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령」.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리를 강제로 깎게만든 명령이다.조선 고종 32년인 1895년 11월에 발효된 이 단발령으로 인해 그동안 상투를 고집하던 우리네의 머리가 서양식의 헤어스타일로 바뀌기 시작했다. 따라서 국내에서 근대적 개념의 머리손질이 시작된시기를 꼽는다면 단발령이 내려진 1895년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그로부터 꼬박 1백년이 흘렀다. 그동안 머리를 다듬는 기술은 눈부실 정도로 발전했으며 두발제품도 수없이 다양해졌다. 제품종류의다양화와 함께 여러가지 기능을 가진 제품들도 선보였다. 이제 머리를 주제로한 사업은 「산업」으로 불릴만큼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머리산업 가운데 서비스부문인 머리손질사업은 크게 미용업과 이발업으로 나눌 수 있다. 전통적으로 남자는 이발관에서,여자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이 곳에서 사람들은 머리커트는 물론 면도 화장 마사지 염색 가발손질 등 머리에 관련된모든 서비스를 받고 있다.최근에는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미용실과 이발소가 단순한 머리손질의 차원에서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인테리어가 고급화되는 등대형화 고급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머리손질사업과 관련된 시장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신세대를 중심으로 남자들이여성전용으로 여겨졌던 미용실을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미용실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96년2월 현재 전국의 이·미용업소수는 10만2천5백80개로 집계됐다. 이중 이발소와미용실은 3만4백79개와 7만2천1백1개로 미용실이 4만1천개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는 30년 전인 지난 66년의 2만9천9백78개보다 3.42배 증가한 수준이다.이발소는 66년 1만8천3백77개, 76년 2만9천47개로 늘어나다 86년에는 2만9천28개로 줄었다. 이후 새로운 서비스로 중·노년층 손님을끄는데 성공, 96년 3만4백79개로 다시 증가했으나 30년간 1.66배로증가하는데 그쳤다.◆ 미팅 주선 등 이색서비스 미용실도 등장반면 미용실은 66년 1만1천6백1개, 76년 1만6천7백72개로 이발소수보다 훨씬 적었으나 여성들의 사회참여 증가 등에 따라 80년에는 2만3천69개로 늘어 이발소수와 비슷해졌다.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남성들도 패션을 중시, 미장원에서 머리를 다듬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미장원수가 86년 4만5천3백94개로 급증한데 이어 90년에는5만8천3백76개로, 96년에는 7만2천1백1개로 늘어나 30년동안 6.22배로 증가했다. 이발소의 증가세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미용실의수는 최근들어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미용요금도 크게 올랐다. 90년대초만해도 파머요금은 보통 1만~1만5천원이었으나 요즘에는 웬만한 미용실에서도 3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미용요금은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최근 서울시내 1백83개 미용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에서 상세히 나타나고 있다.물가단속 대상 품목인 스트레이트 파마와 웨이브 파마 가격은 2만∼4만원을 받는 업소가 가장 많았다. 물가단속 대상 품목인 커트도평균 5천∼1만원 미만으로 94.5%의 업소가 이 요금을 받는 것으로조사됐다.그러나 미용요금은 업소별로 크게 차이가 나 커트의 경우 적게는4천원에서 많게는 2만원까지 최고 5배의 격차를 나타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염색은 업소별로 최저 3천원에서 최고 4만5천원까지큰 편차를 보였는데 2만원 이상의 요금을 받는 곳이 62.8%를 차지하기도 했다. 어쨌든 머리손질시장 규모가 급확대되고 있는 것만은확실하다. 머리손질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국내미용실도 대형화되는 한편 외국미용실의 국내진출도 가속되고 있다. 또한 대기업들의 미용업계 진출 움직임도 일고 있다.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여러 개의 지점을 운영하는 대형미용숍이 등장한 것은 90년대 들어서다. 개인의 명성을 바탕으로 「박승철 헤어스튜디오」 「찰리정」 「박준미용실」 「이가자미용실」 등이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서고 있다. 동네 한켠에서 미용사가 직접 운영과 머리손질을 함께 하던 시대와는 차원이 달라진 것이다. 장사도 잘되는 편이다.미용업계 관계자는 『10여명의 헤어디자이너가 있는 지점의 경우한달 매출이 적어도 8천만원이상』이라고 말한다. 동네 은행들이미용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라는 것이다.목좋은 지점은 웬만한 중소기업과 매출액이 맞먹는 수준이다.해외 유명 브랜드의 미용실도 잇따르고 있다. 이미 상륙한 업체들은 점포를 계속 늘려 가고 있다. 프랑스의 「쟈끄 데샹쥬」를 비롯, 4~5개의 브랜드가 국내에 도입돼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으며 해외 미용학원도 국내에 선 보일 예정이다.25개국에 5백여개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의 미용업체인「쟈끄 데샹쥬(Jacque Dessange)」는 미용실 밀집지역인 이화여대앞에 첫 점포를 낸 뒤 현재 11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쟈끄 데샹쥬만의 커트기법을 체계화해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칸 영화제 공식 헤어살롱 및 크리스티앙 디오르 코코샤넬 등 패션업계와 제휴하고 있다』는 광고로 20~30대 도시여성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또 쟈끄 데샹쥬가 운영하는 미용학교인 「에꼴 쟈끄 데샹쥬」도 도입해 자체직원 교육 뿐 아니라 일반인 미용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밖에 프랑스의 「모즈헤어(Mod’s Hair)」, 미국의 「환타스틱 샘즈」, 영국계 「토니 앤 거이」가 이미 상륙한 상태다.30년간 도자기사업에 줄곧 전념한 동양도자기도 제조업체로서는 처음으로 미용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미용실 프랜차이즈업체인 「아이다 그레이 비버리힐즈」사와 합작해 관련 프랜차이즈를 한국에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비버리힐즈사는 미 LA에 본사를두면서 미국내에 60개 이상의 미용실을 프랜차이즈형태로 운영하고있는 고급미용실회사로 자체적으로 향수도 생산하고 있다.◆ 이발소 증가 줄고 미용실수는 급증추세미용실의 수가 급증하면서 서비스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앞다투어 대형업소로 신·개축을 하면서 인테리어와 편의시설에도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개인용 라커, 잡지와 음료가 제공되는휴게실 등은 기본이고 휴게실 탁자마다 5인치짜리 텔레비전을 설치한 곳까지 생겼다. 한편에서는 모발손질에 피부관리 화장 가발판매까지 겸하는 복합미용실도 늘고 있다.서비스공세 역시 치열하다. 개업기념으로 파마요금을 할인해주는가하면 오전 9∼12시 사이에 찾아온 손님에게도 할인해 주는 「모닝파마」를 실시하는 곳도 있다. 플라스틱 회원카드를 발행,회원에한해 할인특혜를 주는 곳도 있다. 당구대 설치, 미팅 주선 등 이색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용실도 등장했다.그러나 미용실의 운영은 유능한 헤어디자이너를 얼마나 보유하느냐가 관건이다. 손님을 대하고 머리손질을 해주는 주역이 이들이기때문이다. 헤어디자이너들은 보통 전속스태프 1∼2명을 둔다. 디자이너마다 차이는 있지만 경력이 많고 단골이 많으면 이보다 더많은스태프를 두기도 한다.헤어디자이너는 개인 능력에 따라 많은 수입을 올린다. 대부분 미용숍은 기본급여를 정한 다음 디자이너당 고객매출의 20∼30%를 디자이너 몫으로 준다. 10년차 이상의 뛰어난 헤어디자이너가 한달보수로 9백만원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있다. 앞으로머리손질사업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공중목욕탕 내에서의 미용실영업을 허용하는 한편 국내시장개방을 계기로 여신금지업종에서 고급이발소와 미장원을 제외했다.보건복지부는 7월부터 공중목욕탕 내에서 미용실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제까지는 공중목욕탕 내에서는 이발소만 설치할 수있었다. 다만 피부미용실 등 미용업소에서의 문신 및 박피술 등 시술행위가 엄격히 금지했다. 지난 3월부터는 모든 이발소와 미장원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머리손질사업인 이·미용업계는 제도적으로도 한층 발전할 계기를 맞게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