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대내외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 적용하고있는 IMF의 정책처방이 권고대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과연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져 경제가 다시 회생될 수 있느냐에 대한 비판이거세지고 있다.전통적으로 IMF의 정책처방은 국제수지 개선을 위한 재정통화긴축과 고금리 저성장 등 주로 거시경제정책에 의존해 왔다. 외채와 외환위기의 근본원인이 국민들의 과다한 지출과 기업의 과잉투자에따른 경상수지적자에 있다고 보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긴축밖에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IMF 정책처방은 멕시코에는 효과가 있었다. 구제금융을 받은 95년에는 비록 성장률이 마이너스였지만 96년부터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구제금융도 조기에 상환했다.그러면 한국도 멕시코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까. 이것을 알아보기위해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외환위기의 성격을 명확히 규명할필요가 있다. 한국의 외환위기는 경상수지적자에서 비롯됐다고 하지만 위기상황까지 몰고간 직접적인 원인은 과다한 차입경영을 일삼아온 대기업과 거래 금융기관들의 동반 부실화에 있다. 여기에정책당국의 불투명한 경제정책 운용과 거듭된 정책실기가 겹치면서외국투자가들이 자금을 회수했기 때문이다.이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IMF와 구제금융 지원이 논의되는 과정에서도 한국의 경상수지가 크게 개선됐다는 사실이 입증하는 것이다.다시 말해 한국 외환위기는 멕시코와 같이 경제기초여건이나 경상수지 악화에 있기보다는 경제시스템 붕괴와 자본이동이 더 큰 문제였던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멕시코식의 과도한 긴축 등 거시적인 접근보다는 대기업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노동, 자본시장의 유연성 제고 및 기업경영과 경제정책의투명성 제고 등 미시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물론 지금의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외자유치가 절실한만큼 고환율, 고금리, 시장개방을 통해 외국투자가들에게 투자유인을 제공하는 IMF의 정책권고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처방도 우리의 전반적인 성장기반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추진돼야 한다.오히려 지금처럼 국내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높고, 앞으로 추진될 구조조정에 대비해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IMF의 고금리 정책은 그나마 남아 있는 성장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 현재구제금융을 받고 불과 2개월이 안지난 상황에서 흑자기업이 도산하는 사태가 그 대표적인 예다. 더욱이 최근처럼 주가가 떨어지고 원화 환율이 높은 상태에서는 지금까지 외자유입을 위해 약속한 개방내용이 이행될 경우 단기자본 유출입에 따른 국부유출과 외국자본의 국내산업자본 지배 및 이에 따른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의 경영권 방어문제가 지금의 외환위기보다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물론 당분간 경상수지가 크게 개선되기가 어렵고 우리의 신용으로외자를 들여올 수 없는 상황에서는 외환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IMF의 정책권고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무엇이외환위기의 근본원인이며, 이에 대응한 IMF의 정책권고가 적절한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점검은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잘못된 IMF정책권고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성장기반이 무너질 경우 대외신뢰도 제고는 커녕 영원히 후진국 대열로 떨어질 것이다. 물론이것은 IMF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