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출신이자 IMF합의안을 막후에서 입안한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부부장관이 1월중순 한국을 방문했다. 그의 방문목적은 미국정부와 채권은행단이 최대의 이익을 올릴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있었다. 그는 『달러 부족으로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기 보다는 이자를 더 지불하는게 낫지 않겠느냐』며 한국정부에 외국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또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지난해 말 선진13개국의 중앙은행이지원키로 한 80억달러에 대해 조속한 지원을 요청하자 『선진국의지원은 미국 금융계의 지원과 동시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며 오는21일 뉴욕에서 열릴 국제채권은행단 모임과 보조를 같이 하겠다고거부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다.한국에 달러를 제공한 민간상업은행들의 모임인 뉴욕 국제채권단회의에서는 한국 금융기관의 단기외채를 중장기채권으로 전환하는방안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이 제안한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JP모건은△금융기관의 단기부채를 두자리수 금리의 중장기채권으로 전환하고 △이를 한국정부가 지급보증할 것 그리고 △2백50억 달러의 신규 국채발행 등을 제시하고 있다.이같은 제안은 단기외채를 중장기채권으로 전환하여 한국정부의 발등의 불을 꺼주는 대신에 금리차를 얻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게다가 중장기 채권에 대해 한국정부가 지급보증하도록 요구함으로써「안전성」까지 보장받겠다는 속셈을 드러냈다.한국정부는 이같은 요구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 원리금 부담이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외채이자가 1백50억달러가 넘을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때문에 외채를 갚기 위해 달러를 다시 빌려오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또한 정부보증채권에 대해 두자리수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가급적 정부보증채권의 범위를 줄이겠다는 입장이었다.LG경제연구원도 『정부지급보증채권에서 두자리수의 수익률을 기대하겠다는 국제채권단의 요구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며 『이같은 조건이 관철되면 한국의 외채상환능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그러나 이같은 한국정부의 입장은 서머스 부장관의 방한 이후 다소변화조짐을 보인다. 임창렬 부총리는 지난 16일 국회 재경위에서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행(80억달러) 및 외국환은행(70억달러)의 부채를 정부가 지급보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리 보다는 한 푼의 달러가 급하다는 판단이다.대신 채권발행자가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콜옵션」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밝힌다. 외환보유고의 사정이 나아지면 두자리 금리로 발행한 채권을 조기에 회수해 고금리의 부담을 조기에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임부총리는 이같은 입장을 뉴욕 채권단회의에서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차기정부의 금융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혀 대외 신인도를 더욱 높여 조달금리를 낮추겠다고 강조했다.이같은 연장선상에서 김용환 자민련 의원을 수석대표로 하는 협상단은 뉴욕회의에서 즉각적인 외화도입 계획보다 차기정부의 시장경제정책을 소개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외환보유고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판단과 함께 미국정부나 월가의 고금리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후문이다. 「월가의 노련한 프로」들을 상대로 한 한국대표들의 대응방안이 주목된다.