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효씨는 94년부터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 참가해오고 있다. 카루소라는 남성복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가장 인기있는 남성복 디자이너브랜드 중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중성적 무드의 댄디룩을 추구하는 장광효씨를 만나 파리 진출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남성복 디자인을 하면서 국내외의 크고 작은 패션쇼에 참여하다 보니 해외 컬렉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이미 파리 컬렉션에 참가하고 있는 진태옥선배와 이신우선배의 활약상에 힘입어 자신감을갖고 문을 두드리게 됐다.▶ 파리 컬렉션을 보고 느낀 점은.패션이라는 장르에서는 우리가 아직 많이 뒤져있다고 느꼈다. 경제나 도시의 건물 같은 물질적인 데서는 오히려 대등하지한 패션과문화 같은 지적인 면에서는 우리가 많이 부족하다.파리 컬렉션에도 우리나라를 패션종주국이자 문화대국의 위치에 끌어올리는 선발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각으로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패션산업의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나와야 한다. 나오면 뭐하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패션산업은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수출물량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산업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패션이 발전하면 다른 분야까지덩달아 격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분야의 수출도 활성화될수 있다. 해외에 진출하는 디자이너는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애국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패션을 통해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좋아진다면 다른 산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작품속에서 추구하는 지향점은 무엇인가.동양적이고 민족적인 모습을 패션속에 구현하려고 한다. 한국적인정신과 우리 고유의 토속성이 내 디자인의 뿌리를 이룬다.▶ 파리 컬렉션에 참가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작품을 만들기까지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힘들다. 그러나 아이디어발상은 노력하면 되는 일이지만 정작 제일 어려운 것은 경제적인부분이다. 컬렉션 발표에 소요되는 경비가 만만치 않다. 옷에 대한열정과 가능성에 대한 희망, 그리고 한국을 알린다는 자부심으로참여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한국 패션에 대한 파리의 반응은 어떤지.70년대와 80년대 파리의 관심은 일본 디자이너에게 있었다. 한창파리에서 활동하던 다케다 겐조와 이세이 미야키 등이 파리에서 환영받았다. 최근에는 벨기에 디자이너들이 각광받고 있다.현지 언론들은 벨기에 다음은 한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2∼3년 후에는 한국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디자이너는 창작을 하는 동시에 공동작업도 해야 한다. 때문에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갖되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있는 좋은 품성도 갖춰야 한다. 자기 내면세계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노력도 빠뜨릴 수 없다. 여행이든 추억에 빠지든, 영화를 보든끊임없이 정신을 살찌워야 한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전에는 늘 세계에서 제일가는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있었다. 이제 불혹의 나이에 접어드니 세계 제일의 디자이너보다나를 대변하는 진실한 디자이너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정신을 표현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패션산업에 기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