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명분이 그럴듯해도 방법이 틀리면 전체가 잘못된 것이다. 의료기사법시행령개정을 위한 대한안경사협회의 불법로비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안경사협회의 주장이 비록 안경테의 독점적판매를 위한것이라 해도 나름의 명분은 있었다. 이왕에 안경사제를 도입했으면국가자격증을 갖춘 안경사가 안경테와 렌즈를 함께 판매해야 국민들의 눈을 보호할 수 있지 않느냐는 논리였다.현재 안경사자격증을 갖고있는 사람은 1만5천여명. 이들 안경사들만이 안경점을 내고 렌즈를 가공판매할 수 있다. 안경사자격증제가도입된 것은 지난 90년. 안경사자격증을 따기 위해선 서울보건대등전국 8개대학의 2년제 안경광학과를 졸업하고 별도의 시험을 치러야한다. 이번 로비사건의 발단은 90년대들어 렌즈 및 안경테 가격이 급락하고 안경점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면서 안경점들의 마진폭이 준데서 비롯됐다. 전국의 안경테 생산업체는 3백50여사. 주로 대구3공단에 몰려있다. 부품등 관련업체만도 5백여개가 넘는다고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시장규모(공장도가격기준)는 약2천3백억원. 최근 안경테 및 렌즈의 양산기술이 발달, 제품가격의급락을 가져왔다.◆ 공장도가격보다 2배이상 비싸게 받아또 이같은 가격급락은 판매경쟁으로 이어졌다. 소비자가격도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특히 안경테의 경우 공장도가격의 급락을바탕으로 공테 도매상들이 가격파괴를 무기삼아 소비자를 공략하면서 기존 안경점의 사업기반이 크게 위축됐다. 이제는 안경테를 따로 구입해 집근처 안경점에서 이를 맞추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물론 검안은 안과에서 하면된다. 70년대까지 천을 따로 구입해 양복을 맞춰입는 방식과 비슷하다. 남대문시장내 도매업체에 따르면최근들어 안경테만 구입하기 위해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제는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으로 떼돈을 버는 시대는지났다.물론 공장도가격에 비해 소비자가격이 지나치게 비쌌던 것은 유통경로가 복잡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경테의 유통경로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공장에서 도매상으로 다시 소매상으로 이어지는 평범한 유통경로이다. 이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진은 통상 20%를 밑돈다.그러나 가게임대료 인건비 검안장비 등의 비용으로 소비자가격이높아진다고 안경점들은 설명한다. 이같은 부대비용을 감안할 경우안경테의 가격파괴바람이 불면 자신들은 영업을 계속할 수 없다는입장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안경사들은 떼돈을 벌기는 커녕 문닫는안경점이 잇따라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이같은 상황에서 안경사협회는 렌즈는 의료용품에 속하는 반면 안경테는 공산품에 포함된 것은 모순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조직적인로비활동을 벌여왔다. 안경테가 공산품에 속해있어서 누구든지 팔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로비활동이 안경사들로부터 설득력을 얻었던 것도 사실이다. 안경사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오히려 자신들이 탁상행정의 피해자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안경테 독점판매를 위한 불법로비활동을 두고 「집단이기주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일축한다. 한의사와 약사들간 치열한 로비전이나 의과대증설을 반대하는 병원들 로비와 같다는 시각도 있다. 독점판매를 허용할 경우 가격담합이 우려되고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가 져야한다는 얘기다. 안경사들이공장도가격보다 두세배이상 비싸게 팔기위한 다시말해 「허가받은도둑질」을 하기위해 뇌물까지 동원한 로비활동을 펼쳤다고 보고있다. 안경사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쟁이 격화돼 수익이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미지가 실추됐으니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안경점들이 국민건강을 담보로 폭리를취했다는 인식이 확산될까봐 겁내고있는 것이다. 충분한 명분을 갖고도 실속을 차리기위해 무리수를 둔게 자신들의 발목을 잡은 꼴이됐다. 「과유불급」을 새삼 깨닫고있는 안경사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뇌물을 받은 정치인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