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지주회사설립 허용문제가 현안과제로 등장했다. 전경련은 대기업들이 결합재무제표의 작성, 상호지급보증해소등 경영 투명성이 제고되는 만큼 지주회사설립등 경영행태의선택폭도 넓혀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주회사설립을규제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 뿐이다. 더구나 일본은 금년부터 제한적으로나마 설립을 허용해 전면 금지시키는 나라는 우리만 남게 됐다.지주회사설립이 금지된 것은 지난 87년부터다. 현행 공정거래법 8조1항은 「누구든지 주식의 소유를 통하여 국내회사의 사업내용을지배하는 것을 주된사업으로 하는 회사는 설립할 수 없다」고 돼있다. 금지시킨 이유는 기업집단의 형성을 촉진시켜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키고 기업집단내의 계열회사간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경쟁기업을 도태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다.그러나 경영환경의 변화로 그럴 가능성은 많이 줄었다. 시장의 완전개방으로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기업들의 경영이 투명화된다면 그만큼 불공정거래등의 소지는 없어진다고 볼수 있다. 재계가 지주회사 설립허용을 들고 나온 기본바탕에는 그러한 경영환경의 변화에맞춰 나가자는 인식이 깔려 있다.물론 지주회사설립허용에 대해 찬반 양론이 있지만 허용해야 한다는 재계의 주장은 이런 것이다.첫째로 무한경쟁시대에 외국기업과 대적하기 위해서는 복합기업형태의 조직결속이 필요하고 따라서 기업이 실정에 맞는 경영형태를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조직의 선택권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둘째는 기업구조조정의 촉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흔히 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되면 분사화(分社化)가 촉진된다고 한다. 여러개의 사업부문으로 구성된 회사를 종전과 같은 소유구조를유지하면서 개별회사로 독립시킬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선 기업전략경영과 사업경영의 분리가 가능해진다. 전략경영은 지주회사가맡고 자회사들은 생산 판매등 사업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된다. 결국자회사의 독립적 경영구조를 구축할 수 있고 조직도 가볍게 할수있어 경영효율화가 가능하다. 또 자회사의 독립성이 제고되면 현재와 같은 그룹일괄 채용방식이나 동일한 임금체계가 없어지고 업종특성에 맞는 고용방식의 도입이 가능해 인사및 노무관리가 원활해진다. 한마디로 조직의 유연성이 높아져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할수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신규사업의 진출도 쉬워지고 한계사업의 정리나 합병등도 보다 원활해져 기업의 구조조정이 촉진된다는 주장이다.셋째로 소유구조의 투명화도 어느정도 가능해진다. 얽히고 설킨 출자구조를 지주회사중심으로 단순화시킬경우 소유및 지배관계가 보다 명확해질 수 있다.넷째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현재의 그룹 종합기획실등의 기능을제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측면이 있다. 대기업그룹의 경우 대부분이 회장실에서 지주회사의 기능을 하고 있다. 계열회사의 모든경영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계열사 경영결과에 대한 책임은 하나도 없다. 말하자면 편법조직인 셈이다. 따라서 이러한 편법조직을 지주회사형태로 합법조직으로 바꿔 음성적지배를 양성화시키고 법적인 경영책임도 지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일본이 지주회사를 허용키로 한 것도 경영형태의 자율성보장과 구조조정촉진 등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도 상당한 제한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도 보다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현재 기업지배목적이 아닌 생산판매등 사업활동과 관련한 소위 사업지주회사의 설립은 허용돼있어기업집단화의 억제라는 측면에서 보아도 순수지주회사의 허용을 금지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아무런 득이 없다.주관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 허용에 대해 아직 이르다는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