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진행될수록 변화와 발전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정보화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어떤 쟁쟁한 기업도 「영원한 번영」을담보하고 있지는 않다. 21세기가 불과 수년 앞으로 다가와 있고 당연히 기업경영의 초점은 「21세기맞이」에 맞춰져 있다.그것은 달맞이처럼 들뜬 흥분을 주지 않는다. 여흥을 위한 달맞이와 생존을 위한 21세기맞이는 다르다. 기업들의 21세기맞이가 제살깎는 아픔까지를 수반하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다.21세기의 경영환경은 어떻게 변하고 전략업종은 무엇이 될 것인가.기업들은 「XX프로젝트팀」「전략기획팀」등 다양한 이름의 21세기준비조직을 갖추고 있다. 이들이 예상하는 21세기는 한결같이 『전략 조직 생산등 경영전반에 걸쳐 유연성이 요구되는 초경쟁사회』이다. 전략업종으로는 공통적으로 정보통신 유통 영상 레저 환경산업을 꼽는다.지난 1년여동안 신규통신사업권을 얻기 위해 재계가 보여준 치열한각축전은 기업들이 정보통신사업에 거는 「절박한 기대」를 느끼게한다. 4월중순 사업추진계획서를 내기까지 총30여장의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웬만한 문패있는 기업은 거의 모두가 신규통신사업권에매달렸다. 과연 정보통신분야는 황금알을 낳는가.◆ 한국이동통신, 2천년 1조원 흑자 무난한국이동통신은 94년2월 우여곡절 끝에 선경에 인수됐다. 그해 바로 한국이통은 7천8백29억원의 매출액과 1천2백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보였다. 전년대비 각각 82%, 67.3%가 증가한 수치였다.작년에는 1조3천2백25억원의 매출과 1천8백억원의 순이익으로 다시68.7%, 40.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같은 증가세를 고려하면2000년에는 1조원의 흑자를 내는 「알토란같은 기업」으로 자리잡는 게 무난할 것이다. 최소한 정보통신에 대해 「사랑에 빠진」 기업들에는 한국이통의 성과가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지난 3월 선경증권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12월결산법인 가운데 정관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으로 추가했거나 추가할 예정인 1백17개사중 정보통신업에 진출하는 회사는 25개사였다. 한해전에는 13개사였으니 두배쯤 늘어난 것이다. 동아건설 대한제당 한솔제지 크라운제과등 회사명칭에서는 정보통신과 무관한 기업들이 너도나도 정보통신업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유통업도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중 하나다. 그룹으로의 면모를 지키기 위해서는 제조와 금융 유통이라는 3대분야에모두 걸쳐 있지 않으면 안된다. 자금조달에서 생산과 배달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원세트(One Set)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현대 LG 선경등 내로라하는 골리앗그룹들이 유통분야에서 경쟁을벌이고 있는 이유또한 여기에 있다.이들외에도 롯데(백화점)와 한화(유통)가 외형을 키우고 있으며 효성(창고형도소매업) 동아(시티백화점) 동부(백화점 편의점) 코오롱(편의점 슈퍼마켓) 미원(대형양판점) 그랜드(디스카운트스토어) 제일제당(슈퍼 도매업) 신원(전자유통) 삼천리(레포츠용품유통)등이다양한 유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애경유화는 비누를 생산하는 중견기업이었다. 그러나 지난 93년 영등포에 애경백화점을 개장한 후 1년만에 3천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10여개 계열사의 전체매출액보다 큰 규모였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업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백화점에 눈독을 들이게 되고2000년까지 70여개업체가 1백30여개의 백화점을 건립할 예정이라는조사결과도 나와있다.◆ 기업, ‘자본주의 한국의 전사들’영상산업에 대한 열기도 이에 못지 않다. 정보화사회 멀티미디어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영상산업은 장기간에 걸쳐 투자를 필요로 한다.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준비하지 않는 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뜻있는 기업들의 물밑작업은 뜨거웠다.지난해 출범한 케이블방송의 채널을 대부분 대기업들이 차지했으며조만간 시작될 위성방송을 위해서도 그룹사들이 음양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보 제일제당 계몽사 대교 이랜드 나산등 중견업체들도 미국 홍콩 등지의 업계와 제휴를 통해 영상소프트웨어를 비축하는데 심혈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상산업이 2000년에 대략5조원시장에 달하며 주변관련산업을 합치면 어떤 분야보다도 큰 시장을 형성하는 핵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밖에도 환경이나 레저·외식산업도 각광을 받는 분야다. 지난해대형건설사고를 계기로 시설물 안전진단업에 신규진출의사를 보이고 있는 업체가 크게 늘고 있으며 국민소득증가 및 맞벌이가 크게느는등 생활의 변화로 외식산업이 번창하고 있다.삼성이 호화유람선사업을 희망하고 있으며 현대도 울산-부산간 여객선사업을 추진중이다. 이외에도 금호 두산 코오롱 보광 우성 한솔등이 전국각지에 콘도나 레저타운을 조만간 건설한다는 계획에따라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21세기 유망산업에 대한 진출은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 이는뒤집어보면 최소한 기존 분야중 일부를 떨궈내지 않으면 안된다는얘기가 된다. 그러나 철수나 정리를 결정하는 일은 신규진출의 결정보다 결코 쉽지 않다. 그룹총수들 입장에서도 가장 망설이게 되는 부분이다.또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이 불가피하며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은 러시를 이루고 있다.국제경제란 관점에서 임금 기술 원자재조달 시장접근등의 격차와요인을 감안할 때 상품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해외투자는 앞으로도 「물꼬트인 기세」로 가열될 것이다.해외진출에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대우그룹은 지난2월 현재10만9백70명(현지인포함)에 달하는 해외인력과 4백여곳에 법인 지사 사무소 건설현장을 거느리고 있다. 광고문구대로 「세계경영」시대에 돌입한 것이다.LG그룹도 최근들어 해외진출에 더더욱 의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동남아와 인도지역에만 2000년까지 50억달러를 투자, 전기전자 정유 화학 금융 통신개발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있다.기업들은 앞서서 준비하고 창조적으로 달려드는 기업가정신에 투철한 「자본주의 한국」의 전사들이다. 이들이 활개펴고 경영에 전념해 우리사회의 내재적 역량으로 끌어안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