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도 조세공과금 외에 많은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선거철마다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정치헌금은 물론 매년 각종 경제단체에 대한 회비도 내야 하며 사회적 행사가 있을 때마다기부금도 내야 한다.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런 사회적 비용을 가장 많이 부담하고 있는 기업은 이른바 「재계인(각종 경제단체 임원)」을 내보내고 있는 회사라는 점이다. 일본에서 재계인이라고 할 경우 우리나라와는달리 그룹회장이라든지 업계의 주요인사를 의미하기 보다는 오히려경제계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단련등 경제단체임원을 가리키는경우가 많다.경단련(經團連) 일경련(日經連) 경제동우회 그리고 일본상공회의소를 소위 일본의 경제4단체라고 부른다. 경제 4단체중 가장 무게가있으며 단연 돋보이는 단체는 역시 경단련이다. 경단련은 법인기업이라든지 업계단체등 1천2백여 회원을 갖고 있다. 연간 예산은40억엔 정도다. 일경련은 지방경영자단체 47개와 업종별단체 56개등 1백3개 단체로 구성돼 있으며 예산은 20억엔이다. 경제동우회는개인참가회원 1천5백47명으로 구성돼 경제4단체중 가장 적다. 상공회의소는 전국 5백9개 지방 상공회의소 산하에 약 1백50만개 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재계인이 되면 본인은 자신이 소속된 기업이나 회사의 「사업(社業)」보다는 경제단체의 임무인 이른바 「재계활동」에 더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아야 한다. 재계인을 내보낸 기업측에서는 다른 기업에 비해 경제단체에 대한 회비라든지 기부금이라든지 하는 조세공과금 이외에 사회적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대부분 기업들의 경우 일정한 연회비와 약간의 기부금을 부담하면되지만 이른바 재계인을 내보내고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각업계단체에 대한 회비와 기부금도 다른 일반기업보다많이 부담해야할 뿐만 아니라 경제단체의 업무활동과 관련, 정계나관계 인사들에 대한 교제비도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또한 계획한 대로 또는 할당한 대로 기부금이 모이지 않으면 그만큼 재계인을 내보내고 있는 기업의 부담금은 불어날 수밖에 없다.일반국민들이 세금을 내고 그 대신 자신의 대표인 국회의원 등을직접 선출하거나 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일본 기업들은 경제단체의 임원을 맡고 그에 따르는 활동비용을 부담하는 대신에 자신의 대표인 재계인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조직적, 공식적으로」 국정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일본의 권력구조는 「政官財 삼각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3자간의 견제와 균형 또는 대립과 갈등 및 협조등을 통해 제도개혁이나 기본정책방향의 수립등과 같은 일본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3각구조에서 「재」는 넓은 의미에서는 일반적인 기업이나 기업인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좁은 의미에서는 바로 경단련등 경제단체의 임원을 지칭하는 재계인을 의미하는 것이란 점을 분명히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흔히 경단련 회장을 재계총리(우리식으로 하면 대통령)라고 지칭한다. 역대 경단련 회장은 닛산화학공업사장(48∼56)도시바사장(56∼68) 도시바회장(74∼80) 신일본제철회장(80∼90)도쿄전력회장(90∼94)등으로 이어져 왔다. 94년5월 도요타자동차회장인 도요타 쇼이치로씨가 8대 재계총리에 취임했다.최종 소비자에게 직결되는 제조업 출신이며 구재벌계 회사도 아니고 본사가 도쿄도 아닌 회사의 대표자가 재계총리에 오른 것은 도요타씨가 처음이다. 신일본제철 도시바라고 하는 주로 중후장대형산업 출신자가 이제까지 경단련회장으로 선정돼 온 것과는 다소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재계총리는 매년 회비나 기부금 교제비등으로 연간 약 20억엔이상을 부담하는 대신, 일본권력구조의 「한극」을 담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