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기회를 잘 포착하기로 유명한 어느 일본 기업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국민들의 불만이 높은 정부 공공서비스가 어느 부문인가를 생각하면 큰 시장이 보인다.』정부의 공공의료가 「개판」이면 민간의 의료사업이 성시를 이루고교육제도와 서비스가 엉망이면 사설교육기관이 세를 넓힌다는 얘기로, 우리의 현실에 비춰 상당한 일리가 있는 비즈니스철학이다.국내의 안전산업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 또한 같은 선상에서 당연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이 하도 험해서」라는 말투에서보듯 사람들은 불안과 초조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범죄건수(경찰청통계)는 90년 1백17만건에서 94년 1백37만건으로 늘어났다. 더군다나 같은 기간 절도 소매치기가 40%나 줄었다는 사실은 강력범죄가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미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손이 모자란다」는 하소연만 하는 공권력을 뒤로한채 사설 경비·경호업체가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안전산업은 크게 사람의 힘으로 이뤄지는 유인경호와 기계적 시스템을 갖춘 무인경비로 나눠진다. 지난해 유·무인을 합친 국내 안전산업의 시장규모는 약 7천억∼1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모래시계」를 비롯한 방송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검은 선글라스를 낀무술유단자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사업성이 있는 것은 시스템에 의한 무인경비쪽이다.◆ 무인경비 매년 30%씩 성장세 사업성 커무인경비는 매년 약 30%씩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게 업계쪽의설명한다. 명동같은 특정상권에서는 최고 50% 정도의 점포가 전문업체에 경비를 맡기고 있으며 금융권의 24시간 점포 등도 대부분경비업체의 고객이다.무인경비시장은 에스원, 한국보안공사, 범아종합경비가 시장의 메이저들이다. 에스원이 한해 2천억원대, 한국보안공사가 1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범아는 이들을 뒤쫓고 있다. 그러나 경비협회의 회원사만도 8백여개에 달해 3대업체외에도 지방에는 조그마한 회사들도 난립해 있는 상황이다.시장의 선두를 자부하는 에스원은 일본세콤이 지분(25.6%)참여를하고 있으며 중앙개발 등 삼성그룹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있다. 일본세콤의 기술을 도입해 무인경비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지만 출입관리시스템 화상감시시스템 기기판매 등으로 사업영역은 세분화된다. 한국에서 세콤은 에스원이 판매하는 무인경비시스템의상품명에 해당된다. 에스원은 7만여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방의군단위에까지 지점 영업소가 뻗쳐있다.한국보안공사는 올해로 창업 25년째를 맞이한 국내최초의 민간경비업체다. 20여명의 인력으로 주로 경비실을 지키던 업체였으나 지금은 전국에 50개가 넘는 지점, 4천명 이상의 인력을 거느리는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필버그감독이나 브루스 윌리스 등의 경호업무도 담당한 바 있으나 점차 캡스(CAPS)로 알려진 무인경비시스템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업체별로 이름은 다르지만 무인경비가 운용되는 체계는 개념적으로는 똑같다. 무인경비시스템은 일단 「이상」을 체크하는 감지부분이 있으며 이를 어딘가로 전달하는 전송부분이 있고 다시 대처를지시하는 관제분야가 있다. 감지에는 적외선감지기를 비롯해 출입문에서의 카드감지 지문감지 등이 동원된다. 전송은 광케이블이나이미 깔린 회선을 통해 독자적인 관제실이나 인근 경찰서 전문업체의 중앙관제실 등으로 연결된다. 관제쪽에는 폐쇄회로TV(CCTV)나통신장비 등이 자리하게 된다. 전문업체는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기도 하며 이상이 감지되면 3∼5분이내에 현장에 도착, 범인을 잡아경찰에 넘긴다.고객이 경비를 의뢰하면 우선 견적에 들어간다. 가격결정에서 가장중요한 요소인 몇 개의 감지기가 들어가고 몇군데의 감지포인트가있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 귀금속점이라면 50여만원정도의 초기설치비용이 들어간다. 그후로는 월 10만∼15만원의 경비료를 지불하면 된다. 계약은 1년단위로 이뤄지지만 장기적인 계약으로 연장되는게 보통이다.전문업체들은 이같은 사업을 통해 유무선의 정보망을 갖게 되므로다른 부가가치사업에의 진출이 용이하다. 에스원의 도난차량회수시스템도 그중의 하나. 차량의 어딘가에 신호발생기를 부착, 도난당했을 때 수많은 순찰차량에서 이 신호를 감지해 곧바로 회수해주는시스템이다.◆ 유인경호 주고객은 VIP 연예인 등한편 유인경호를 위주로 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가운데도 두세개 업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경호센터(회장 이초산)는 85년 만들어진 민간경호기업으로 보디가드전문회사다. 이회장 스스로가 태권도 유도 합기도 등을 합쳐 10단의 무술실력을갖추고 있는 것처럼 유인경호에서는 일정한 체력과 무술실력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경호센터의 경우 1년에 3∼4회씩 공채로 직원을 채용하는데 남자는 1m78㎝의 키에 무술4단이상, 여자는 1m70㎝에 무술2단이상인 젊은이들이 대상이다. 한국경호경비시스템(대표백태현)은 94년 1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범한 업체이며 직원들은 청와대경호실이나 특수부대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물론 무술실력이뛰어나지만 가스총이나 전자충격기 등을 기본장비로 갖춰 경호에나선다.이들의 고객은 주로 대형행사관계로 방한하는 VIP, 기업체인사, 연예인 등이다. 경호비용은 1명이 동행경호(8시간기준)를 한다고 할때 15만원정도며 경호의 난이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또 행사경호는 4명 파견을 기준으로 하루 24시간에 1백만원 안팎이다.유무선을 불문하고 경호 경비에 나서는 인력들에게는 안정된 직장과 좋은 대우가 필수적이다. 이들의 생활이 궁핍할 경우 「견물생심」으로 도둑을 잡거나 치한을 퇴치하러 나갔다가 도둑이나 치한으로 변심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업계에서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신변위협을 느껴 개인경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난립하고 있는 경호전문업체은 자연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결코 줄어들거나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곤 하지만 엄밀히 따져 돈을 벌기 위한프로야구행사에 왜 공권력(의경등)이 투입되느냐』는 업계사람들의지적대로 사람들은 언젠가 공권력과 사설경호인력의 영역구분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에서는 교도소경비나 군부대 경비시스템도 민간경호경비업체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