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인도네시아 태국이 한국 발목 잡을라」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외환위기가 더욱심화된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모라토리엄(대외채무지불유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아시아 전체가 공포 분위기다.특히 아직도 살얼음판을 기고 있는 한국경제엔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어 국내 금융계와 기업들에 초비상이 걸렸다.실제로 연초부터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금융상황은 악화일로다. 작년 11월 인도네시아가 IMF구제금융을 요청했을 당시 달러당 3천5백선이던 루피아화는 최근 1만선을 돌파하는 등 두달만에 3배 가까이급락했다.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이 IMF의 권고를 무시하고팽창 예산안을 발표하는 등 「반항」하는 자세를 보인 게 직접적인요인이다. 태국도 지난해 8월 달러당 32바트였던 바트화가 12월초40바트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다 IMF와의 재협상론이 대두되면서 연말부터 급락세로 돌아섰다. 올들어선 50바트선 밑으로 까지 떨어졌다. 이렇게 두나라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선연쇄적인 모라토리엄 선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연쇄 모라토리엄 가능성 확산문제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파국을 맞을 경우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에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두나라에 대해 대규모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흔들리면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자칫하다간 동아시아 각국이 또한번 도미노식 외환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그중에서도 한국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직접적으론 이들 두나라에 빌려준 금융권 외화여신 1백억달러 이상을 회수할 수없게 된다. 한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그만큼 악화된다는 얘기다.동남아에 대한 수출도 줄어들 게 뻔하다. 국내기업의 주력 수출시장중 한 곳을 아예 잃어버리는 셈이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지난해에만 54억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게다가 이곳에 투자한건설 자동차 회사들의 손실도 막대하다.간접적인 피해는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모라토리엄으로 위기감에 휩싸인 일본과 서방자본이 한국에 대한 자금지원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올 1·4분기중에만 2백50억달러 정도의 단기외채를 갚아야 하는 데다 아직도 미국 일본등 선진국 금융기관들의 달러 수혈로 연명하는 처지인 한국입장에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물론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외국 자본의 한국에 대한 지원 분위기가 더욱 고조될 개연성도 없진 않다. 한국마저쓰러지면 세계경제 전체가 나락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오히려한국지원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하지만 동남아 금융파국은 한국경제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인 만큼 우리에겐 위협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