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를 정확히 알려줘야 외국인투자자들이 몰려옵니다.』지난 연말 세계최대의 핫머니인 「퀀텀펀드」를 운용하는 조지 소로스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정부관료들에게 건내준 충고다. 외국인투자자를 유치하려면 한국기업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월가의 분위기를 전한 것. 그의 지적처럼 국내회계제도는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개별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그룹전체의 실상을 보여주는데도 한계를 나타낸다.회계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의 경우 △부실채권평가손 △유가증권평가손 반영비율, 그리고 제조업체의 경우 △재고자산처리 등이 외국인투자자들의 불신을 사는 대목이라고 한다.공인회계사인 한국종금의 이석준대리는 『국내금융기관은 해당 감독기관에서 수시로 감사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제조업체보다정확하다』면서 『다만 해당 감독원이 부실채권이나 유가증권을 평가하는 기준을 수시로 변경하기 때문에 불신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감독기관의 회계지침에 따라 손익이 수시로 변할 수 있다는얘기다.회계지침에 따라 손익이 달라지는 예는 1월초 시중은행 결산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주요 일간지는 지난 한해 흑자를 기록한 은행이 국민 주택 외환 신한 하나 보람은행 등이라고 보도했다. 유가증권평가손 충당금을 50%반영하도록 한 은행감독원의 지침에 따른 결과였다. 그러나 1백%를 적립하도록 요구한 IMF의 기준에 따를 경우주택 신한 하나은행만이 흑자를 기록한다.증권감독원 유재규 과장도 『감독기관이 회계기준을 금융기관의 영업실적에 따라 수시로 변경했던 것은 사실상 고객보다는 금융기관을 보호하려는 정책 때문이었다』면서 『앞으로 이같은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행 회계로는 그룹실체 파악 어려워비단 금융기관만이 아니다. 제조업체 경영진들은 왜곡된 재무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게 대다수공인회계사들의 평이다. 최근 기업들이 흑자로 결산하기위해 감가상각법을 변경하는 것은 단적인 예다. 또한 재고자산을 평가하는과정에서 재무정보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국내업체들이 재고자산을 구매시점 가격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현재시가를 정확히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가령 의류회사가 1백억원의 철지난 양복을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하자. 장부상으로는 분명 1백억원의 가치를 지니지만 시중에 내다팔 경우 제값을 받기 힘들다. 그럼에도 1백억원의 재고자산으로 기록돼 기업의 참된 가치를 왜곡시킨다.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정확한투자가치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외국인 투자자들은 이같은 한계를 지적하면서 동시에 사실상 그룹단위로 투자결정이 이뤄지는 한국재벌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알기위해서는 내부거래를 제거한 재무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시행중인 연결재무제표만으로는 「현대」 「삼성」의 정확한 내재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주장은 IMF의 결합재무제표 작성 요구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