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4%대의 비교적 고성장을 유지했던 세계경제는 98년 성장률이 3.5%로 둔화되는 등 경기조정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아시아를 비롯한 개도국의 금융불안 탓이다. 선진권에선 EU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일본경제의 침체가 지속되고 그동안 고성장을 구가했던 미국경제도 둔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 경제성장률은지난해 2.9%에서 올해 2.6%로 둔화될 예상. 개도국의 경우 중국과중남미가 비교적 호조를 보이겠지만 역시 동남아의 침체로 전체적으론 6.0%에서 5.1%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물론 아시아 금융불안이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에 미친 영향은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개도국의 금융위기가 심화될 경우 선진국의수출둔화와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져 세계경제를 더욱 침체시킬 소지도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의 수입수요가 크게 줄어든다면 아시아와 선진국 경제가 동반하락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있다. 한편 98년중 국제금리는 소폭 상승에 그칠 예상이며 국제환율은 장기간 약세를 지속해온 엔화가 하반기 이후 소폭 강세로 전환될 예상이다.●미국 = 지난해 미국경제는 3.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 92년부터 시작된 호황은 절정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하강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 이같은 성장 둔화를 예측할 수 있는 근거는 크게 세가지다.첫째 동아시아 통화위기로 미국내 투자심리가 다소 위축되고 달러화 강세와 개도국의 성장둔화로 수출도 줄어들 것이라는 점. 둘째작년 11월 4.6%를 기록한 실업률을 보면 미국은 거의 완전고용 상태여서 앞으로 추가 고용이 노동비용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점.셋째 실질 경제성장이 잠재성장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인식돼 주가도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란 분석 등이다. 게다가 미국 주가를주도해온 하이테크 산업의 경우 동남아 투자가 많아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버블조짐을 보였던 주가가 조정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일본 = 일본경제는 소비세 인상의 후유증으로 작년 2/4분기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이 마이너스 2.8%를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일본경제의 앞날에 대한 불안과 아시아 통화위기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경기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97년 재정긴축의 마이너스 효과가 줄어들고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이 1.7%로 작년(1.3%)에 비해다소 회복될 전망이다. 특히 금년 일본경제는 금융기관 연쇄부도에따른 금융불안정을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대체적인 견해는 정부의 금융기관 지원으로 금융환경이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쪽에 모아진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일본경제를뒷받침해온 수출은 기업의 수출채산성을 넘는 수준의 엔저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경제의 위축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수입의 경우는 더욱 줄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작년 9백80억달러에서 올핸 1천1백80억달러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EU = 97년중 마르크화 약세에 따라 뚜렷한 수출회복세를 보이면서 2.4% 성장했던 EU경제는 98년에도 2.5%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영국을 제외한 EU 각국에서 10%대의 고실업이만연하면서 실질소득이 감소해 내수부진은 면치 못할 예상. 특히독일과 프랑스에서는 건설부문이 크게 침체될 것이다. 이탈리아 경제도 재정긴축과 민간소비 부진으로 98년 1% 미만의 저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밖에 EU회원국 중 아일랜드가 유럽 평균 경제성장률보다 2배이상 높은 성장세를 보일 예상이며 스페인과 포르투갈도평균 이상의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점쳐진다.EU 각국의 내수부진을 야기한 통화 및 재정긴축은 올해도 지속될가능성이 크다. 특히 98년은 유럽단일통화 「유로(Euro)」와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의 참여국이 정해지는 해이기 때문에 회원국들이보다 긴축의 고삐를 당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EU 각국은 경제정책의 기조를 성장보다는 안정쪽에 두면서 물가상승률이 2% 안팎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중화경제권 = 중국의 경우 98년에도 「고성장 저물가」의 안정성장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수출환경 악화로 경제성장률은 지난해9.5%보다는 둔화되겠지만 금리인하 등 금융완화 정책에 따라 여전히 9.3% 정도의 고성장을 유지할 것이다. 97년 중국의 수출액은 20% 이상 증가해 4백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무역흑자를 실현했다.다만 금년엔 인민폐의 강세와 관세율 인하 영향으로 인해 수출이둔화되고 수입이 늘면서 무역흑자는 2백50억달러 수준으로 축소될예상이다.지난해 5.4%의 경제성장을 달성한 홍콩은 홍콩달러 강세에 따른 수출둔화와 내수부진으로 경제성장률이 올해 4.3%에 그칠 전망. 그러나 홍콩주식시장이 이미 큰 조정을 거쳤고 통화위기 방어 과정에서적지않은 노하우를 축적해 홍콩의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은 희박한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통화위기의 무풍지대중 하나인 대만은 건실한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제환경 변화로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긴 하겠지만 개인소비와 수출증가를 바탕으로 6.2% 정도의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점쳐진다. 대만은 거액의 외환을보유하고 있는데다 외채도 매우 적다. 게다가 경제의 기본구조가비교적 탄탄하고 이미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앞으로도국제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아 금융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동남아시아 = 지난해 하반기 발생한 통화위기로 동남아 경제는97년 경제성장률이 90년대 들어 최저치인 4.9%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98년엔 통화위기의 영향이 실물경제에 본격 반영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기침체에 빠질 전망이다. 동남아평균 경제성장률은 2.4%로 예상된다. 나라별로 보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금융시장 불안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있다. 이들 나라의 경우 주식시장 폭락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과 환차손으로 기업들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된 상태다. 또 소비와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심한 경기침체를 면치 못할 것이다.싱가포르도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무역 투자 비중이 높아 성장률하락을 피할 수 없다. 베트남은 수출둔화와 외국인 투자 감소로,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은 정치 불안에 따른 수출감소와 내수부진으로 전반적인 경기하락이 예상된다. 그러나 성장률이 떨어지는추세 속에서도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는 환율절하에 따라 수출신장이 기대된다. 따라서 동남아 경제는 수출증가에 힘입어 금년 말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물론 평균5~6% 대의 성장률 회복은 2000년대 들어서나 가능해질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