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부활」. 외환위기로 경제가 나락에 빠졌다가 가장 급속히 되살아난 사례로 꼽히는게 멕시코다. 실제 멕시코는 지난 94년말 급속한 외화유출과 통화가치 폭락으로 95년1월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등으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로인해 95년엔경제가 마이너스 6.2% 성장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했다. 당장이라도 경제가 결딴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저성장의 터널은 의외로 짧았다. 96년초부터 외환사정이 완화되고 금융시장의 안정으로경제는 급속도로 회복의 길에 들어섰다. 성장률은 96년 5.1%, 97년엔 7.2%에 달했다. 가히 기적적인 회복속도다. 멕시코 경제가 이처럼 재빨리 위기에서 탈출해 정상을 찾아가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멕시코 위기전개와 이에 대한 대처과정을 되짚어 보자.●불행의 원인멕시코의 94년말 외환위기는 근본적으로 경상수지 적자 누증에서비롯됐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경상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1년부터 5%를 넘기 시작했다. 94년 상반기엔 7.6%에 달했다. 문제는경상적자 확대에 따른 멕시코의 페소화 평가절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 멕시코 정부는 외국인투자가를 의식해 인위적으로 페소화 고평가정책을 유지했고 이는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초래했다. 이처럼 구멍난 경상수지를 멕시코는 직접투자나 공공차관 대신 단기외채로 메움으로써 불행의 씨앗을 잉태한 것이다.● 외환위기 폭발경상수지 적자로 단기외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위기의 방아쇠를 당긴 건 정치적 불안이었다. 94년12월 치아파스주 반란군이 정부와의협상을 중단하자 불안을 느낀 외국인 투자가들은 달러를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때마침 페소화의 환율변동폭이 확대되자 외환시장에서 페소화가치가 폭락한 건 당연했다. 페소화는 10여일간 40%나 평가절하됐다.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멕시코 정부는 보유달러를 시장에 쏟아부었다. 결과적으로 94년말 멕시코의 외환보유고는 겨우 61억달러로 바닥을 드러내 국가부도 직전에 몰렸다.● IMF지원과 멕시코의 자구노력멕시코의 「SOS(긴급구조) 요청」을 받은 미국과 IMF 등은 5백억달러가 넘는 차관을 약속했다. 대가는 강력한 긴축 요구였다. 경상수지 적자를 1년이내에 GDP대비 4%이내로 축소하고 최저임금과 공공부문 임금상승률을 7%이내로 제한하라는 것 등. 멕시코는 이같은국제사회의 긴축요구를 받아들였고 노·사·정 협정을 통해 실천에옮겼다.실제로 멕시코 정부는 위기 탈출구를 △재정·금융 긴축 △거시경제 목표의 현실화 △환율의 실세화 등에서 찾았다. 구체적으론 부가가치세율을 인상(10%→15%)해 세입을 늘리는 대신 세출은 억제해재정흑자비율을 높였다. 또 임금상승률을 물가상승률 이내로 억제하는 소득정책을 실시, 노동계 동의하에 95년12월과 96년4월 각각최저 임금을 10%씩만 인상했다. 정부 소유의 운송 통신 석유화학기업들을 민영화하고 부실은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의 은행소유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외환시장 개입을 최대한 자제함으로써페소화의 실세화를 유도하는 가운데 안정 위주의 일관성있는 통화정책을 추진, 대외신인도 제고에 주력했다. 이같이 강도 높은 경제안정화 정책은 심각한 경기침체와 실업률 급등, 금융기관의 부실화등 고통을 수반했다.그러나 멕시코는 그 대가로 95년중 만기 도래한 단기외채 약 2백90억달러를 전액 상환할 수 있게 돼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긴급차입금 전액을 당초계획보다 3년이나 빨리 상환할 수 있게 됐다.● 1년만에 고성장국면 진입IMF지원 이후 95년 한해동안 고통의 세월을 보낸 멕시코는 96년부터 성장의 탄탄대로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외환보유고 주가 금리등 주요 지표들도 정상을 되찾았다. 이때의 성장은 페소화 절하에따른 수출증가가 원동력이 됐다. 일단 수출로 불이 붙은 경기는 내수로도 옮아 경제전반이 위기 이전 상태로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건설과 상업 등 내수와 수출이 동반 신장해 지난해 7.2%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주가도 95년7월부터 통화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라갔고 70%대를 웃돌았던 금리도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업률의 경우 95년8월중 7.6%까지 뛰었다가 다시 5%대로 안정됐다.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작년11월말 멕시코 경제동향 검토회의에서 『98년엔 5.2%의 순조로운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전망했다. 그래서 맥시코는 IMF구제금융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