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는 사회가 불안하고 불확실할 때 기승을 부린다. 우리 상황이꼭 그렇다. 국가 전체가 금융위기에 처하자 어려움을 부추기는 온갖 악성루머들이 활개를 친다. 문제는 금융 시스템이 거의 마비된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루머」가 곧 기업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극약」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이런 이유로 인해 검찰과 증권감독원은 루머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효과는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루머의 진원지가 불분명해 유포자를 찾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찾았다고 해도 이미 그때는 해당 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끼친뒤이기 때문이다. 96년에 도산했던 우성그룹의 경우 악성루머에 시달리다 못해 「루머사전단속반」이란 것까지 만들었지만 루머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다면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으로 증폭되는 루머에 대해 기업은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우성그룹처럼 일종의 첩보팀을 꾸려 루머 유포자를 찾아 다니는 「음성적인 방법」이 잘못됐을 뿐이다.이태하 에델만코리아 사장은 『루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루머가발생하기 전에 미리 루머에 빠질 위험은 없는지 조사하고 그럴 위험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공개적이고 솔직하게 상황을 밝히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최선』이라고 지적한다.앞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는 어떤 기업도 루머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은 자금 사정이 괜찮은 편」이라고자부하고 있더라도 일반 투자자나 소비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위기상황에서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투자자나 소비자, 협력업체 등을 대상으로 그 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조사하는 일이다. 조사가 끝난 후에는 조사 대상자들이 궁금해하는 「핵심 이슈」를 정리, 이 내용에 대해 기업의 입장을 정확히 알리는 PR(Public Relations)활동을 펼친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투자설명회 등 IR(Investor Relations)활동을 실시하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PC통신이나 신문 TV 등을통해 회사의 상황을 알리는 기사나 광고가 나가도록 한다.◆ 투자자에 PR·IR 실시…신뢰감 줘야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펼칠 때 주의할 점은 빠르고 솔직하고 광범위해야 한다는 점이다. 루머의 특징 중 하나는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이 꼭 들어맞는다는 점이다. 기업이 투명하고 건실하게 경영활동을 펼쳐왔다면 악성루머가 발생할 여지는 거의 없다.투자를 잘못했거나 부채가 많거나 무언가 의심스러운 점이 있기 때문에 자금악화설이니 부도설이니 하는 「설」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이 어려움에 봉착했다면 그 어려움을 숨기기보다는 겪고 있는 위기가 어떤 종류의 위기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빨리 밝히는 편이 낫다.숨기면 숨길수록 루머는 증산된다. 부채가 많다면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재무제표를 제시하고 왜 부채가 많아졌는지, 부채를 갚기 위해서 어떤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예를 들어 신규사업에 투자하느라고 부채비율이 높아졌다면 언제부터 그 사업에서 이익이 나는지 비전을 제시하고 수익이 나기 어려운 사업이라면 상황을 인정한 뒤 매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한다.조사와 커뮤니케이션은 서로 서로 피드백하면서 위기상황이 진정될때까지 계속돼야 한다. 위기는 완전히 진화될 때까지 새로운 국면으로 발전해 나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괜찮다고 해서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극심한 「돈 가뭄」으로 인해 조사와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들어가는 돈이 아까울 수도 있다. 그러나 경비를 절감한다고 조사비용과커뮤니케이션 활동비를 아끼다가는 시쳇말로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끊임없이 주위 환경과 「의사소통」하면서 믿음을 주는 것이결국은 극한 상황에서 기업이 「장수」하는 길이다. 우리 경제가최악의 사태를 맞게 된 것도 국내외에서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란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