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씨(31)는 96년 6월에 결혼을 하면서 집 문제로 적잖은고민을 했다. 당초 상계동 부근에 18평형 아파트를 전세로 얻기로계획했던 이씨는 그해 봄부터 오르기 시작한 전세가가 5천만원대를돌파하면서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전세자금 명목으로 준비했던 금액을 이미 1천만원 가까이 초과했던 것이다. 반면 매매가는 7천만~7천5백만원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불과 2천여만원밖에 안됐던 것이다. 궁리 끝에 이씨는 7천만원을 주고 아예 집을 사버렸다. 다행히 급매물로 나온 것이 있어 시세가보다 약간 덜 주고 살수 있었다. 모자라는 돈은 처가의 도움과은행 대출금 2천만원으로 해결했다. 그렇다면 1년 6개월여가 지난지금 시점에서 볼때 당시 이씨의 선택은 옳았을까.현재 이씨의 아파트는 최저가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8천만원을 호가한다. 그동안 전체적인 아파트값 상승에 힘입어 13% 가량 상승했다. 물론 이씨는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은 돈의 이자를 갚느라 매달 24만원 정도를 냈고 이를 모두 합하면 지금까지 약 4백32만원이된다. 결국 이씨는 1년 6개월전에 집을 사 줄잡아 5백68만원(집값상승분 1천만원-대출이자 4백32만원)의 이익을 얻은 셈이다. 집을살 때 냈던 세금 1백50여만원을 감안하더라도 1년반만에 대략 4백20여만원을 번 셈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지금까지의 손익계산서다. 앞으로는 상황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전세로 들어갈 것이냐 아니면 약간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장만할것이냐의 문제는 정답이 없다. 어느 것이 옳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있는 사람도 없다. 앞서 말한 이씨의 경우처럼 전세 대신 집을 샀다고 해서 반드시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오히려전세로 들어가느니만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상황을 잘 살펴본 다음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기본적으로 전세냐 매매냐의 문제는 집값 상승률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만약 지난 96년과 97년처럼 집값 상승률이 높을 때는어느 정도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살 필요가 있다. 빌린 돈에 대한이자의 총액보다 집값 상승폭이 크면 이익을 볼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만약 집값이 전혀 안오르거나 오르더라도 그 폭이 아주 미미하면 경제적으로 볼때 집을 굳이 살 필요가 없다. 차라리 전세를살면서 남는 돈은 금융기관 등에 굴리는 것이 좋다.또 하나 돈과 뗄래야 뗄수 없는 금리도 잘 살펴야 한다. 만약 금리가 이전보다 낮아진다면 대출 등을 받아 집을 사는 것도 괜찮은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금리가 높아지면 대출을받아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집을 살 필요는 없다. 자칫 고금리에 치여 허덕이기 십상이다. 최근 들어 금리가 15~20%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무리해서 집을 살 필요가 전혀 없다는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물론 예외는 있다. 매매가에 대한 전세가의 비중이 아주 높은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는 한번쯤 구입을 고려해볼만 하다. 예를 들어 노원구 상계동, 도봉구 창동이나 쌍문동, 동대문구 용두동, 마포구 공덕동, 고양 성사동, 부천 고강동, 수원 우만동, 안산 본오동 등지의 중소형 아파트는 전세가가 매매가의 70~80%선에 이르고있다. 대부분 전세수요가 특별히 많은 지역으로 전세가와 매매가의차액이 보통 2천만원이 채안되고 어떤 경우는 심지어 1천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전세가에 1천만원 정도만 보태면 집을 아예 살수 있는 상황이다.이들 지역은 투자위험 역시 거의 없다. 매매가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처분할 수 있다. 부동산이지만현금유동성도 높은 셈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추후의 시세차익을어느 정도 기대할만하다. 전세가가 워낙 높은 까닭에 조만간 매매가를 끌어올릴 소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또 최근 발표된 분양가 자율화도 궁극적으로는 기존의 아파트 시세를 높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동산컨설턴트 김용섭씨는 『일반적으로 전세가가 매매가의 70%를 넘으면 전세보다 구입하는 것이유리하다』며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한 서울 외곽지역과 수도권지역의 전세가 비중이 큰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구입을 검토해볼만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