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을 만나려면 화장품 광고를 보라」 화장품 광고는 화려하다.한 세대를 풍미하고 있는 최고의 스타들이 한 번쯤은 화장품 광고에 얼굴을 비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류급 스타로 인정받으려면화장품 광고에 출연하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MBC 주말연속극 「아파트」에 신세대 주부로 나왔던 김지호(태평양라네즈)와 털털한 광고회사 직원 채시라(코리아나), 산소같은 여자라는 화장품 카피가 트레이드 마크인 이영애(태평양 헤라), 정우성과 함께 출연한 영화 「본투킬」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심은하(한국화장품), 고고한 이미지의 이승연(쥬리아), 「목욕탕집 남자들」의 깜찍한 셋째딸 김희선(라미화장품) 등이 모두 화장품 광고모델들. 면면만 살펴봐도 최근 방송가에서 가장 각광받는 최고의스타들임을 알 수 있다.화장품회사들이 2억∼3억원이라는 거액의 모델료를 감수하면서까지빅모델 전략을 고수하는데는 남다른 고민이 있다. 화장품은 그야말로 이미지 상품이다. 제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광고로 어느 정도의이미지를 쌓아야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다.화장품회사의 매출액 대비 광고비 비중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광고를 하긴 해야 하는데 화장품회사가 워낙 많은데다 브랜드가 다양하기 때문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만으로 광고를 차별화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미녀 모델의 이미지를 이용, 손쉽게 광고차별화를이뤄보자는 발상이 빅모델 전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미인 모델을 선호하는 또다른 이유는 화장품이 추구하는 두가지 속성 때문이다. 소비자는 화장품을 통해 「나도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꿈과 청춘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구입한다. 소비자의이러한 꿈과 기대를 가장 잘 충족시켜줄 수 있는 대상이 바로 미인들이다. 저 제품을 사용하면 나도 미인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이 화장품 판촉의 제일 조건인 셈이다. 화장품의 모델은 한 마디로 그 화장품의 이미지를 상징하고 있다. 화장품회사들이 모델을2~3년에 한 번씩 바꾸는 것도 그 시기 최고의 미인을 모델로 기용하기 위해서다.◆ 주력 브랜드 집중화로 광고효과 높여물론 화장품 광고의 최근 경향은 전형적인 미인스타 일변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태평양의 신세대 화장품 레쎄의 신은경은미인형이라기보다 개성파 스타다. 한불화장품이나 에바스의 모델들은 일반인들이 이름조차 모르는 무명들이다. 애경산업의 유지원도알려진 모델은 아니다. 나드리화장품은 슈퍼모델대회를 통해 선발된 슈퍼모델을 광고에 기용,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쥬리아는슈퍼탤런트대회에서 선발된 차세대 탤런트들을 대거 광고에 출연시키고 있다. 미인만으로는 차별화할 수 없어 아예 「미인모델 파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개성파 모델」선호 경향과 함께 「일관성」전략도 화장품광고의신조류로 각광받고 있다. 일관성 광고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회사는태평양이다. 태평양은 슬로건으로 광고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94년초에 나온 레쎄제품의 광고 슬로건은 3년내내 변함없이「내 나이 20과 1/2」이다. 광고모델도 계속 신은경이다. 영화내용을 패러디해 인기를 끌고 있는 라네즈광고는 「영화처럼 사는 여자」를 내세우고 있다. 헤라의 슬로건은 「유혹이 아름다운 여자」다. 태평양은 브랜드마다 각각의 슬로건을 제정, 슬로건을 들으면그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도록 전략을 세우고 있다. 광고슬로건을 통해 각 브랜드마다 고유의 이미지를 만들어 태평양 브랜드끼리 경쟁하면서 시장을 잠식하는 충돌현상도 방지한다는 전략이다.LG화학은 섀넌 도허티라는 외국 모델로 이지업 브랜드의 일관적인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다. LG화학은 94년 말부터 쭉 이지업모델로 섀넌 도허티를 고수, 「섀넌 도허티=이지업」이라는 인식을심어놓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일관성과 함께 「집중화」도 최근 화장품 광고회사가 즐겨 이용하는 광고전략이다. 각 회사마다 적게는 2∼3개, 많으면 10개 이상의브랜드가 있는데 한정된 광고비 예산으로 각 브랜드마다 똑같이 광고를 하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주력브랜드를 1~3가지 정도 선정, 주력브랜드에 광고를 몰아줌으로써 광고효과를 높이려는 것이다. 태평양 광고를 담당하고 있는 김경태 동방기획 국장은 『2년전만 해도 한 계절에 6∼7개의 각기 다른 품목 광고를 동시에 내보냈는데 최근에는 3개 이내로 줄였다』며 『주력브랜드에 광고를 집중한 결과 주력브랜드의 이미지와 매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광고를 하지 않은 다른 브랜드도 매출액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른 화장품회사들도 주력 브랜드를 1∼2개씩 선정, 광고를 몰아주고 있다. LG화학은 이지업에 광고를 주력하고 있으며 한국화장품은 템테이션, 나드리화장품은 이너시아, 한불화장품은 두앤비 등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차별화된 이미지없어 수명짧다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화장품회사들이 갖은 묘안을 짜내고 있지만기본적으로 화장품회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회사 전체적인이미지를 어떻게 상승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샤넬이나 랑콤 에스티로더 등 유명한 외국 화장품회사들도 국내 화장품회사와 마찬가지로 수십종의 화장품 종류를 가지고 있다. 차이점은 샤넬 랑콤등은 개별 품목에 대한 광고를 따로 하지 않고 회사 이미지 광고만해도 제품이 팔리는데 국내 회사들은 개별 제품마다 따로 광고를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국내 화장품회사들은 그 회사를 상징하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이 된다. 국내 화장품브랜드의 수명은 길어야 3∼4년이다. 짧으면 1년을 못 견딘다. 국내 화장품회사들은 단기간에 매출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 경향에 맞춰 마구 신제품을 개발했다가 슬그머니 사장시켜버리고 새 이름의 신제품을 내놓는다. 장기적인 이미지 관리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화장품 광고의 궁극적인 목표는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데 있다. 한브랜드의 이미지가 높아지면 그 이름을 내걸고 있는 개별 제품들은따로 광고하지 않아도 팔리게 돼있다. 국내 화장품회사들이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브랜드를 세계화해야 한다. 단기적인 판촉 광고보다 장기적인 이미지 광고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