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대한 IMF의 자금지원 조건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고금리에 의한 초긴축처방이다. IMF의 요구로 최근 금리가 급상승함에 따라 이러한 고금리하에서는 수출경쟁력의 유지는 물론 대부분의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해외언론이나 학자들 사이에도 IMF프로그램중 초긴축정책만은 한국경제의 회생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우선 IMF는과연 어떠한 경제논리에 바탕을 두고 고금리 처방을 고수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첫째, 해외민간투자자금의 대규모 국내유입 촉진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높은 기대수익을 보장해 주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환율이절하되는 상황에서는 투자자금의 환차손을 보상할 수 있을 만큼 국내금리가 충분히 높아져야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IMF 등의 구제금융만으로 우리 외화자금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면 민간투자자금 유치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들 공적자금은 마치 메마른 우물펌프에 한 두 바가지 물을 붓고 재빨리 펌프질을 하면 지하수가뿜어 나오는 것과 같이 외자를 유도하는 역할을 할 뿐이어서 민간투자자금의 유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외환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둘째, 고금리는 무역 수지 개선을 통해 외화수급사정을 근본적으로개선시킨다. 국민계정상 무역수지적자는 국내총지출이 국내총생산을 초과하는 금액과 일치하므로 국내총지출을 구성하는 소비와 투자를 억제할 경우 무역수지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소비지출과 기업투자는 금리가 높으면 위축되게 마련이므로 무역수지를 개선하기위해서는 긴축정책이 필요하다.셋째, 통화긴축에 따른 고금리는 시장참가자들로 하여금 국내수요둔화 및 물가안정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함으로써 환율안정에 기여한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대내외 통화가치 즉 구매력의 상대비율이므로 예상물가상승률이 환율을 결정한다. 환율이 안정되면 투자자금의 환차손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어 국내금융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그만큼 높아지게 되고 이에 따라 해외자금의 유입이 촉진된다.이같은 IMF논리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외부차입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기업들의 도산이 확산돼 결과적으로 국민경제가 회생불능상태에 빠지게 될 위험마저 있다는 것이다. 고금리정책은 또 이른바 역선택(adverse selection)문제를 야기해 금융긴축하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킨다. 역선택이란 금리가 높아질수록 재무구조가 탄탄한 우량고객들은 대출 받기를 포기하는 반면 한계기업이나 무모한 투기적 사업자 등 불량고객만 대출창구에 몰려 은행의 부실위험이 높아지는 것. 고금리대출은 금융기관의 입장에서일견 대출이익이 클 것 같아 보이지만 역선택에 따른 대출금회수불능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므로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고금리하에서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위험을 우려해 대출을 기피하게된다.또한 고금리는 해외직접투자의 유치를 저해한다. 고금리를 좇아 유입되는 자금은 주로 발빠르게 움직이는 핫머니인데 이들 자금은 국내외 금융여건의 변화에 따라 일시에 국내금융시장을 이탈하여 외환시장을 크게 교란시킬 위험이 적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포트폴리오자금 보다는 보다 장기 안정적인 실물투자 용도의 직접투자자금 유입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고금리하에서는 기업수익성이 떨어지게 됨으로써 해외직접투자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고금리정책의 타당성과 효과는 양면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현 상황에서는 당장 외화의 확보가가장 긴요한 과제이므로 당분간 고금리체제의 수용은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겠다. 따라서 고금리 유지기간을 가능한 한 단축시키기위해 금융기관 및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함으로써 우리경제에 대한 국제신인도를 하루 빨리 회복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인셈이다.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의 과다한 차입경영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금리안정의 첩경임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