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불투명해졌다.』(국토개발연구원 주택연구실 윤주현연구위원) IMF시대에 접어들면서 주택시장은 시계 제로인 가운데 불안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주택시장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잔뜩위축된데다 경제상황이 주택부문의 전망을 극도로 어둡게 만들고있기 때문이다.공급주체인 주택건설업체들로서는 표준건축비인상이나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주택분양가자율화방침이 시기문제를 남겨둔채 일단 시행으로 방침이 정해졌어도 표정은 밝지않다. 택지 자금 등의 문제가선결되지 않는 한 오히려 건설업계에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만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건자재가격이 한달만에 무려30%이상 상승한 점도 업계표정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건자재가격상승으로 지금 진행중인 공사는 모두 적자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주택산업연구원의 권주안 연구위원은 『1월15일 현재 1백여 건설업체가 부도가 났다. 앞으로 3천여업체중 3분의 2정도가 부도가 날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해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건설업체는 초기자본투자가 많이 필요한 대신 경영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려 분양가자율화를 이미 실시해 주택시장에서 장기적인 공급안정을 이루었어야 하나 이제 시기를 놓쳐 건설업체들의 잇단 부도로 공급물량이 축소되고 이는 결국 거시경제가 나아지는 시점에회복되는 주택수요와 맞물려 오히려 가격폭등을 불러올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주택시장에 영향력이 가장 큰 서울에서도 올해 주택공급물량이 지난해의 9만4천여가구보다 63%정도 줄어들 것이라는보도도 있었다.또 할부금융사들이 대출을 중단해 5조원상당으로 추산되는 중도금이 납입되지 않는 상황도 건설업체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청약해지자의 증가도 마찬가지다. 근본적으로 자금줄이 꽉 막힌 상황에서 새로운 주택공급이란 꿈도 꾸지 못할 일이 된 것이다. 지난해에 각 업체들이 신수종사업분야로 잡고 활발히 추진했던 재건축·재개발사업마저 손을 드는 상황이다. 이런 요인들로 사업축소는당연한 일이 됐으며 사업포기를 선언하는 건설업체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내집마련을 생각해왔던 수요자들도 마찬가지다. 분양가자율화시행에 대한 건교부의 방침이 발표되면서 주택수요자들의 불안감은 즉시 나타났다. 분양가자율화가 하향안정세를 보이던 주택가격을 일시에 상승세로 반전시킬 재료라는 예상들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감으로 주택가격전망과 내집마련방법 등에 관한 문의가부동산전문가들에게 폭주하기도 했다.게다가 내집마련을 실질적으로 가능케 해왔던 금융시장의 경색도수요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주택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자금줄역할을 해오던 금융기관의 대출이 꽁꽁 얼어붙은데다 언제 풀릴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나마 풀린다해도 높은 이자율 때문에 예전처럼 선뜻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주택수요자들사이에서는 「일단은 움직이지 않는게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기도 했다.주택시장에 대한 엇갈리는 전망들도 수요자들의 모든 계획을 백지상태로 만들었다. 건교부에서 『최근 주택가격동향이란 보고서를통해 거래가 거의없는 상황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분당·일산 등 그동안 가격상승을 보였던 신도시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분양가자율화방침은 불안감만 가중시켰다. 이에따라 부동산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승세 전망과 보합세 전망이 엇갈리기도 했다.『중대형 인기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상승이 이뤄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세』(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사장) 『하반기에 거시경제지표들이 안정돼 주택수요자들의 구매력이 회복되고 약간의상승기미가 보인다면 주택시장은 상승세로 급반등할 가능성이 크다』(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연구위원) 『3월이후에나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하락내지는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ERA코리아 강정임실장) 『지금의 하락세가 일시 둔화되기는 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보합세』(한경부동산정보라인 김영수운영본부장) 『소폭의 변동이 있겠지만 약보합세로 이어지다 중장기적으로는 하락세』(한국부동산컨설팅 정광영사장) 『소폭의 상승세 또는 보합세』(한국부동산신탁 컨설팅실 오석건실장) 『전반적으로 가격에 큰 움직임이 없이 지금의 흐름이 이어질 것』(국토개발연구원 주택연구실 윤주현연구위원) 등 이다.◆ 주택시장 위축, 세분화된 투자 전략 세워야주택수요자들의 위축은 분양아파트에 대한 청약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10차동시분양아파트에 대한 서울거주 일반 2순위자에 대한 청약결과 17개 평형이 모두 미달사태를 맞기도 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미분양아파트도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매기가 없어 거래가 거의 끊긴 상태에서 호가만 나온다는 말들이이구동성으로 나오고 있다.따라서 부동산전문가들은 주택시장에 있어 수요와 공급의 위축과불안정을 감안해 이제 내집마련전략을 바꿔야 할 때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주택시장의 정보를 꾸준히 파악하고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확보하는게 관건이 됐다는 것이다. 내집마련정보사의김영진사장은 『자신의 조건과 목적을 고려해 보다 세분화된 내집마련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분양아파트를 노리는 사람이라면 분양가가 자율화 되기 전에 빨리분양받거나 미분양아파트를 노리는게 유리하며 전세를 옮기려는 사람은 새로 입주중이거나 입주예정인 아파트를 고려하는게 낫다는것이다. 또 법원경매나 성업공사의 급매를 이용하면 저렴한 값에내집을 마련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원주택 단독주택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으로 이사할 계획이 있었다면 시기를 늦추고,재개발·재건축이나 조합주택으로 내집을 장만하거나 평수를 늘리려던 사람들은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게 김사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