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경영(현대)·정도경영(LG)·선수경영(쌍용)·으뜸경영(코오롱)… 재계가 「21세기」를 키워드로 한 변신전략 짜내기에 한창이다.이른바 「보덜리스 대경쟁(border-less mega competition)시대」를맞아 공격적인 경영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대기업그룹들 사이에 다투어 총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건이런 공격적인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총수 교체야 말로 가장 「공격적인」 경영전략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 1년남짓 사이에 총수가 세대교체된 그룹만 해도 열손가락을다 꼽아야 할 정도다. 현대 LG 쌍용 금호 한보 코오롱 삼미 등등…〈표 참조〉, 경영 조타수를 바꾼 이들 그룹은 때마침 휘몰아치고있는 개방화·정보화 등 경영환경 변화와 맞바람을 일으키면서 재계 분위기를 「전진 앞으로」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세영 회장, ‘역동적 현대’ 이미지 구축이들의 공통점은 「보수적 내실위주 경영」으로 비춰지던 그룹 컬러를 단숨에 「진취적 공격 경영」으로 덧칠하고 있다는 점이다.그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 곳은 현대그룹. 현대는 지난 92년 정주영 그룹명예회장의 활동이 주춤해지면서 정세영전회장(현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의 과도체제 아래 「수성경영」을해왔다. 그러나 올 초 정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몽구회장이 취임과동시에 확대지향적인 공격경영을 펼치고 있다.일례로 정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일관제철소 건설을 선언하는 한편그룹 원로세대 전문경영인들을 2선으로 물러앉게 하는 등 「젊은경영」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또 최근 사외이사제를 도입한데이어 사회에 적극 공헌하는 「가치경영」을 실천하겠다고 언명하는등 「역동적인 현대」의 이미지를 심기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사장단회의나 임원회의에서 얘기를 듣기보다는 지시하는 쪽으로 일사불란한 체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사실 정회장은 그룹총수 자리에 앉기 전까지만 해도 공식석상에 등장하는 자체를 극히 꺼리는 등 몸 낮추기에 신경을 썼었다. 아버지와 삼촌을 의식해 외부활동을 삼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룹 경영의대임을 물려받으면서 그동안 다듬어 온 경영구상을 한껏 펼쳐보이고 있는 것이다.정회장은 자신의 동생으로 전자 상선의 경영을 맡아 반도체 멀티미디어 등의 분야에서 공격적인 확대경영을 구사해 온 정몽헌 그룹부회장의 조력을 받으며 「쌍두마차 공격경영」을 모색하고 있다.「세대교체=공격경영」의 등식을 성립케 한 돌풍의 주역으로 LG 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2월 LG의 3대 회장으로 취임한 구본부회장은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다져온 안정기반 위에 보수풍의그룹문화를 공격경영 쪽으로 과감하게 돌리면서 일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연초 신년사에서 『10%, 15% 성장으로는 안된다. 30%, 50%의 성장을 달성해야 한다』며 「돌격 앞으로」를 선창한 구회장은 지난3월 27일 그룹의 중장기 경영비전인 「도약 2005」 경영구상을 통해 「앞으로 10년동안 매년 20∼25%의 성장을 이룩해 2005년에는연간 매출 3백조원을 달성, 양과 질에서 국내 1등기업으로 도약할것」임을 선언했다.양과 질 양측면에서의 1등기업 도약을 다짐한 것은 명백히 국내 재계의 양대 선두주자인 현대와 삼성을 겨냥하고 있음에 틀림없다.구회장은 최근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책위원회에서 『멀티미디어등 그룹의 명운을 좌우할 신사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기회와 위기가 교차하고 있는 시기』라며 『M&A(기업매수·합병)도 좋고 신사업 진출도 좋으니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고 한다. 구회장은 LG의 발전이 현대나삼성보다 뒤진 것은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수준 향상에 관심을 기울인 탓이라고 보고 최근 PCS(개인휴대통신) 사업참여를 추진하고있는 외에 한국중공업 가스공사 등 공기업 인수를 겨냥, 특별 태스크포스팀을 가동시켰다.쌍용그룹도 공격경영 레이스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태도다. 주로 보수-수성경영을 해 온 형 김석원 전회장과 달리 김석준 회장은 다른그룹보다 한발앞서 달려나가겠다며 공격경영을 역설하고 있다. 그가 내세운 경영 캐치프레이즈는 「한박자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는선수경영」.◆ 신규사업의 성패=공격경영의 성적표.올 초 코오롱그룹의 경영대권을 승계한 이웅렬회장은「으뜸경영(one & only)」 「기회선점주의」를 통한 공격경영을 모토로 표방하고 있다. 신세대 경영인답게 삼성그룹의 이건희회장을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솔직히 토로하기도 한 그는 이동통신과 케이블TV사업 진출, 편의점인 로손 인수 등을 통해 공격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작년 12월 형 김현철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김현재 삼미그룹 회장은 기존 조직과 인사를 그대로 유지한 채 겉으로 두드러지는 것을 피하고 있으나 「뭔가 큰 일을 물밑 구상하고 있다」는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최근 형(박성용회장)으로부터 총수자리를 물려받은 금호그룹 박정구회장은 올해로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로「비전 경영」을 내세우고 석유화학 등 기존 업종 외에 정보통신분야의 「칼」을 갈고 있다.지난 3월 35세의 나이로 한보그룹 회장에 취임, 재계 최연소 총수가 된 정보근회장은 그룹 본부를 서울 대치동의 「낡은 사옥」에서작년 인수한 유원건설의 서소문 사옥으로 옮기기로 하는 등 분위기쇄신에 박차를 가하고있다. 이와 더불어 해외건설과 미디어 부문등 유망사업에 대한 공격경영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처럼 「창업 2·3세 그룹」에 공통적으로 불고 있는 공격경영의열풍은 재계에 「지나치게 과열된 유행병 아니냐」는 의구심도 자아내고 있다.웬만한 그룹들마다 너나없이 「으뜸」 「1등」 「최고」를 외치고있지만 구체적 결실로 이어질만한 교두보를 구축하거나 뚜렷한 「전술」을 찾기 힘든 「전략」을 나열하는데 그치고 있지 않느냐는비판도 있다. 특히 21세기 청사진이 요란한 그룹일수록 이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요즘 대기업그룹들간에 PCS 등 정보통신분야 신규사업권을 놓고 경쟁이 치열한 건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젊은 총수들이이끄는 그룹들에 있어서 정보통신이란 신산업이 풍기는 「참신성」도 그렇거니와 향후 성장성 등으로 볼 때 그룹의 구체적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재료」로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PCS수주에 그룹 전체의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는 LG그룹 회장실의한 고위 임원은 『솔직히 새 회장이 취임한지 1년이 훨씬 넘었으나아직까지 실제 사업분야에서 이렇다할 만한 가시적 결실을 맺은 게하나도 없지 않느냐』며 『PCS를 포함한 정보통신 분야 고지를 선점하는 것은 그룹 자체는 물론 새 회장의 공격경영을 뒷받침하기위해서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런 사정은 비단 LG만이 아니라 총수가 세대교체된 그룹들의 공통된 「속내」인 게 분명하다. 이렇게 보면 요즘 정보통신은 물론 유통 생명공학 금융 SOC(사회간접자본)등 성장 유망분야에서 대기업그룹들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신규사업 인플레」가 빚어지고있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젊은 총수들이 이끄는 그룹들의 「공격경영 성적표」는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규사업에서의 성패와 맞물려 있는 셈이다. 그 성적표가 어떻게 나타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