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장세가 두달여만에 제자리로 내려앉았다. 종합주가지수1,000선의 높은 벽만 실감한 채 투자심리도 한풀 꺾인게 사실이다.그러나 지수의 저점과 거래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되면서 이제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서머랠리(Summer Rally)쪽으로 옮겨갈 것이다.서머랠리는 여름철 주식시장이 반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현상으로서 주로 선진국시장에서 나타난다. 바캉스를 앞둔 펀드매니저들의주식매수가 이유인 것으로 보통 일컬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여름철 강세의 법칙성은 사실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지난 80년 이후 7,8월 주가가 뚜렷한 강세를 보인 해는 다섯차례였다. 90년대들어서는 그나마 91년 한해만 강세였고 여름철 약세가 오히려 두드러졌다.따라서 반복적인 법칙에 근거한 서머랠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 주가급락과 함께 여름으로 접어든 최근 상황에선 시장수급과 실물경제 정책동향 등으로 종합하여 그 가능성을 점검해보는 것이 타당할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여름 주가가 큰 시세를 내기는 힘들어보인다. 오히려 7, 8월에 주가안정을 다져놓고 9월 이후 상승세를보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한 수급상황등 영향가장 큰 이유는 취약한 수급상황에 있다. 총선이후 주가지수가120포인트씩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2가지를 확인했다. 하나는 국내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현상이다. 5월중순까지의 상승과정에서 외국인투자와 개인신용투자는 각각 1조7천억원과 8천5백억원씩 늘어난 반면 국내기관과 개인현금투자는 1조5천억원 이상 감소했다.이는 현재 주식시장이 한도확대에 따른 외국인들의 한국투자 증가와 일부 상주투자자들의 가수요성 게임에 의존하고 있을 뿐 정상적인 투자상품으로서는 신뢰받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기관의 지속적인 위험자산 축소와 저금리하에서의 금융자산 누적을 주식시장의잠재력으로 볼 수도 있지만 우선은 신규수요 부재로 투자심리가 약화되고 7,8월에 집중된 신용만기 매물도 부담으로 남아있다.또 하나는 주식공급물량 확대에 대한 당국의 조급성이다. 기업의주식발행수요와 공기업 주식매각의 필요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6개월째 침체국면을 헤매던 주가가 상승한지 3주일만에 대폭적인 공급확대를 결정한 것은 짐을 투자자에게 넘긴다는 인상이 짙다. 당분간 정상적인 신규수요 창출이 힘든 상황에서 이같은 대기물량을 흡수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실물경제 상황도 올여름 증시에 우호적이지는 않다. 작년 하반기부터 제기돼온 연착륙논쟁은 현주가에 어느정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있지만 국제수지 적자확대로 대표되는 최근 경제상황은 당초에 예상치 못했던 변수이다. 올해 경상수지가 반도체가격 붕괴에 따른수출차질로 악화되는 것은 삼성전자의 주가하락에 그칠 수 있다.문제는 오히려 일본의 엔저현상에 있다. 엔저를 바탕으로 한 일본주력수출품들의 경쟁력 회복과 가격인하 공세는 현재 자동차 조선철강 등 국내업체에 곧바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주요업종 경기가 당초 예상을 밑돌게 되고 그만큼 주가전망도 수정해야 하는문제가 생긴 것이다.경기동향에 대한 정부대응도 주가에 다소 부담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원화절하와 함께 금리안정을 겨냥한 통화신축공급 등은 물가및 금리불안을 자극해 향후 증시여건을 한단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그만큼 국내기관과 외국인의 주식매수는 제약될 것이다.결국 7,8월 시장은 서머랠리의 본게임보다는 숨고르기장세로 내다보는게 좋겠다. 2조원에 달하는 신용만기 매물을 해소하면서 몇가지 실물경기의 개선가능성을 점검해보는 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물론 장세판단에 변수가 될만한 호재도 있다. 신설투신사의 영업개시와 7월초로 예정된 외국인한도 추가확대가 그것이다. 신설투신의신규주식수요가 올해말까지 7천억원을 넘고 2%만큼의 한도확대에따른 외국인수요가 1조원 내외로 각각 추산되고 있어 불안한 수급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수도 있을 것이다.국내기관들의 위험자산 회피로 큰폭의 지수상승은 어렵더라도 신설투신의 수익률경쟁에서 공략대상이 될 중소형 테마주와 실적호전주, 바닥권에서 외국인매수가 집중될 은행주의 경우는 여름장세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한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