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의 전자업체인 소니는 요즘 일본내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데이 사장 주도하에 대변혁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전통적인 일본식 경영도, 미국식 경영도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름이 아니라 디지털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대를맞아 펼치는 소니식 경영이다. 일본의 재계 인사들 역시 서슴없이신일본형 또는 소니식 경영이라 부른다.소니에 새로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 1월이다. 오가 노리오 사장(현 회장)에 의해 사내 서열 15위였던 이데이가 사장에 전격 발탁되면서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사장 취임 후 이데이 사장이 가장 관심을 둔 분야는 경영방식이었다. 일렉트로닉스시대가 끝나고 디지털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판단 아래 과감한 개혁을서둘렀다. 먼저 전임 사장이 도입했던 일종의 사내분사제인 컴퍼니제를 대폭 손질했다. 상법상으로는 소니와 한 회사이지만 실제 경영은 각 사업부문별로 하는 컴퍼니제의 강화로 경영혁신을 도모했다. 일례로 19개의 사업부서를 8개의 컴퍼니로 바꾸고 권한과 책임을 컴퍼니경영자에게 일임했다. 영업부문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별도로 독립시켰다.경영기구개혁 역시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임원진을 크게 「경영 및 감독」을 하는 이사(사내 및 사외이사)와 「집행」을 담당하는 집행임원으로 구분했다. 물론 여기서사내이사는 집행기능을 겸한다. 또 집행임원은 사내이사와 각 컴퍼니경영자를 포함하고 사외이사는 제외된다. 조직만 바꾼 것이 아니라 이사수도 대폭 줄였다. 기존의 38명에서 10명으로 무려 28명을줄였다. 게다가 10명 가운데 3명은 사외이사로 채웠다. 소수정예로의사결정을 신속히 하고 이사가 경영에 전념토록 구조적인 장치를마련했던 것이다.새로 도입한 이사회제도는 미국의 이사회와는 2가지 점이 다르다.하나는 이사회의 구성원을 사외보다 사내에서 많이 기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기업들은 사외이사의 비율이 과반수를 넘는 경우가많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사외이사가 경영방침을 바꾼다거나 최고경영자를 교체하기도 한다. 이데이 사장은 『경영을잘 모르는 사외이사가 최고경영자를 갑자기 해임시키는 폐단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하나는 집행임원을 오가회장 이하 7명의 사내이사가 겸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업무를 집행하는 집행임원이 그 감시역인 이사까지 겸임한다는 것이 모순이라고 여겨 엄격히 분리하고 있다. 이는 회사의 전체적인경영전략을 짜는 이사회는 소니의 역사와 현장의 움직임에 정통한사람들이 맡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결정했다는 것이 소니경영진의설명이다.소니의 개혁은 일단 합격점을 받고 있다. 실적이 이를 대변해준다.주가의 경우 지난해 7월말 1만엔을 가볍게 돌파한 이래 상승세를이어가고 있다. 영업실적도 아주 좋아 97년(3월 결산)에만 1천3백95억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데이가 사장에 오르기 전인 94년 1천7백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소니 경영진들은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우량기업들을벤치마킹했음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 내용은 분명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실정에 맞게 부분적으로 수용했음을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분명히 소니식의 독특한 경영이담겨있다. 특유의 뚝심을 바탕으로 시대의 변화를 한발 앞서 주도해 가려는 이데이 사장의 강력한 의지가 들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