애널리스트는 “캐피탈·카드사는 괜찮은데 증권·운용사와의 시너지 창출 가능성이 아직 미흡하다”며 “서둘러 자본시장의 니즈에 걸맞게 위상변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BNP와 엮여 있는 운용사는 경쟁사인 KB자산운용보다 파워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솔루션은 그룹 차원의 총체적 지원으로 요약된다. 조흥과의 통합으로 일단 은행조직이 안정화된 만큼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심적·물적 지원이 한층 가시화돼야 한다는 메시지다.같은 맥락에서 비은행 계열사의 역량 강화는 은행으로서도 바라는 바다. 금융그룹(지주회사)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시너지효과다. 은행은 증권·운용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장기·확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증권·운용사는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통해 보다 많은 투자기회와 수익을 낼 수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단일은행엔 타격을 줄지언정 신한처럼 금융그룹에 속한 은행에는 수혜로 작용하는 이유다. 통합작업이 일단락되면서 신한의 대응전략도 점차 가시적이다. 신행장은 “비은행 자회사의 비중을 늘리도록 은행이 중심이 돼 도울 것”이라며 “이게 올바른 방향이며 또 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고객이탈도 막아야 한다. 신행장 스스로 통합은행의 최우선 과제로 ‘직원만족’과 ‘고객이탈 방지’를 꼽았다. 그는 통합은행장 선임 직후 조흥 본점을 찾은 자리에서 “통합은행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직원만족이며, 이를 통해 고객이탈을 방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복고객 문제는 개인부문보다 기업부문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 기업부문 중복고객은 전체의 7%(3,500개, 6,000억원) 규모로 집계된다. 통합전산의 허점노출도 고객이탈의 잠재원인으로 거론된다. 통합 후 혼란발생시 무더기 고객이탈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통합은행은 향후 고객을 6대 부류로 나눠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고객이탈도 가시적이지 않다. 임일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부터 중복고객의 선별과정이 진행됐고, 고객이탈을 막기 위한 마케팅 활동도 강화돼 이탈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효율적인 리스크 관리체계는 ‘No.1’을 꿈꾸는 신한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현재 국내 금융시장은 역사상 최고의 격변기로 평가된다. ‘탄탄대로’는 없을지언정 ‘첩첩산중’을 넘어야 할 판이다. 요약하면 불확실성의 시대다. 최대 원인은 시장개방이다. 조만간 국내시장은 본격적인 글로벌마켓 체제로 편입된다.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적극적인 경영다변화는 기본전제다. 전문가들은 선진금융기법을 서둘러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버텨낼 수 있는 리스크 관리에 치중해야 하는 이유다.돋보기 /. 조직융합 솔루션인사원칙, 합병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야신한 케이스는 성공적인 조직융합에 한층 다가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신한·조흥 합병사례를 채택·교육할 만큼 M&A 케이스로는 드물게 호평을 받는다. 인수 후 두 조직간 정서적 통합을 위해 3년간 독립경영을 시도한 게 눈에 띈다. 이는 ‘듀얼 뱅크’(2개의 은행)를 유지한 뒤 화학적 융합을 통해 ‘원 뱅크’(하나의 은행)가 된 후 궁극적으로 ‘뉴 뱅크’(새로운 은행)로 재탄생한다는 접근법으로 교과서에 없는 희귀한 M&A모델로 평가받는다.그래서일까. 시간이 갈수록 갈등은 봉합되는 양상이다. 신한·조흥노조 사이에 불거졌던 노노갈등도 최근 화해무드로 반전됐다. 통합이 현실화된 마당에 굳이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어서다. 지난 3월 초엔 양 노조가 공동 워크숍을 갖고 화학적 통합에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흥노조가 농성중단과 대화재개에 나선 건 고무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박재현 휴먼컨설팅그룹(인사조직 컨설팅 전문) 사장은 “어느 한 쪽의 저항의식이 강하면 힘들게 마련인데, 신한은 공격적이면서도 감성통합에 적극 공감하고 있고 또 조흥은 합병현실을 받아들이려는 수용도가 높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더불어 박사장은 합병 이후 인사원칙으로 “합병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것”을 조언했다. ‘나눠 갖기’식의 숫자 개념에 충실한 탕평인사보다 핵심역량 확보·강화 차원의 인사가 실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사장은 “외국의 성공적인 M&A사례를 들여다 보면 시너지효과 창출이란 대전제하에 인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밀실인사보다 공개·객관적인 인재육성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공정인사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다. 인사 후 잡음을 없애자면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확보도 필수다. 한편 LG경제연구원은 ‘M&A 발목 잡는 감성의 덫’을 극복하자면 △심벌 등 상징도구 활용 △진솔·정확한 정보공유 △통합리더십 발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 △공정한 보상시스템 구축 등의 갈등극복 전략이 필요하다고 권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